소득이 높았던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기존 부유층 지역 연소득 수준도 달라지고 있으며, 이들 지역의 은퇴자 증가는 해당 지역 비즈니스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진단이다. 사진은 광역시드니 통계구역(statistical district)에서 가구별 연소득이 가장 높았던 시드니 북부 해안(north shore) 지역.
‘센서스 2016’ 결과 분석, 부유층 지역 상권에 직접적 변화 요인 작용
글로벌 경제 성장기를 이끌었던 베이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 제2차 세계대전 또는 혹독한 불경기를 겪은 후 사회-경제적 안정 속에서 태어난 세대)의 은퇴시기와 맞물려 광역시드니 지역별 경제력 균형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았던 시드니와 멜번의 각 지역은 갈수록 그 위상을 포기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16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센서스 2016’ 결과를 토대로 고령층 증가로 인한 지역별 소득 변화와 이로 인해 예상되는 비즈니스 흐름을 분석, 눈길을 끌었다.
‘센서스 2016’ 결과 시드니의 경우 부유층 지역으로 꼽혔던 모스만(Mosman), 캐슬크래그(Castlecrag), 투라무라(Turramurra) 등을 비롯한 일부 특정 지역은 도시 내 다른 지역(suburb)에 비해 적은 소득 성장을 보였다.
10년 전,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이 ‘노스 시드니 및 혼스비’(North Sydney and Hornsby)로 구분했던 ‘북부 해안 통계 구역’(north shore statistical district)의 각 가구 중간 소득은 광역시드니 전체에 비해 51%가 높았다. 하지만 ‘센서스 2016’ 집계 결과 이 지역의 가구별 소득은 33%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드니 각 지역별(regional) 가구 소득에서 북부 해안(north shore)은 최상위 소득 지역이었지만 앞으로도 이 자리를 계속 유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흐름을 보면, 시드니 동부 지역(eastern region)은 광역시드디 지역별 비교에서 네 번째 소득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5년 뒤인 ‘2021년 센서스’에서는 이 지역이 가장 높은 소득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멜번의 최고 부유층 지역은 녹색 숲이 무성한 이너이스트(inner east region)였으나 이 또한 지난 5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 달 나온 센서스 2016 결과에 따르면 큐(Kew), 호손(Hawthorn), 캠버웰(Camberwell) 등을 포함하는 ‘이너이스트 통계구역’(inner east statistical district)의 가구별 중간소득은 해안 지역인 이너사우스(inner south)에 뒤처졌다. 브라이튼(Brighton), 햄튼(Hampton) 등이 자리한 ‘이너사우스 통계구역’(inner south statistical area)의 가구별 중간 연소득은 9만2,924달러로 이너이스트에 비해 1천800달러 높았다.
이 같은 변화는 인구 고령화, 특히 고소득을 올렸던 베이비 붐 세대들의 노동시장 이탈에 따른 것이라는 진단이다.
보통 1946년에서 1961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로 구분하는 베이비 붐 세대는 10년 전 노동시장에서 은퇴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인구통계 집단의 은퇴는 경제적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과거 사례를 보면 나이가 들어 은퇴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한적한 해안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은퇴 노인들은 도심 지역에 그대로 머물기를 원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이들의 기대수명은 한층 늘어났다.
경제 컨설팅 사인 ‘SGS Economics and Planning’의 지역경제 전문가인 테리 론슬리 경제학자는 멜번의 이너이스트, 시드니 북부해안 지역의 비즈니스는 이들 고소득 계층의 은퇴를 채워주는 새 고소득자 유입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퇴 노년층의 경우 젊은 세대 집단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시드니 북부 해안지역 비즈니스들이 가졌던 이점도 점차 소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퇴 이후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해변 지역으로 이주하던 경향이 줄어들고, 대신 활기찬 문화 중심이자 세계적 수준의 보건 시설을 갖춘 도시 지역에 머물기를 원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각 지역별로 복잡한 비즈니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 거주자의 고령화는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오며 각 지역 번화가, 쇼핑센터의 특성과 함께 비즈니스 서비스 또한 변화하게 마련이다.
시드니 도심(Central Business District)과 가까운 지역의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 젊은 세대들이 도심 지역에서 일할 기회도 좁아지게 된다. 이는 일자리 기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심 지역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출퇴근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자연히 교외 지역 고밀도 주거지 건설을 독려하는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젊은층의 일자리가 도심이 아닌 지역으로 변화하게 되고, 이는 도시 내 각 지역의 특성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