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5시 30분에 일어났다. 아직 업무시간이 아니라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월마트에 갔다. 주차장 자체는 넓지만 트럭이 드나들기 쉽지 않은 공간이었다. 필요한 식품을 샀다. 고구마가 있어 많이 안 사도 되는데 눈에 띄면 카트에 담게 된다.
오늘은 종일 달리는 날이다. 글렌이 몇 시에 도착하냐고 물어왔다. 여유있게 계산해 저녁 9시에 도착한다고 했다. 정오경 문자가 들어왔다. 배달 시간이 내일 오전 6시로 잡혔다. 월마트는 컨펌 번호까지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컨펌 번호도 같이 왔다. 작전 수정이다.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에서 자고 새벽에 출발이다. 배달처 20마일 떨어진 곳에 러브스 트럭스탑이 있다. 100대 주차라니 규모도 제법 크다. 샤워도 하고 잘 됐다.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이거 허리케인의 후폭풍인가? 날씨앱으로 위성사진을 확인하니 동부지역에 짙은 구름이 끼었다. 오하이오 서쪽부터는 맑았다. 76번 도로로 서쪽으로 달렸다. 76번 도로는 80번 도로로 연결되고, 80번 도로는 90번 도로와 한동안 겹친다.
오후 7시경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자리 여유는 많았다. 고구마를 잘라 전자레인지에 10분 정도 돌리니 먹을만 했다. 맛이 좀 심심하지만 김치랑 곁들이니 괜찮다. 한동안 고구마 다이어트를 하게 생겼다.
샤워하면서 면도도 했다. 이번에 워낙 바빠 집에 가서도 면도를 못 했다. 면도 하니 이제 좀 사람꼴이 나온다.
낮인데 트럭스탑에 자리가 없다니
새벽 4시 30분 알람에 기상. 리퍼 연료 채우고 나니 10시간 휴식 리셋됐다. 배달지까지는 30분 남짓 걸린다. 월마트 닥킹은 쉬운 편이다. 수련기간 중 네이슨과 처음 갔던 월마트만 유독 복잡하고 정신 없었다. 그 때문에 나쁜 인상이 오래 남았다.
트레일러 세척도 할 겸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갔다. 블루 비콘(Blue Beacon), 유명한 트럭 세차 전문 프랜차이즈다. 365일, 24시간 영업이라 편리하다. 그만큼 찾는 트럭도 많다.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건 보통이다. 오늘은 2시간을 기다렸다. 세차 베이가 하나 뿐이었다. 알았으면 옆의 다른 세차장을 갔을 것이다. 한번 진입로에 들어서면 나갈 수도 없다. 심하게 더러운 것도 아니어서 빗자루로 내가 쓸어냈어도 될 정도였는데. 기다리는 중에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시간이 애매하다. 빨리 세차를 하고 나가야 되는데. 세차비는 카운터에 트럭, 트레일러 정보를 알려주면 회사에 전화를 걸어 PO 번호를 받는다. 나중에 회사가 세차장으로 비용을 지불한다. 오늘따라 프라임 전화가 계속 통화중이다. 바쁜데 가지가지 한다. 다음 트럭이 들어오도록 통화가 안 된다. 간신히 통화가 돼 결제를 마쳤다. 급히 가야 한다.
발송처에 도착해 드랍앤훅으로 트레일러를 교체해 나왔다. 출발 전에 라이브 로드 콜을 하는데, 통화 연결이 잘 안 된다. 일단 출발했다. 전화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업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주유 예정인 트럭스탑까지는 가야 한다. 거기서 쉬고 새벽에 출발해야 아침 배달 일정을 맞춘다.
트럭스탑에 도착했다. 주유를 하려니 트레일러 번호가 안 먹힌다. 새 트레일러로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라이브 로드 콜이 이래서 필요하다. 몇 번 시도해 통화가 됐다. 설정 온도와 트레일러 번호 등 필요한 사항을 업데이트 했다. 그 후에 주유(注油)가 가능했다. 그런데 아직 오후 5시 좀 넘었는데 트럭스탑에 자리가 없다. 어찌 이런 일이. 시간은 30분 남았는데. 여긴 밥테일 트럭이 왜 이리 많이 주차했는지 모르겠다.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로 향했다. 3마일 정도로 멀지 않다. 도착하니 15분 남았다. 놀랍게도 자리가 있었다. 이곳은 2열로 대는 곳이다. 지난 번 뒷줄에 댓다가 빠져나온다고 된통 고생한 기억이 있어, 아예 앞줄에 댔다. 트럭스탑이 어찌된 일인가 생각해보니 이곳이 시카고 바로 남쪽이다. 대도시 주변 트럭스탑은 거의 이렇다. 밤낮 없이 자리 찾기가 어렵다.
240마일 남았는데 배달 시간은 오전 7시다. 10시간 휴식을 다 채워서는 제 시간에 도착 못 한다. 아까 세차장에서 서두른 이유다. 오랜만에 8/2 스플릿을 쓸 타이밍이다. 8시간을 침대칸에 있으면 출발할 수 있다. 그게 새벽 2시다. 어제 사용하지 못한 시간이 6시간이 넘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문제 없다. 배달처에 도착해 짐 내리면서 2시간 휴식을 채우면 된다.
삽브로스 (Sapp Bros)
오전 2시 출발. 가는 중에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 아 드디어 나도 운전 중에 심장마비로 가는구나. 그런데 심장은 왼쪽에 있잖아. 나는 가슴 중앙, 그러니까 명치가 아프다. 급체(急滯)인가? 길가에 세워야 하나? 호흡으로 조절하며 참고 달렸다. 배달처에 도착하니 괜찮아졌다. 이게 무슨 조화냐?
아메리콜드. 내 앞에는 트럭 한 대가 있었다. 사무실은 7시에 문을 연다. 7시에 가니 서류를 주며 20번 닥에 대고 파란불 들어오면 가도 좋단다. 여러 배달처 다녔지만 이렇게 느슨한 곳은 처음이다. 정문 검사도 없고, 씰(seal) 검사도 안 하고, 심지어 물건을 내리기도 전에 서류를 먼저 주다니.
구글 위성사진으로 확인했을 때는 엄청 복잡한 곳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텅비었다. 마당에 아무도 없고, 출근하는 직원도 없다. 직원 주차장도 비었다. 오늘 여기 휴일인가? 배달 오는 트럭도 몇 대 안 됐다. 짐도 엄청 빨리 내렸다. 대자마자 작업을 시작하더니 얼마 안 돼 파란불이 들어왔다. 헐~ 몇 시간 걸리는 곳도 있는데. 예정보다 빨리 끝났지만 그냥 마당에서 기다렸다. 그 사이에 다음 작업이 들어왔다. 2시간 휴식이 지났다. 8/2 스플릿을 했기 때문에 2시간은 쉬어야 오늘 나머지 작업 시간이 충전된다. 이제 6시간 남았다.
발송처는 타이슨이었다. 이미 트레일러 번호까지 나와 있는 것으로 봐 드랍 앤 훅이 확실하다. 트레일러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라 아메리콜드에서 나무 조각만 치웠다. 타이슨에서 검사를 하더니 자체 세척장으로 가라고 했다. 자동 세척 베이가 있었다. 트레일러 문을 열고 대면 기계가 자동으로 세척을 한다. 빨간불이 들어오더니 파란불이 안 들어온다. 작업을 하고는 있는 건가? 뒤로 가봤다. 수동 세척 베이가 3개, 자동이 하나다. 기계가 물을 흘린 흔적은 있는데 안이 별로 안 깨끗하다. 어쩌나 하고 있는데 직원이 오더니 트레일러를 내려 놓고 가란다.
가져갈 트레일러를 찾았다. 트레일러가 너무 높다. Fifth wheel이 킹핀에 걸리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손으로 트레일러 기어를 적당한 높이로 내려야 한다. 이게 또 육체노동이다. 운동도 부족한데 잘 됐다고 하기에는 날씨가 덥다. 헉헉, 영차영차, 낑낑.
1시간 거리의 주유소로 향했다. 일리노이 주 페루(Peru), 삽브로스(SAPP BROS) 트럭스탑에 처음으로 왔다. 어쩐 일인지 회사에서 주유소를 이쪽으로 지정했다. 삽브로스는 중서부 지역에 17개의 트럭스탑을 운영하는 지방 기업이다. 트럭스탑도 쏠림 현상이 심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잘 된다. 적립 포인트 때문이다. 주유 후 삽브로스 적립카드를 바로 만들었다. 25갤런 이상만 넣으면 이후 10일 이내 이용할 수 있는 샤워 포인트가 나온다. 다른 곳은 60갤런이나 100갤런 이상 넣어야 나온다. 샤워실 문도 번호로 여는 도어락이 아니라 열쇠를 준다. 그 외에는 다른 트럭스탑과 별 다를 게 없다. 주유펌프, 샤워실, 세탁실, 화장실, 매점, 식당, 정비소, 주차장이 트럭스탑의 기본 구성이다.
오후 2시니 주차장은 텅텅 비었다. 한적해서 좋다. 저녁이 되어도 자리가 많을 것이다. 밤에 주차할 곳이 없을 때 이용하면 좋겠다. 점원 아주머니가 친절하다. 삽브로스, 나의 마음을 사부렀스.
1차 배달지까지는 4시간 거리다. 2시간 남았으니 여기서 자고 자정 쯤에 출발하기로 했다. 미시건 주는 동부시간대라서 1시간 빨리 움직여야 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음악은 여행자의 동반자
자정에 출발. 한동안 이 패턴이 자리잡을 듯하다. 4시간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더 걸렸다. 늦게 생겼다. 지금껏 한번도 약속 시간 넘겨 도착한 적이 없다. 5시 반에나 도착한다. 왜 출발시간을 잘못 잡았을까 의아했다. 거의 다 도착해서 비가 억수로 내렸다. 앞이 안 보일 정도다. 밤에 비까지 오면 길 찾기 힘들다. 간신히 1차 배달지에 도착했다. 경비 초소까지 잠깐 동안에도 많이 젖었다. 체크인을 하고 나니 닥킹할 곳은 입구가 다른 곳이란다. 직원용 출입구로 들어가란다. 설명을 듣고 약도를 보고 재차 확인했다. 입구를 잘 못 들어가거나 놓치면 골치 아프다. 다행히 제대로 찾았다. 접수 사무실로 갔다. 약속시간은 6시였다. 내가 제대로 시간 계획을 세운 거였다. 내일 약속이 5시 30분이라 착각했다. 그 사이 빗발도 약해졌다. 이쪽에는 닥이 2개였다. A-2에 대라고 했다. 캄캄해 잘 안 보여서 시간을 들여 후진했다. 요즘에는 닥킹할 때 빈틈없이 하려고 노력한다. 틈이 생기면 아무래도 냉기(冷氣)가 빠져 나간다. 오차가 크면 아예 짐을 못 내리는 경우도 있다. 닥에 대고는 잤다. 2시간 지나 직원이 문을 두드렸다. 짐 다 내리고 서류를 가져 왔다.
최종 배달지인 하모니까지는 8시간 거리다. 오늘은 6시간 정도 남았다. 100마일 정도 거리까지 접근한 다음 쉬다가 새벽에 출발하면 시간이 맞다. 판도라로 음악을 들으며 운전했다. 클래식, 재즈, 포크, 하드락, K-POP, 한국 인디, 힙합 등 내가 즐겨 듣는 장르는 다양하다. 음악은 운전자의 중요한 동반자(同伴者)다. 얼마간 나오던 위성 라디오 시리우스 XM은 다시 안 나온다. 며칠 간 시범 무료 서비스였나 보다.
오하이오 주 마지막 휴게소에 섰다. 80마일 남았다. 이미 다음 화물도 정해졌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일리노이로 돌아간다. 다음 짐은 사람이 먹을 게 아니고 애완동물용 사료인 모양이다.
3차남북정상회담
3차 남북 정상회담의 감동을 함께 하지 못했다. 일 하느라 실시간으로 접하지 못했다. 답답한 한국 정치 뉴스를 끊은 탓도 있다. 일년이 넘게 즐겨 들었던 뉴스공장도 안 들은지 몇 달째다. 내겐 지난 4월, 1차 정상회담의 감동으로도 충분하다.
다소 방관자적(傍觀者的) 입장에서 본 이번 정상회담은 환영과 우려가 반반이다. 남북정상이 평화의 의지를 재차 확인한 것은 고무적이다. 한편으로는 미국 없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한국의 처지가 답답하다.
일부 정치성향이 나와 다른 페친들은 문 대통령 욕 하느라 바쁘다. 좁은 시야라고 본다. 문 대통령이 싫다고 통일을 반대하고 전쟁을 염원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는 북한 패망 후 흡수통일 밖에 상상력이 없는 모양이다) 다세대 주택 사는 사람이 옆집 이웃이 밉다고 그 집에 불나기를 바라는 격이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를 바랄 이유가 없다. 북한이 악의 축으로 남아 있어야 동북아 견제도 유지하고 무기도 판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미국 정치권이 시큰둥한 이유다. 미국에 의존하는 한 통일과 평화는 요원하다.
3차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미국에 던진 메시지는 이것이다. 너희들이 반대해도 우리는 통일의 길로 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광이라도 팔아라. 우리 민족끼리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다.
격동의 시대다. 훗날 나는 조국 통일에 이렇게 기여했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행동하라.
P.S
정의구현 차원에서는 안 된 일이지만, 문 대통령은 삼성이 정권에 협조하고 북한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이재용에게 免罪符를 안겨 주려는 듯 싶다. 정치는 때로 적도 이용한다.
말은 힘이 있다
예측불허. 에어백이 찢어졌다. 며칠 됐다. 근데도 나는 몰랐다.
오늘은 새벽 3시 출발이다. 중간에 주유소에 들러 리퍼 연료 채우고 갔다. 5시 10분쯤 도착했다. 13번 닥을 배정받았다. 여명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들 한다. 지금이 딱 그 시각이다. 조명 시설이 별로 좋지 않다. 흐릿한 조명은 그나마 양쪽의 트레일러에 가려 13번 닥은 칠흑이다. 여긴 쉽지 않군. 양쪽에 트럭도 있고, 공간도 타이트 하고, 게다가 어둡다. 어려운 후진이 되겠는데. 그러다 퍼뜩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여긴 까다롭지만 나는 한 번에 정확히 후진할 것이야. 스스로에게 선언했다. 한쪽 트럭이 프라임 트럭이다. 다가가 그에게 어두우니 뒤를 좀 봐달라고 했다. 그리고 셋업 후 후진을 시도했다. 약간 각도가 빗나간 듯 했다. 조금 앞으로 전진 후 다시 후진을 시도했다. 결과는 정확히 빈 공간으로 들어갔다. 내 선언대로 됐다.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긴 어려운 곳이야 하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그걸 깨닫고 내가 원하는 상황을 선언하자 그대로 됐다. 말은 힘이 있다.
뒤를 봐준다고 나와 있던 프라임 드라이버가 들어가지 않고 내 트레일러를 유심히 봤다. 손전등까지 켜고 살펴봤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내 에어백이 괜찮냐고 묻는다. 내 트레일러가 너무 내려 앉았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다른 트럭보다 내 트레일러는 눈에 띄게 낮다. 며칠 전부터 드라이버 타이어 게이지가 작동하지 않았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그저께 트레일러 연결할 때는 트레일러가 너무 높아 랜딩기어를 내리느라 고생했는데, 지금 보니 트레일러는 정상이었고 내 트럭이 낮았다. 그걸 왜 몰랐을까? 바보 같다. 그 상태로 며칠을 다녔으니 승차감도 나쁘고, 차체와 화물에도 무리가 갔다.
RA에 연락했다. 짐 다 내리면 사람을 보내주겠다 했다. 공기 레벨 조절하는 스위치 문제일 것이라 했다. 수리공이 왔다. 확인 결과 에어백 4개 중 하나가 찢어졌다. 한 곳에서 공기가 새니 연결된 다른 에어백 모두 내려 앉았다. 교체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글렌에게 상황을 알렸다. 글렌은 곧바로 내 다음 화물을 취소했다. 금방 끝날텐데 그럴 것까지 있나 싶었다. 잠시후 정비공이 내게 왔다. 월요일까지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맞는 교체품이 없단다. 이런 낭패가 있나. RA와 의논 후 터진 에어백 밸브만 격리시키고 나머지 에어백을 부풀리기로 했다. 밥테일로 핏스톤 터미널로 가서 수리하라고 했다. 글렌은 여기 트레일러를 떼어 놓고 갈 수는 없다고 다른 장소를 알아본다고 했다. 나는 7시간 남았다. 핏스톤까지는 최소 6시간은 걸린다. 얼마간 지난 후 FEDPIT에 트레일러를 내려 놓으라는 메시지가 왔다. 퀄컴에 이 코드를 넣으니 애리조나가 뜬다. 가끔 퀄컴이 코드를 인식 못 할 때가 있다. 매크로 19으로 경로 조회를 하니 주소가 나왔다. 피츠버그 공항 카고 로드에 있는 페덱스다. 그런데 퀄컴은 이 주소도 인식 못했다. 아 이거 곤란하다. 구글맵은 정확한 위치를 인식했다. 가민도 정확한 주소는 안 나와 가장 근접한 주소로 설정했다. 그러니 가민은 정확한 곳인지 확실치 않다. 가민은 경로를 따라 가다 공항 근처에 이르면 구글맵을 따르기로 했다. 매크로 19이 알려준 방향도 머리에 담았다.
에어백과 경로에 신경 쓰느라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다. 앞서 가는 트럭들이 출구로 쭉 빠진다. 저긴 어느 쪽인데 트럭들이 대거 나가나? 승용차는 없네? 저긴 진출로가 아닌데? 막 지나치려는 순간 깨달았다. 웨이 스테이션이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돌렸다. 침대에 올려 놓은 짐이 앞으로 쏟아졌다. 내 뒤에 오던 차가 받지 않은 게 다행이다. 간신히 웨이 스테이션으로 들어갔다. 그냥 갔으면 티켓 받을 뻔했다. 그 웨이스테이션은 건물도 없고 그냥 바닥에 간이 저울만 있었다. 경찰관은 승합차에 앉아 있었다. 무선으로 무게라도 보는 것인가?
페덱스 집하장은 예상 보다 쉽게 찾았다. 들어가니 빈 트레일러는 옆 UPS 쪽에다 내려 놓으란다. 매크로 19에 적힌 대로다. 여기도 후진하기 쉽지 않은 공간이다. 나는 다시 선언했다. 여기서도 한 번에 쉽게 후진한다. 그대로 됐다. 뭔가 깨달았다.
피츠버그에 들르느라 핏스톤에 갈 시간이 촉박하다. 오프듀티 드라이브까지 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길이 국도로 한참 간다. 제한 속도도 느리고, 중간에 공사도 많다. 오늘 중에 가기는 텄다. 국도변이니 괜찮은 식당 나오면 들러서 밥 먹고 가야겠다. 밥테일이니 문제 없다. 밥테일로 이렇게 먼 거리를 가긴 처음이다. 트레일러를 달지 않으니 뭔가 허전하다. 몸은 가볍지만 안정감이 떨어진다. 제동거리도 더 나온다.
중간에 중국식당이 나왔다. 오랜만에 중국식을 먹어봐? 식당에 들어가니 텅빈 가게에 어린 아이 두 명만 카운터 너머에 있었다. 어른 없냐? 아이들이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부르니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나왔다. 치킨 브로콜리 콤보를 시켰다. 벽에 걸린 메뉴판은 사진이 다 바랬다. 실제 나온 음식은 비주얼이 괜찮았다. 맛도 엄청났다. 엄청 짰다. 도저히 다 못 먹고 박스에 담아 나왔다. 나중에 밥 지어 반찬으로 먹어야겠다.
두 블락 더 가니 월마트가 나왔다. 트레일러 끌고는 못 들어갈 공간이다. 식초와 계란을 살 겸 들렀다. 어차피 오늘은 급할 게 없다.
계속되는 공사와 지체로 예정한 트럭스탑까지 못 갔다. 밥테일이니 굳이 트럭스탑이 아니어도 되지만 마땅히 세울 곳도 없다. 경로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향했다. 16분 가량 오프듀티 드라이브를 써야 했다. 8시간 쉬고 갈 계획이다.
추석 휴가
추석 휴가를 받았다. 월요일까지 쭈욱 쉬게됐다.
새벽 3시, 트럭스탑을 출발했다. 몇 시간 잤는데도 운전이 피곤했다. 5시 30분 경 핏스톤 터미널에 도착했다. 인 앤 아웃 바운드 베이에 아무도 없다. 이런 일은 처음이네. 그냥 통과했다. 밥테일 파킹장에 갔다. 자리는 몇 곳 있다. 주로 안쪽으로 남아 있어 주차가 용이하지는 않다.(처음부터 후진으로 들어갔으면 쉬웠을텐데) 캄캄한 밤이라 뒤가 잘 안 보였다.
트랙터샵에 가니 오후 9시 약속을 잡아 준다. 오늘 하루는 공쳤다. 그래 하루 쉬자. 트럭에 돌아와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 샤워하고, 면도했다. 오랜만에 밥도 지어 먹었다. 바빠서 못 읽었던 잭 리처 소설도 이어 읽었다. 3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영상도 몇 개 봤다. 종일 판도라로 음악을 들었다. 주로 명상음악, 재즈, 클래식이다.
저녁 9시가 넘어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예상했던 바다. 잠을 잤다.
새벽 1시가 넘어 연락이 왔다. 트랙터 샵으로 갔다. 후드 미러 덜렁거리던 것 단단히 고정했다. 타이어 압력 센서 에러도 바로 잡았다. 6개의 타이어가 공기압이 제각각이다. 기온이 떨어져 공기압도 낮아졌다. 100psi 수준으로 모두 조정했다. 샥(전문용어로는 쇼바라고 한다) 한 곳에서 오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교체했다. 트럭에 많은 개선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곳에 온 이유인 에어백은 월요일에 교체 가능하단다. 부품이 없다. 내가 그렇게 희귀 모델을 타고 있나? 배달처에서 부품을 못 구해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다.
보너스 없는 추석 휴가를 받았다. 내일도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
하루 사이에 기온이 크게 떨어졌다. 다행히 벙커 히터가 잘 작동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 |
- 091518 순식간에 젊어지기.jpg (File Size:74.9KB/Download:24)
- 0918 낮인데 자리가 없네.jpg (File Size:67.1KB/Download:25)
- 0919 Sapp Bros1.jpg (File Size:79.2KB/Download:23)
- 0919 Sapp2.jpg (File Size:69.2KB/Download:21)
- 0921 말은 힘이3.jpg (File Size:61.9KB/Download:22)
- 0921말은 힘이 2.jpg (File Size:57.2KB/Download:26)
- 0922 말은 힘이3.jpg (File Size:64.4KB/Download: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