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미디어 르뽀
북한의 가판 매점
북한 서민들의 삶은 이방인들에게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기자들은 안전하게 떨어진 거리에서 즉 버스 유리창처럼 안전하게 떨어진 거리에서만 서민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다. 버스 유리창을 뚫고 나가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시내에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미리 허락을 받고 안내원과 동행해야 하는데, 허락은 떨어지지 않는다. 도심까지 드라이브하기 위해 동행인들에게 5일 동안 계속 요청을 해야 했다.
도심에는 택시가 다닌다. 운전기사들은 승객이 있으면 말로 할 수 없이 기뻐한다. 호텔에서는 거의 누구도 그 서비스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북한에서 외국인이 택시를 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스크바에 있는 노비 아르바트 거리와 비슷한 광복대로에 있는 쇼핑몰에 도착했다. 쇼핑몰은 특별한 상점으로 입구 위에 두 개의 붉은 판이 있다. 이곳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 번 방문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한 번 방문했다. 이 쇼핑몰은 소련시대 대표적인 백화점인 쭘을 연상시켰다. 3층 콘크리트 6각형 모양으로 높은 창문들이 있었다.
내부적인 분위기는 러시아 소도시의 중심 백화점 같았다. 1층에는 슈퍼마켓이 있고 계산대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사람들 모두 커다란 카트에 식료품을 열심히 가득 담고 있었다. 가격을 살펴보았다. 돼지고기 1kg에 22500원, 닭고기 17500원, 쌀 6700원, 소주 4900원이었다. 여기서 0을 두 개 빼면 러시아의 제품 가격이 되는 데 모든 제품이 러시아와 가격이 비슷하고 소주만 조금 더 쌌다. 북한의 제품 가격을 보면 정말 이상했다. 노동자의 최소 한달 임금이 1500원인데, 인스턴트라면 한 봉지 가격이 6900원이었다.
기자가 통역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통역원은 오래 동안 대답이 없이 잠잠했다. 한참 생각하던 통역원이 대답했다.
“그냥 숫자 0 두 개를 빼는 것을 잊어버렸구나 하고 생각하시라요.”
현지 화폐
가격으로 보면 북한의 공식적인 생활과 실제 생활은 서로 맞지 않는다. 외국인 상대 원화의 환율은 1달러 당 100원인데, 실제 환율은 달러 당 8900원이다. 북한의 에너지 드링크 인삼 추출액 음료는 호텔 가격은 100원, 상점 가격은 6900원으로 가격이 완전히 다르다. 상점 가격에 대해 현지 주민들은 0자 두 개를 빼고 생각한다고 한다. 아니면, 월급에 0자 두 자리를 더해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월급과 가격이 조금 비슷하게 들어맞는다. 그러니까 국수가 6900원이 아니라 69원이든지, 노동자 최소 월급이 1500원이 아니라 약 17달러에 해당하는 15만원이든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저렇게 쇼핑몰에서 카트 가득히 물건을 사재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이며, 무슨 돈이 있어서 저렇게 많은 물건을 사는 것일까? 노동자는 아닌 것 같고 외국인은 확실히 아니다.
북한에서 외국인은 현지 화폐인 원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호텔에서 가격은 원화로 표시되어 있지만, 달러, 유로 또는 위안으로 지불할 수 있다. 게다가 유로로 지불했는데 거스름돈은 위안으로 받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북한 화폐로 지불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기념품 상점에서 1990년도에 발행한 원화 구권을 구매할 수 있다. 실제 사용되는 원화는 찾기 어렵지만 찾고자 하면 찾을 수는 있다. 신권과 구권의 차이는 김일성주석이 좀 더 나이가 들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북한의 실제 화폐로 외국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판매원들이 외국인이 내미는 북한 화폐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 화폐를 외국으로 반출(搬出)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쇼핑몰 2층에는 화려한 색색의 드레스들을 팔고 있었고 3층에는 어린이 게임 코너에 부모들이 빽빽하게 줄을 지어 서있었다. 아이들은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 부모들이 그들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핸드폰은 각양각색이었는데, 한 두 번은 상당히 비싼 유명 중국 브랜드 제품도 보였다. 한 번은 한국 스마트폰처럼 보이는 핸드폰도 보였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정말 사람을 놀라게 하고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고 때로는 정말 이상한 느낌도 든다. 한번은 화장품 공장 견학을 가는데 수수하게 보이는 안내원의 손에 전혀 예상치않게 애플 최신 모델 핸드폰이 보였다. 그렇지만 자세히 볼 필요가 있기는 하다. 알고 보니 이는 애플 최신 모델과 비슷한 중국제 핸드폰이었다.
맨 꼭대기 층에는 쇼핑몰이라면 어디나 마찬가지로 여러 카페들이 줄지어 있는 푸드 코너가 있었다. 여기서 손님들이 햄버거, 감자, 중국 라면을 먹고 가벼운 대동강 생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맥주는 이 하나의 종류 외에 다른 종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 모습을 사진 찍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서민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풍요함을 즐기는 것을 보고 거리고 나섰다.
평양 스타일
보도에 우연인 것처럼 신형 ‘라다’가 주차되어 있었다. 러시아제 자동차는 북한에서 흔하지 않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특별히 우리를 의식하고 우리가 보도록 이곳에다 주차해놓은 것인지.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산책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많고 퇴직자들도 많았다. 통행인들은 비디오 촬영을 해도 놀라지 않았다. 40세쯤 되는 남녀가 작은 여자아이 손을 잡고 가고 있었다. 딸아이와 산책중이란다. 북한 사람들은 결혼 연령이 늦어서 25-30세 이전에는 결혼하지 않는다.
옆으로 검은 안경을 쓰고 카키색 셔츠를 입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처녀들은 긴 치마를 입었다. 북한의 처녀들은 미니스커트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평양 거리는 ‘규찰대(糾察隊)’가 단속을 벌이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부인들이 옷차림 규율을 어긴 사람들을 잡아내어 경찰에 넘긴다. 북한 여성들의 옷차림에서 정말 눈에 띄는 한 가지 유일한 점은 양산이다. 양산은 얼마든지 번쩍거리게 화려해도 상관이 없다.
북한 여성들은 화장품을 좋아한다. 그런데 주로 메이크업 화장품이 아니라 피부 케어용의 화장품이다. 아시아 전체의 유행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얼굴 미백(美白)이 유행이다. 화장품은 평양에서 생산하고, 그 과정을 국가가 매우 심하게 통제한다. 평양의 주요 화장품 공장 가운데에는 비밀 선반이 있다. 이탈리아 파운데이션, 오스트리아 샴푸, 프랑스 크림 및 향수 등 수 백 개의 화장품 병들과 통이 있다. 이 금지된 물품은 북한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정부가 공장에 보내는 것이다. 북한의 화장품 학자들과 향수 제조자들이 서구 브랜드를 보고 예로 삼도록 요구하고 있다.
북한 남자들은 대부분 회색, 검은 색, 카키 색 옷을 입는다. 선명한 색의 옷들은 흔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스타일은 한 가지 유형이다.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다르게 드러나는 옷차림을 하는 사람들은 없다. 청바지도 불법이고 검은 색이나 회색의 바지만 허용된다. 반바지는 길거리에서 볼 수 없다. 피어싱이나 타투, 머리 염색이나 장발을 하는 것은 북한에서는 불가능하다. 염색은 밝은 미래를 건설하는데 방해가 된다.
어린아이들은 다르다
북한의 어린이들은 이와는 다르다. 북한의 어린 아이들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어른들과는 닮지 않았다. 그들은 무지개 색깔 모든 의상을 입고 있다. 여자아이들은 분홍색 원피스, 남자아이들은 구멍난 청바지를 입고 있거나 김정일의 초상화가 아닌 미국 배트맨 표지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아이들은 다른 세계에서 뛰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말하는 것도 완전히 다른 내용을 말한다.
- 북한에서 제일 네 마음에 드는게 뭐야?
기자가 배트맨이 그려진 윗도리를 입고 있는 남자 아이에게 물었다. 그리고 수령의 이름을 이야기 할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렸다. 남자아이는 조금 혼란한 듯이 나를 뚱한 눈초리로 쳐다보더니 갑자기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장난감 하고 노는 것!” 약간 정신이 없는 듯 대답했다.
북한 사람들은 왜 아이들이 그렇게 여러 가지 옷을 입고 어른들은 왜 그렇게 수수한지에 대해 설명하기를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큰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교에 들어가기 까지는 어떤 옷이던 마음에 드는 대로 입어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일단 학교에 들어가면 1학년부터 올바른 삶이 무엇인가 가르치고 세상 모든 것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가를 설명해 준다. 행동 규칙, 사고방식, 그리고 어른스러운 옷차림, 이런 것들이 그들의 삶을 바꾸어준다는 것이다.
실외 생활
쇼핑몰 근처에는 가판 매점들이 있다. 북한 사람들은 여기서 영화 DVD를 사는데 북한의 새로운 영화들이 나와 있다. 빨치산에 대한 이야기, 산업 혁신가에 대한 드라마, 위대한 김일성 수령 박물관의 가이드가 된 처녀에 대한 서정적인 코미디 등이 있다. DVD 플레이어는 북한에서 매우 대중적으로 보급되어 있다. 그런데 당이 금지하는 영화가 있는 USB는 별도의 항목이다. 이 항목에는 한국 드라마들이 들어있다. 북한의 일반 서민들은 그런 드라마들을 찾아서 비밀리에 몰래 보고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이를 퇴치(退治)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현지 컴퓨터들을 리눅스와 비슷한 북한 자체 코드를 가진 운영 체제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매체들을 실행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옆 매점에서는 간단한 먹을 것들을 팔고 있었다. 이 빵들을 휴식시간에 노동자들이 사먹는다고 판매원 아줌마가 밝은 목소리로 알려주면서 잼이 들어있는 러시아 빵을 연상시키는 파이 모양의 빵봉투를 꺼내 보여주었다. 모두 국내산이라고 아줌마가 덧붙여 말하면서 포장지의 바코드에 있는 북한 제를 의미하는 ‘86’ 숫자를 보여주었다. 판매대에는 북한에서 인기 있는, 그루지야 식 고기파이인 힌칼리와 비슷한 수제 파이가 놓여있었는데 다만 속에 들어있는 것이 고기가 아닌 양배추였다. 조금 더 가면 차를 사서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그 안으로 들어가 꽃을 살 수 있는 꽃집도 있었다.
정거장에 트램이 왔다. 트램을 타려는 승객들이 트램을 둘러쌌다. 정거장 뒤로 자전거 대여 장소가 있었다. 모스크바에 있는 것과 비슷했다. 1분에 20원이고 토큰이 있어야 한다고 귀엽게 생긴 아가씨가 창 너머로 말했다. 이 말을 하고 나서는 두꺼운 노트를 꺼내어 기자와 함께 있는 통역원에게 내밀었다. 통역원이 노트에 기입했다. 아마도 이것이 외국인들을 기록하는 목록인 것 같았다. 도로 가에 검은 안경을 쓰고 카키색 셔츠를 입은 자전거를 탄 사람이 서 있었다. 그리고 기자는 이 사람이 한 시간쯤 전에 바로 기자 옆을 지나갔던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기자 쪽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통역원이 호텔로 돌아갈 때라고 말했다.
글 = 아르투르 마트베예프 순회특파원 |러시아 라이프 통신
<下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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