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정부가 최근 발표한 졸업자 고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STEM) 분야 전공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이 분야의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 문제가 지적됐다.
‘생물과학’ 졸업자 취업 특히 심각... 유급 인턴십 부족 문제도
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을 지칭하는 일명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s) 전공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이 분야의 수요와 공급간 불균형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지난 일요일(14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연방 정부가 최근 발표한 졸업자 고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 생물과학 분야의 취업시장이 특히 심각, 졸업 후 4개월 이내 정규직 직장을 구한 이들은 59%에 불과했다.
시드니 대학교(University of Sydney) 경영대학원 존 부캐넌(John Buchanan) 교수는 “STEM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이들이 많을수록 세상이 좋아지고 사회에는 도움이 되지만 직업 시장에는 이 분야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지 않고 일자리 창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정책연구소인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고등교육 프로그램 책임자 앤드류 노턴(Andrew Norton) 연구원도 “과학, 특히 학업 범위가 방대한 생물학 분야의 취업시장이 악화됐다”며 “과학 전공자들은 크게 증가한 반면, 실질적으로 과학 분야 학위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그에 맞추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우 오랫동안 과학이 장려됐으며, 여성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곳에 연방 예산이 투자되어왔다”고 언급한 노턴 연구원은 “기술, 엔지니어, 수학 분야의 일자리 상황은 나쁘지 않지만, 생물과학 전공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등락을 반복해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직업 전망이 밝다”면서도 “생물과학 전공자들의 향후 일자리 상황에 대해서는 좋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졸업생 취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초 전체의 73%가 학업을 마친 후 4개월 내 정규직에 취업했다. 노턴 연구원은 “이는 68%를 기록했던 2014년보다는 성장했지만, 12년 전 훨씬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을 때와 비교해서는 부진한 결과이며, 장기적으로 고용의 질도 악화돼 전문직과 매니저 일자리가 줄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는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결국 취업에 성공하기 때문에 완전히 암울한 상황은 아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전했다.
한편 최근 새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아직 취업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대학생들 또한 취업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풍요로운 삶을 목적으로 설립된 호주 기관 ‘Student Edge’가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을 돕는 인터넷 서비스 기관 ‘ReachOut.com’과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천명 이상의 젊은이들 중 9% 만이 졸업 후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에 ‘매우 자신있다’(very confident)는 답변이었으며, 45%가 ‘꽤 자신 있다’(fairly confident)는 반응이었다.
창조예술 분야에서 영화 및 TV 제작을 전공하고 배우 겸 영화감독을 꿈꾸는 23세 대학생 릴리안 모팻(Lillian Moffat. 23세)씨는 “정규직 일자리를 찾을만한 운이 없었다”며 “프리랜서로 파트타임 일을 하거나 자원봉사만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학교에서 이 전공과 연계된 인턴십 등 도움을 주지 않아 관련 연구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울릉공대학교(University of Wollongong)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데클란 아리기(Declan Arrighi. 23세)씨는 “직업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졸업했을 당시 취업이 생각보다 힘들었다”는 아리기씨는 “일주일에 하루만 근무하는 인턴십으로 이 분야의 경력을 쌓아야 했다”며 “이후 비디오 제작 분야에서 일을 구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Student Edge’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6~24세 사이 청년들 중 74%가 유급 인턴십과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답변했으며, 청년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어야 한다는 답변도 72%에 달했다.
‘ReachOut’의 애슐리 디 실바(Ashley de Silva) CEO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를 불확실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하면서 “미래에 대한 자신감 부족은 젊은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취업기회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새 기술과 트레이닝에 관해 대중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NSW대학교(University of NSW) 사회 리서치 및 정책학과를 졸업한 모니카 카스틸로(Monica Castillo)씨는 프로젝트 매니저 직위의 일자리를 구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그녀는 “큰 기대감을 가지고 구직활동을 시작, 20개 회사에 지원했지만 계속되는 낙방 소식에 점차 자신감을 잃어갔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대학교 학위는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점이 경쟁에서 밀렸던 이유”라고 말한 뒤 “알고 보니 같은 전공에 비슷한 경험을 가진 수천 명의 졸업생들과 경쟁하고 있었다”며 당시 취업이 어려웠던 이유를 덧붙였다.
■ 연도별 대학 졸업자
정규직 고용 비율
-1980년 : 89.8%
-1982년 : 83.5%
-1984년 : 83.5%
-1986년 : 90.5%
-1988년 : 88.6%
-1990년 : 87.8%
-1992년 : 70.6%
-1994년 : 74.5%
-1996년 : 80.7%
-1998년 : 79.6%
-2000년 : 83.6%
-2002년 : 81.3%
-2004년 : 79.72%
-2006년 : 82.3%
-2008년 : 85.2%
-2010년 : 76.2%
-2011년 : 76.4%
-2012년 : 76.1%
-2013년 : 71.3%
-2014년 : 68.1%
-2015년 : 68.8%
-2016년 : 70.9%
-2017년 : 71.8%
-2018년 : 72.9%
Source: Grattan Institute: Graduate Outcomes Survey 2016-2018
■ 연도별 학사 이상 소지자 실업률
(연도 : 학사 이상 졸업생 비율 / 학사 이상 소지자 실업률 )
-1980년 : 3.5% / 6.7%
-1982년 : 3.9% / 7.0%
-1984년 : 5.2% / 10.4%
-1986년 : 3.8% / 8.9%
-1988년 : 3.6% / 8.2%
-1990년 : 3.2% / 6.9%
-1992년 : 4.3% / 11.5%
-1994년 : 4.7% / 9.8%
-1996년 : 3.8% / 8.4%
-1998년 : 3.1% / 8.0%
-2000년 : 3.0% / 6.8%
-2002년 : 2.7% / 6.4%
-2004년 : 3.0% / 5.6%
-2006년 : 2.4% / 5.0%
-2008년 : 2.1% / 4.4%
-2010년 : 2.8% / 5.3%
-2011년 : 2.9% / 5.1%
-2012년 : 2.8% / 5.3%
-2013년 : 3.3% / 5.7%
-2014년 : 3.2% / 5.8%
-2015년 : 3.4% / 5.9%
-2016년 : 3.2% / 5.6%
-2017년 : 3.1% / 5.4%
-2018년 : 3.3% / 5.3%
Source: ABS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