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의 명절인 춘절(음력설) 연휴인 8일과 10일에 몽콕(Mong Kok)에서 대규모 폭력 시위가 벌어져 11일 현재까지 100여 명이 부상당하고 64명이 체포됐다고 다수의 홍콩 언론이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신문 양면에 실릴 정도로 큰 사건으로 대두된 새해 폭력 시위
이번 시위는 경찰의 불법 노점상 단속을 둘러싼 충돌에서 비롯됐다. 춘절을 앞두고 "경찰이 연휴 기간 동안 몽콕의 불법 노점상들을 집중 단속하겠다"는 소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해지자 홍콩의 젊은이들이 "홍콩의 독특한 길거리 음식과 문화를 지키자’며 시위대를 조직해 단속에 나선 경찰과 마찰을 빚은 것이다.
원래 홍콩에서 노점상은 정부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춘제 연휴 기간 동안에는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불법 노점상을 용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위대는 쓰레기에 불을 붙이고 경찰을 향해 벽돌, 쓰레기통, 유리병 등을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최루탄과 경찰봉을 사용해 시위 진압을 시도한 경찰은 시위대에 포위되자 30년 만에 하늘을 향해 공포탄을 발사하고 시위대에 총을 겨누기도 했다. 이러한 시위와 체포 과정에서 100여명이 부상당했으며, 부상자 중 일부는 상태가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로 64명이 폭력 시위 혐의로 체포됐다. 법조계 소식통에 따르면 체포된 사람들 대부분은 30세 이하의 젊은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는 2014년 도심 점거 시위인 우산혁명 이후 홍콩에서 발생한 최악의 소요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이번 시위에 대해 “경찰은 시위대를 모두 체포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경찰은 “체포자들은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 네티즌들은 이번 시위를 ‘어묵 혁명’으로 칭하며 오히려 시위대를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홍콩 시민들은 오히려 "정부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정부와 경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홍콩시민은 인터뷰에서 “‘우산혁명’ 시위 이후로 경찰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홍콩정부와 경찰은) 홍콩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중앙정부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올해 단속을 심하게 하는 이유도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홍콩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번 ‘어묵 혁명’을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홍콩인들에게 어묵은 한국의 떡볶이처럼 값싸고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다. 최근 지속되는 지가 상승과 재개발, 경찰의 단속 등으로 대부분의 홍콩 중심가에서 이러한 길거리 음식을 찾아볼 수 없게 되면서 길거리에서 즐기던 어묵은 이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이 돼가고 있다.
한편, 오늘(11일) 홍콩 언론들은 일제히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중국이 이번 시위를 '폭란'(暴亂,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강경 대응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홍콩 정부나 중국 정부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홍콩 시민들은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콩타임스 천효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