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각 지역 도시의 주택가격이 올해 20%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수치보다 높아진 것이다. 사진은 지난 달 마지막 주 시드니 경매에서 거래된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소재 4개 침실 주택. 사진 : Real Estate
예상보다 강한 부동산 시장으로 전망치 상향... 내년에도 오름세 지속
올해 호주 주택가격 상승폭이 20%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수정된 전망치가 나왔다. ANZ 은행은 현재 예상보다 강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기반으로 올해 성장폭을 상향, 예측했다. 또한 주택가격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ANZ 은행이 이달 첫주 내놓은 최근 전망에 따르면 캔버라(Canberra) 부동산 가격은 올해 연말까지 24%, 시드니와 호바트(Hobart, Tasmania)는 23%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브리즈번(Brisbane, Queensland)과 멜번(Melbourne, Victoria)도 각 21% 및 20%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광역시드니를 비롯해 멜번, 캔버라 등에 대한 봉쇄 조치 상황에서도 주택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ANZ은 부동산 시장 성장폭 전망을 상향 조정한 첫 대형은행으로, ANZ의 이코노미스트 펠리시티 에메트(Felicity Emmett) 선임연구원은 현 주택시장 강세가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메트 연구원은 “우리는 (주택시장에 대한) 예측을 업데이트 했다”면서 “올해 이맘 때쯤이면 주택가격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았지만 광역시드니의 경우에는 록다운 상황에서도 상승세가 계속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녀는 “일부 선행지표, 경매 낙찰률, 판매 대 시장에 나오는 매물 공급 리스트 비율을 보면 주택시장은 여전히 매우 타이트하고 (예비 구매자들의) 수요와 (내집 마련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에메트 연구원은 “주택매매에서 선행되는 인스펙션 활동이 바이러스 감염 차단 차원에서 전면 금지되고 낙찰률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은 멜번의 경우에도 매매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세계적 전염병 사태의 영향으로 인한 보다 큰 불활실성이 내재됐던 지난해보다 주택가격은 더 큰 성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에메트 연구원은 2021년도 주택가격 상승률을 15~20%로 전망했지만 최근 상황을 토대로 올해 오름폭을 20% 이상으로 수정해 예측했으며, 내년에도 7% 이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ANZ 은행이 이달 첫 주, 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주택가격 전망 업데이트. Source : CoreLogic, ANZ Research
ANZ가 내놓은 업데이트 된 예측은 최근 커먼웰스 은행(Commonwealth Bank. CBA)의 전망과 유사하다. CBA 국내경제 분석가인 가레스 에어드(Gareth Aird) 연구원은 올해까지 주택가격이 20% 이상 상승한 후 내년에는 7%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런 한편 NAB의 지난 7월 수정된 전망치는 올해 주택가격이 18.5%, 내년에는 3.6%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웨스트팩 은행(Westpac)은 올해 18%, 2022년에는 5%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CBA의 업데이트 전망에 따르면 시드니 지역은 올해 24% 가격 성장이 예상된다. 에어드 연구원은 “광역시드니에 대한 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택시장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가운데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시장에 대한 강한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로 이 같은 예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에어드 연구원은 이어 “내년에는 경제성 제약으로 모멘텀은 약화되겠지만 향후 높아지는 이자율이 주택시장의 진정한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NZ의 에메트 연구원은 주택시장 강세의 주요 동인으로 낮은 금리를 언급하면서 또한 치솟은 주택가격이 이미 구매자 수요를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메트 연구원은 이번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현재 호주 전역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높은 시드니의 경우 평균 주택 가치는 가계 평균 수입의 9배 이상이고, 주택구입 가능성은 모든 지표에서 악화되었으며 임대료 또한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에메트 연구원은 ‘Westpac–Melbourne Institute’의 ‘Time to buy a dwelling’ 지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지난 2010년 이래 두 번째로 낮은 이 지수의 급격한 하락은 주택구입 경제성(높은 주택가격)이 이미 수요를 짓누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평균 주택담보 대출(mortgage) 규모는 45만6천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에메트 연구원은 주택구입의 경제성 한계 외에도 부동산 투자자 대출이 급증하고 신용 성장이 소득 상승을 앞지르면서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키기 위한 거시적 통제가 나올 수 있음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녀는 바이러스로 인한 봉쇄 조치의 경제적 영향이 금융 규제 당국의 개입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는 상당 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에메트 연구원은 “이것이 주택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높은 주택담보 대출로 이어진다”면서 “금융 규제 당국은 부채 증가가 소득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우려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드니의 평균 주택가격은 연간 가계소득의 9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경매를 통해 거래된 노던비치 지역(Northern Beaches region), 뉴포트(Newport)에 자리한 주택. 사진 : Real Estate
ANZ의 이번 보고서는 “현재 가계부채 수준이 우려스러울 만큼 높은 편이지만 낮은 이자율로 이의 상환을 더 앞당길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낮은 금리로 주택담보 대출 보유자의 40%가 대출 또는 상쇄 계좌(offset account)에 1년 이상의 (상환)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 투자용 구매자의 3분의 1 또한 그러하다. 가계소득에 비해 높은 부채비율도 지난 2019년 최고점에서 다소 감소했다.
에메트 연구원은 봉쇄 조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따라 모기지 상환을 하지 못해 주택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염병 사태가 시작된 후 지난 1년 사이 주택담보 대출의 월 상환 체납 사례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일반적 추세는 과거 수십 년간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전 세계 기준과 비교해 호주인의 체납액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또한 빠른 가격상승으로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인 대출 수도 크게 줄었다.
이와 함께 에메트 연구원은 “바이러스 대유행 초기에 보였던 대출금 이체 건수 또한 훨씬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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