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주 가정폭력서비스의 최근 조사 결과,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특히 봉쇄 조치가 취해진 가운데 도움을 요청하는 가정폭력 피해 사례가 급증했다. 사진 : Unsplash
관련 단체들마다 도움 요청 증가... 임시 피난처 대기자 폭증
세계적 전염병 사태가 길어지면서 가정폭력 발생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각 관련 서비스 단체는 폭주하는 도움 요청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가정폭력 증가 문제를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다.
시드니 남서부 지역에 기반을 든 한 무슬림 여성단체는 정신적-신체적-재정적 학대를 포함한 ‘심각한’ 가정폭력 사례를 목격하고 있다.
‘Muslim Women Australia’의 마하 압도(Maha Abdo) 회장은 최근 ABC 방송 시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The Drum’과의 인터뷰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한 가족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임시 피해자 숙소는 모두 채워진 상황”이라며 “이들에 대한 음식 및 재정-정서적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 서부의 또 다른 관련 단체 ‘Bankstown Women's Health Centre’의 한 관계자도 “이전에 우리 서비스 단체에 도움을 요청한 바 없던 여성들의 폭력을 신고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성 안전 옹호자인 아마니 하이다르(Amani Haydar)씨는 “우리가 이웃의 폭력 사태를 목격하게 되는 경우 ‘수동적 방관자’가 아니라 ‘경계하는 이웃’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자신의 회고록 <The Mother Wound>에서 가정폭력의 음흉한 배경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록다운 상황에서
도움 요청 크게 증가
최근 ‘Domestic Violence NSW. DVNSW)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련 서비스 제공 단체에 도움을 청한 70% 이상의 사례는 광역시드니 등의 봉쇄 조치와 함께 NSW 주 각 거주민들에게 자택에 머물 것을 권고한 6월 말 이후 발생했으며, 이들 단체 대부분이 피해자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다.
시드니 남서부를 기반으로 하는 여성지원단체 ‘Muslim Women Australia’(사진)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임시 피난 숙소가 모두 채워졌고 재정 및 정서적 지원방안도 부족한 상황임을 호소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DVNSW의 델리아 도노반(Delia Donovan) CEO는 “(봉쇄 조치로 인한) 심리적, 신체적 충격이 가정폭력 수치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봉쇄 조치로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여성들은 학대를 피하고자 인스타그램(Instagram)이나 페이스북(Facebook)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도움을 청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가정 내 폭력을 벗어나 임시로 대피할 수 있는 피난처 대기자도 늘어나고 있다.
도노반 CEO는 “78개 서비스 단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48%는 피난처 대기자가 늘었다는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 중 84%는 최근 한 달 사이(봉쇄 조치가 취해진) 폭력사태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학대 유형도 다양해졌다는 반응이었다.
서비스 단체 ‘BaptistCare HopeStreet’의 엘리자베스 허킨스(Elizabeth Hukins)씨는 “홈 스쿨링(homeschooling)과 재택근무가 록다운이라는 긴장된 상황에서 가정 내 폭력 피해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녀는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고 건강을 지키고자 시행된 봉쇄 조치 속에서 일부 사람들,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이 폭력이라는 위험에 처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모든 유형의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가해자가 집에 함께 머물면서 강압적 통제와 위협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가정폭력 서비스 단체 전문 직원들 중 4분의 1은 너무 많은 도움 요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폭주한 업무량으로 과로 위험에 처한 상황이다.
다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BaptistCare HopeStreet’ 측은 간접 트라우마(vicarious trauma)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필요한 자원 확보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가정폭력, 호주 전역의
큰 문제로 대두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가정폭력 핫라인 ‘1800RESPECT’는 바이러스로 인한 록다운 기간, 전년도에 비해 도움 요청 전화가 증가했지만 가정폭력에 대해 사법당국에 즉각적으로 신고를 하지는 않았음을 확인했다.
지난해 7월과 10월 사이, 빅토리아(Victoria) 주에 시행된 봉쇄 조치 당시 Vic 거주 여성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가정폭력 피해 전화는 2만2,300건에 달했다. 이전 같은 기간 2만200건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빅토리아 주 경찰은 팬데믹이 시작된 후 2021년 3월까지 거의 9만3천 건의 가정폭력 사례에 대응했다.
‘Domestic Violence NSW’의 델리아 도노반(Delia Donovan. 사진) CEO. 그녀는 “(봉쇄 조치로 인한) 심리적, 신체적 충격이 가정폭력 수치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멜번(Melbourne, Victoria) 기반의 스윈번대학교(Swinburne University) 법의학 및 임상 심리학자인 트로이 맥이완(Troy McEwan) 연구원은 자신이 처리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가정폭력의 심각성이 빅토리아 주의 연장된 봉쇄 기간에 훨씬 더 높아졌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직접적 스트레스’가 폭력사건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맥이완 연구원은 “가정폭력에 대해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거나 그럴 능력을 가졌을 수도 있는 많은 피해자들이 현재 환경에서는 그 능력을 상실했으며, 이는 실제로 발생하는 폭력 상황의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빅토리아 경찰은 고위험 가해자를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가정폭력과 관련해 경찰청 자체적으로 ‘리본 작전’(Operation Ribbon)이라는 이름 하에 피해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가정폭력이 증가한 것과 달리 남부호주(South Australia) 주에서는 봉쇄 기간 동안 여성안전 서비스에 대한 전화는 감소했다. 관련 서비스 단체인 ‘Women Safety Service South Australia’ 측은 “다만 봉쇄 기간 중, 특히 이른 아침 시간에 웹 채팅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피해 여성들이 당국에 신고하기보다 나름대로 다른 돌파구를 찾으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전반적
지원이 필요하다
각 서비스 단체 직원들은 이런 상황에서 피해 상황을 드러내지 못하는 여성 및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서비스 기관들이 파악하지 못한 사례들이 더욱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시드니 남서부의 ‘Muslim Women Australia’는 “앞으로 지원과 상담, 건강 및 웰빙 등 전반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요청이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DVNSW는 증가하는 가정폭력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재정을 지원하고 사회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NSW 주뿐 아니라 빅토리아(Victoria) 주의 가정폭력 발생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사진은 빅토리아 주의 연장된 봉쇄 기간 중 이 같은 사례가 급증했음을 확인했다는 스윈번대학교(Swinburne University) 법의학 및 임상 심리학자인 트로이 맥이완(Troy McEwan. 사진) 연구원. 사진 : Swinburne University of Technology
이에 대해 NSW 주 법무부 장관을 겸하고 있는 가정폭력 및 성폭력 방지 부서의 마크 스피크만(Mark Speakman) 의원은 “이 분야의 지원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피크만 의원은 관련 성명에서 “NSW 주와 연방정부는 팬데믹 기간 동안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및 관련 부문에 5천2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예산을 제공했다”면서 “이 지원금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 및 어린이를 돕는 많은 서비스 단체들이 제기한 우려에 대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 가족-가정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1800 Respect national helpline : 1800 737 732
-Women's Crisis Line : 1800 811 811
-Men's Referral Service :1300 766 491
-Lifeline (24 hour crisis line) :131 114
-Qld DV Connect Womensline :1800 811 811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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