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유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religious discrimination bill’이 의회에 상정했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다른 이들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 범위에서)에 차별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법안의 요지이다. 사진은 지난 11월 25일, 캔버라 의회에서 법안을 설명하는 모리슨(Scott Morrison. 사진 중앙) 총리.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개인의 신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다양한 종교적 전통 보호 강화 취지
연방 모리슨(Scott Morrison) 정부가 종교적 이유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religious discrimination bill’을 의회에 상정했다. 이런 가운데 집권 자유당 내 온건파 의원들은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동성애 학생 및 교사들의 보호를 위한 ‘반 성 차별’에 대해서도 정부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종교적 이유로 동성애자 차별을 막는 규정은 현 모리슨 총리가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던 것으로, 이미 수년 전 초안이 작성된 바 있다.
지난 11월 25일(목) 모리슨 총리는 의회에서 이 종교차별 금지 법안을 상정하면서 “신앙을 가진 이들이 성적 선호로 인한 차별로부터 보호받는다는 ‘확고한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다양한 종교적 전통을 가진 많은 호주인들이 학교나 기업 내에서 만연된 ‘왕따 문화’(cancel culture)에 대한 종교적 보호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시크교도(Sikh)가 터번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되며, 목에 건 십자가를 이유로 마론파 교도(Maronite. 동방 의식을 채용하고 있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일파), 직장에서 업무용 책상 서랍에 기도용 매트를 마련해 두는 무슬림 직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모리슨 총리가 언급한 ‘cancel culture’는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온라인 ‘왕따’ 형상을 말하며, 보다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공적 인사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거나 철회하는 지역사회의 태도’(the attitudes within a community which call for or bring about the withdrawal of support from a public figure)로 정의되지만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따돌림을 가리킨다. 이 용어는 지난 2019년 호주 국립사전센터(Australian National Dictionary Centre)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바 있다.
이번에 상정된 법은 종교적 신념(statements of belief)을 가진 국민을 기존 국가 차원의 ‘반 차별법’(discrimination laws)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그 ‘종교적 신념’이 ‘개인, 집단을 위협하고 괴롭히거나 비난하지 않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 법에 따라 특정 종교기관이 설립, 운영하는 학교나 단체는 직원을 고용할 때 같은 신앙을 가진 이를 우선할 수 있지만 해당 기관은 종교적 견해가 어떻게 시행되는지를 설명하는 명확한 공공 정책을 세워야 한다.
모리슨 총리는 이 법안에 대해 “현명하고 균형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신앙과 신념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관용과 성숙한 사회의 산물”이라며 “우리(호주)는 언제나 그렇듯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의 균형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하원 의회에 상정한 종교 차별 금지 법안은 지난 2019년 연방 총선에서 모리슨 총리가 내놓은 공약 중 하나이다. 사진 : Unsplash / Aaron Burden
야당 내각의 법무 담당인 마크 드레이퍼스(Mark Dreyfus) 의원은 관련 성명에서 “우리 노동당은 이 법안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지역사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드레이퍼스 의원은 “노동당은 호주인들이 종교적 신념이나 활동으로 인해 차별받지 많도록 하고자 한 연방정부의 차별금지 프레임워크 확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노동당은 당 소속 상-하원 의원으로 공동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법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모리슨 정부는 이날 성정한 이 법인이 다음 달 첫 주 하원에서 통과되어 상원에 회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종교단체들은 연방정부의 이 법안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LGBTIQ(lesbian, gay, bisexual, trans and gender diverse, intersex, and queer and questioning people) 옹호단체는 특히 동성애 학생, 종교계 학교 교직원들에게 어떤 의미일런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 상정을 발표하면서 모리슨 총리는 “이 법안의 모든 내용은 성적 취향이나 성 정체성을 근거로 한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총리는 또한 “이 법안에서 그 같은 내용은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런 차별은 우리 교육 시스템에서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총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자유-국민 연립) 내 일부 온건파 의원들은 지난 2018년 성차별 법을 변경하여 성적 취향이나 성 정체성으로 인해 퇴학 당하는 학생을 보호하겠다는 약속대로 모리슨 총리가 곧바로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 법안 검토를 이미 언급했지만 자유당 백벤처(backbencher. 당내에서 주요 직책을 맡지 않은 평의원) 트렌트 짐머만(Trent Zimmerman) 의원은 “너무 오래 시간을 끈다”고 주장했다. “아직도 학교가 성적 이유(성 취향, 성 정체성)로 학생을 퇴학시킬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불안하다”는 게 짐머만 의원의 설명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