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던 시드니 주택가격이 11월부터 다소 둔화된 가운데 주말 경매 중간 낙찰가격도 다소 하락해 시드니는 전 달에 비해 3.6% 하락한 195만 달러, 멜번은 1.9% 낮아진 121만1천 달러로 집계됐다. 사진은 지난 달 455만 달러에 낙찰된 킹스포트(Kingsford) 소재 주택. 이는 잠정가격에서 무려 125만 달러 높아진 것이다. 사진 : Ray White Park Coast
하락폭은 시드니 3.6%-멜번 1.9%... 지난해 11월 비해 21.9%-11.5% 높아
올해 들어 급격히 치솟았던 호주 주택가격이 지난 달 들어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11월 시드니와 멜번(Melbourne) 두 도시의 주말 경매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거래가 이루어진 주택의 중간 낙찰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이달 초 부동산 정보회사 ‘도메인’(Domain) 자료에 따르면 11월 시드니 주말 경매의 중간 낙찰가는 전달에 비해 3.6% 하락, 195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1월의 경매 낙찰가격과 비교해 21.9% 높은 수준이다.
광역 멜번 또한 전월대비 1.9% 낮아진 121만1천 달러로 집계됐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1.5%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COVID-19 방역을 위한 봉쇄 조치와 매물에 대한 예비 구매자들의 직접적 실사(주택 inspection)의 온라인 한정 등 제한 규정으로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 판매를 봄 시즌 이후로 미루면서 경매시장에 더 많은 매물이 공급되고 예비 구매자들의 선택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메인’의 통계분석 책임 연구원인 니콜라 파월(Nicola Powell) 박사는 “예비 구매자의 구입 예산이 지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의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제약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월 박사는 “구매자들의 마음이 바뀌고 있다”며 “주택 구입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두 도시의 주택가격은 크게 상승했지만 ‘델타’(Delta) 변이로 인해 봉쇄됐던 기간, 일시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시드니의 경우 가장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은 델타 변이 감염이 시작된 6월이었으며, 멜번은 지난 9월이었다. 지난 9월은 빅토리아(Voctoria) 주 정부가 매물에 대한 오프라인 주택검사(in-person inspection)을 금지한 마지막 달이기도 했다.
파월 박사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의 미래 흐름을 잘 보여주는 것이 경매 낙찰률이다. 만약 낙찰률이 60%를 넘으면 향후 주택가격이 오를 것임을, 또 70% 이상이면 연간 약 10%의 가격 상승이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시드니의 경우 10월 평균 낙찰률은 75.9%를 보였다. 11월 들어 네 차례의 주말 경매에서 총 5,549채의 증가된 매물이 경매 시장에 나왔지만 그럼에도 70% 이상의 낙찰 결과를 보였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늘어난 매물이 가격 상승 둔화의 직접적 요인으로 풀이한다. 예비 구매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사진 : Real Estate
멜번의 11월 경매는 총 6,098채로, 이 또한 크게 증가한 매물이지만 낙찰률은 71%로, 전달인 10월의 72.6%에서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파월 박사는 주택 거래가 가장 활발한 올해 봄 시즌을 놓친 예비 구매자들이 경매시장에 다시 뛰어듦으로써 시드니와 멜번의 경매 거래 비율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두 도시에 비해 매물이 적은 캔버라(Canberra, ACT)와 브리즈번(Brisbane, Queensland)도 낙찰률은 각 86.1%, 74.9%를 기록했다.
11월 들어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다소 둔화됐지만 올 한해 주택가격이 급격한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이달 둘째 주,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은 각 금융기관들이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받는 이들에게 적절한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호주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도 주택시장과 관련한 별도의 자료에서 저금리와 (부동산에 대한) 정부 부양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제한 규정의 완화 등으로 많은 이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주택을 구입하거나 재택근무에 맞게 보다 넓은 주택으로 업사이징(upsizing)을 시도하면서 주택시장이 ‘지나치게’ 강세를 보였음을 강조했다.
ABS에 따르면 시드니 주택가격은 올해 9월까지 지난 12개월 사이 무려 25.4%가 높아졌으며 호바트(Hobart, Tasmania)의 상승폭은 25.7%에 달했다. 또한 캔버라(25.2%), 브리즈번(19.7%), 멜번(19.5%), 애들레이드(Adelaide. 19%), 퍼스(Perth. 15.7%), 다윈(Darwin. 13.7%) 등 호주 각 도시들이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경매 현장에서도 입찰한 예비 구매자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경매에 등록한 이들 간의 가격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됐다.
시드니 기반의 ‘Benson Auctions’ 대표인 스투 벤슨(Stuart Benson) 경매사도 경매 매물에 대한 등록 입찰자 수가 감소했음을 언급하면서 “하지만 매물을 차지하려는 이들 간의 과열된 경쟁으로 모든 주택들이 잠정가격에 비해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벤슨 경매사는 “이런 상황은 중개인 입장에서 매물에 대한 보다 정확한 잠정가격을 책정할 수 있고 또 예비 구매자는 시장에 나온 주택을 조사하면서 지난 4~5주 동안의 판매 흐름을 파악해 어떤 주택이 가치가 있는지를 알 수 있음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11월 들어 경매 낙찰가가 전월에 비해 다소 하락한 가운데 각 매물에 입찰하는 예비 구매자 수도 감소했지만 입찰 경쟁은 여전히 치열한 편이다. 사진은 시드니의 한 주택 경매 현장. 사진 : ABC 방송 'The Business' 방송 화면 캡쳐
이어 그는 “판매 대행사 측에서는 경매 시작 전의 매물에 대한 ‘오픈 홈’(open home)에 참여하는 이들이 줄어 조심스러울 수 있었지만 실제 소유자들은 원하는 대로 판매를 하고 있다”면서 “반면 예비 구매자들은 선뜻 입찰가 제시를 주저하면서도 경쟁이 시작되면 다른 입찰자를 포기하게 하려고 과감하게 금액을 제시하곤 했다”고 말했다.
멜번 소재 부동산 중개회사 ‘Biggin & Scott Richmond’ 사의 앤드류 크로티(Andrew Crotty) 대표는 “예비 구매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보다 고가의 주택을 원했기에 A등급 주택 경매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지만 낮은 가격대의 주택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크로티 대표는 “지난 몇 주 사이 다소 낮아진 가격 상승 폭을 감안할 때 벤더(vendoe)는 기대한 만큼의 판매가격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내년에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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