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PM 문학상 1).jpg

호주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올해 ‘마일즈 프랭클린 문학상’(Miles Franklin Literary Award)을 수상한 바 있는 타스마니아(Tasmania) 작가 아만다 로리(Amanda Lohrey. 사진)씨가 같은 작품(<The Labyrinth>)으로 호주 문학상 가운데 가장 많은 상금(8만 달러)을 수여하는 ‘Prime Minister's Literary Award’를 차지했다. 사진 : 트위터 / @_milesfranklin

 

소설 <The Labyrinth>로... 심사위, “예술적 목적 위해 타협하지 않는 작가” 평가

 

올해 호주 최고 권위의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마일즈 프랭클린 문학상’(Miles Franklin Literary Award)를 수상(한국신문 7월 23일 자 참조)한 타스마니아(Tasmania) 출신 작가 아만다 로리(Amanda Lohrey)씨가 매년 연말에 발표하는 ‘연방총리 문학상’(Prime Minister's Literary Award)까지 차지했다.

그녀에게 올해에만 두 차례의 영광을 안긴 작품은 작가의 일곱 번째 소설인 <The Labyrinth>(미로)로 마일즈 프랭클린 문학상 상금 6만 달러를 받은 데 이어 연방총리 문학상 수상으로 8만 달러의 상금을 받게 됐다.

연방총리 문학상은 지난 2008년 당시 케빈 러드(Kevin Rudd) 총리에 의해 제정됐으며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호주의 문학상 가운데 가장 많은 8만 달러의 상금을, 또 최종후보에 오른 작가에게는 각 5천 달러를 수여한다.

The Labyrinth>는 에리카 마스든(Erica Marsden)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그녀의 나레이션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호텔 안내원으로 일하는 마스든이 과실치사(homicidal negligence)로 교도소에 수감된 정신적 장애아 아들이자 예술가인 다니엘과 더 가까워지고자 시드니에서 NSW 주 남부 해안(South Coast)의 작고 한적한 타운(아들이 복역 중인 곳과 가까운)으로 도망치듯 이주한 뒤 자신의 슬픔과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한 방법으로 뒷마당에 미로(labyrinth)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영성과 명상에 대한 로리 작가의 오랜 관심,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고찰이 결합된 것으로,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미로’와 걷기 명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작가의 관찰에서 시작된 것이다.

작가가 내세운 마스든이라는 여성이 ‘미로’를 생각한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정신과 의사로 일할 당시, 그 병원 운동장에서 놀곤 하던 회상에서 엿볼 수 있다. 로리씨는 이 작품에서 융(Carl Gustav Jung.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 의학자)의 영향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융의 저서 가운데 ‘많은 병의 치료법은 무언가를 짓는 것’이라는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로리씨는 독자들에게 ‘미로’라는 것이 ‘그 안에 갇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맹목적인 구불구불한 골목 퍼즐로써의 미로(maze)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로리씨의 이 소설에서 ‘미로’(labyrinth)는 ‘중심 속으로 복잡하게 풀렸다가 다시 빠져 나오는 하나의 길’로 정의된다. 결국 마스든이 미로를 짓는 것은 자신의 곤경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면서 그녀 스스로를 처벌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설속 주인공이자 나레이터인 마스든은 이렇게 말한다. “(퍼즐로써의) 미로(maze)는 두뇌에 대한 도전이고(당신이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지), (소설속) 미로(labyrinth)는 감정에 대한 길(순응할 것인가)이다. 미로(maze)에서는 도전과 씨름하지만 또 다른 미로(labyrinth)에서는 놓아준다. 당신이 순응한다면 (미로 속에서도)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쉽게 돌아올 수 있다”라고.

  종합(PM 문학상 2).jpg

수상작 <The Labyrinth>. 표지 그림은 이 작품의 배경인 가라날라(Garra Nalla) 타운의 해안을 묘사한 것으로, 그녀가 만들어낸 가라날라 타운은 작가가 2009년 내놓은 소설 <Vertigo>의 배경이기도 하다. 사진 : Text Publishing 제공

   

마스든은 독자들을 자신으로의 여행으로 데려가는 동시에 보다 외부적 여행을 통해 아들과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이 정착한 작은 타운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간다.

이번 연방총리 문학상 심사위원들은 로리 작가에 대해 “단순한 재미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적 목적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작가”라고 높게 평가했다.

아만다 로리시와 함께 시 부문에서는 또 한 명의 타스마니아 문학예술가인 스티븐 에드거(Stephen Edgar)씨가 <The Strangest Place: New and Selected Poems>로 이번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인 사라 홀랜드-배트(Sarah Holland-Batt)씨가 “오늘날 호주에서 가장 훌륭하고 형식주의 시를 선보이는 시인”이라고 묘사한 에드거씨는 이전에 세 차례에 걸쳐 이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문학상 수상을 수락하면서 에드거 작가는 “시인으로서 종종 공허한 곳에 글을 쓰는 것처럼 느껴지고 이것이 누군가에게 들려질 수 있을까 궁금해지곤 한다”면서 “때문이 이렇게 격려(문학상 수상)를 받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학자들이 GDP를 계산할 때 셀 수 있고, 무게를 재고 측정할 수 있는 물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람들에게 중요한 모든 것이 그물에 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예술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라면서 “호주 유명 시인 피터 포터(Peter Porter)씨가 말했듯이 인간의 상상력에는 예술로써만 채울 수 있는, 예술적으로 변형된 홀(art-shaped hole)이 있다”고 말했다.

 

■ 2021년 Prime Minister's Literary Awards 각 부문 수상자 및 작품

-소설 : Amanda Lohrey의 <The Labyrinth>

-논픽션 : Quentin Sprague의 <The Stranger Artist: Life at the Edge of Kimberley Painting>

-시 : Stephen Edgar의 <The Strangest Place: New and Selected Poems>

-호주 역사 : Grace Karskens, <People of the River: Lost Worlds of Early Australia>

-청년 문학 : Cath Moore, <Metal Fish, Falling Snow>

-아동문학(공동 수상) : Remy Lai, <Fly on the Wall> / Meg McKinlay(작가)-Matt Ottley(일러스트레이터), <How to Make a Bird>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PM 문학상 1).jpg (File Size:106.6KB/Download:24)
  2. 종합(PM 문학상 2).jpg (File Size:51.1KB/Download:2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701 호주 ‘누가 무엇을 얻는가’의 논쟁... 호주 명예훈장 시스템의 놀라운 역사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700 호주 코로나 바이러스... ‘오미크론’에서 파생된 새 변이 바이러스 출현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9 호주 서부호주 ‘미저리 비치’, 호주정부관광청 선정 ‘2022 최고의 해변’에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8 호주 호주 중년 여성 21%, '폭음' 수준의 음주... 2001년 대비 거의 두 배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7 호주 NSW 주 정부, ‘오미크론 영향 받은 기업 회생 패키지’ 10억 달러 준비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6 호주 NSW 주 정부,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 ‘방역지침’ 연장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5 호주 COVID-19 관리... 감염 후 한 달 이내 재감염 가능성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4 호주 호주 소비자들, 신용카드 지불 증가 속 현금 사용도 여전히 높아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3 호주 중국의 높은 관세 부과로 호주 와인산업, 10억 달러 규모의 시장 상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2 호주 2021년도 호주 주택가격,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22% 상승률 기록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1 호주 2021년 주택 구매자들의 수요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멜번 남동부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90 호주 지난해 광역시드니 대부분 지역 주택가격, 최대 50%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2.02.03.
5689 호주 COVID-19 감염 관리... 증상은 무엇이고 언제 진료를 받아야 하나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8 호주 COVID-19와 함께 한 호주의 2년... 감염자 1명에서 188만 9757명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7 호주 세계보건기구, “COVID-19 극단적 단계는 올해 끝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6 호주 ‘델타’ 변이 이후 호주 경제 회복세...일자리 붐으로 실업률 급락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5 호주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2020년 호주인 기대수명’ 0.7년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4 호주 COVID-19 감염 차단의 필수품, 가장 좋은 안면 마스크는?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3 호주 호주의 평균 소득자들, 어느 지역에서 주택구입 가능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2 호주 브리즈번 주택 임대료, 지난해 연간 성장률에서 모든 도시 ‘압도’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7.
5681 호주 만약 빠른 항원검사에서 COVID-19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면...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80 호주 감추어져 있던 호주의 흑역사... “호주 역사서를 업데이트할 시간”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9 호주 기후변화 지속... 호주인들, 영상 50도의 위험한 폭염에 익숙해져야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8 호주 연방정부, 호주입국 국제학생-백패커에게 비자 수수료 환불 제안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7 호주 기록적인 COVID-19 환자 입원 수치 불구, 감염자의 심각한 위험성은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6 호주 ‘Services Australia’의 ‘팬데믹 병가 지원금’, 수혜 대상은 누구?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5 호주 연방 내각, 감염자 밀접 접촉자 격리면제 범위 확대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4 호주 팬데믹 상황에서도 호황 이어갔던 호주 부동산 시장, 올해 전망은 file 호주한국신문 22.01.20.
5673 호주 오미크론 변이 중증은 백신으로 보호, 확산은 계속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72 호주 취임 두 달 맞는 NSW 주 페로테트 주 총리, 주요 내각 개편 단행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71 호주 NSW 주 모바일 과속 단속 카메라 벌금, 지난 12개월 동안 4천만 달러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70 호주 ‘Australia's Welfare 2021’… 전염병 사태에서의 호주 복지 수준은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9 호주 COVID-19 백신접종... 바이러스 장기 질환 위험, 과연 줄여줄까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 호주 아만다 로리, ‘마일즈 프랭클린’이어 ‘Prime Minister's Literary Award’까지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7 호주 지난 10년 사이 NSW 공공 부문 성별 임금격차 크게 벌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6 호주 “우리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고 2022년에도 안전을 유지할 수 있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5 호주 매일 일정량의 요구르트 복용, 고혈압 관리 필수 식품 될 수 있을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4 호주 NSW-Victoria, ‘오미크론’으로 일시 중단됐던 입국자 규제 철회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3 호주 시드니 지역 경매 낙찰률 다소 하락, 주택가격도 떨어질까...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2 호주 빅토리아 주 St Andrews Beach, 올해 주택가격 상승폭 가장 높아 file 호주한국신문 21.12.23.
5661 호주 문 대통령의 호주 방문을 보는 호주 전문가들의 시각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60 호주 ‘알파’에서 ‘오미크론’까지... COVID-19 변이 바이러스 명칭과 특성은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9 호주 상위 ‘금수저’들이 재학 중인 NSW 주의 사립학교는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8 호주 NSW 주 ‘COVID-19’ 제한 규정, 15일부터 3단계 완화로 전환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7 호주 NSW 주, ‘Small Business Fees and Charge Rebate’ 2천 달러까지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6 호주 5-11세 어린이 COVID-19 백신, 내년 1월 초부터 접종 시작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5 호주 연방 재무장관, “호주경제 회복 중... 오미크론에 과민반응 자제”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4 호주 2차 접종 후 부스터샷 기간 5개월로 앞당겨, 오미크론 확산 대비 차원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3 호주 베레지클리안 전 NSW 주 총리, 연방 모리슨 총리 ‘구애’ 사양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
5652 호주 ‘COVID 부스터샷’, “오미크론 변이로부터 보다 강한 보호 가능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