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중문화 아이콘이자 컨트리 음악의 전설로 칭송되는 슬림 더스티(Slim Dusty)를 기리는 '구글 두들'(Google doodle. 사진)이 만들어져 게시됐다. 이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검색 엔진인 구글이 전 세계 저명한 인물, 축하할 만한 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하는 로고로, 자사 사이트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사진 : Google
호주 대중문화의 아이콘... 지난 10월 22일, 구글 메인 페이지에 기념 로고로 장식
딸 앤 커크패트릭씨, “Nulla Creek의 소년에서 꿈을 성취하기까지의 먼 길...” 추모
호주 아웃백의 모습, 그 황량한 풍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컨트리 음악은 호주 내에서 두터운 팬 층을 갖고 있다. 시드니에서 북서쪽, 자동차로 약 5시간 거리에 위치한 탐워스(Tamworth)에서는 매년 1월 초 호주 컨트리 음악을 보여주는 세계적 축제 ‘Tamworth Country Music Festival’이 약 10일간 펼쳐지며, 이 기간 동안 호주 전역에서 내일의 스타를 꿈꾸는 무명 가수는 물론 유명 컨트리 뮤지션, 관람객들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드는 것을 보면, 이 장르의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컨트리 가수를 꿈꾸는 이들 사이에서 슬림 더스티(Slim Dusty)는 그야말로 우상이 아닐 수 없다. 컨트리 음악을 통해 호주의 아웃백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해 낸 것으로 평가 받는 더스티(1927년 6월 13일-2003년 9월 19일)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였다. 오늘날 ‘컨트리 음악의 아버지’(Father of Country Music)로 평가받는 그는, 세상을 떠난 지 19년이 지난 지금도 ‘호주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에서 그가 단독 무대를 가진 것만 봐도 호주 문화의 대표적 상징 인물이었음을 입증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더스티는 ‘A Pub with No Beer’라는 컨트리 음악으로 세계적 히트곡 1위를 차지한 최초의 호주인이었다. 이 노래는 싱어송라이터인 고든 파슨스(Gordon Parsons)가 작곡한 것으로, 더스티는 이 노래를 통해 호주 최고 컨트리 가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38회의 ‘골든 기타’(Golden Guitar. 탐워스 컨트리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 최고의 컨트리 가수에게 주어는 최고 영예의 상), 호주 음반산업협회가 최고의 가수에게 수여하는 두 차례의 ‘아리아’(ARIA. Australian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상, 그리고 ‘아리아 명예의 전당’(ARIA Hall of Fame) 및 탐워스에 자리한 ‘Country Music Roll of Renown’에 헌정된 가수였다.
1992년 브리즈번(Brisbane)에서 호주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하는 슬림 더스티(Slim Dusty. 왼쪽). 그는 항상 호주 아웃백 모자를 쓰고 다녔으며, 영국 왕실은 모자가 그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해 모자를 착용한 채 군주를 알현하는 것을 허용했다. 사진 : Facebook / The Slim Dusty Centre)
이 노래는 퀸즐랜드 북부 잉엄(Ingham)의 댄 쉬한(Dan Sheaha)이 쓴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고든 파슨스는 1954년 시드니 인근 윈저(Winsor) 지역 글로소디아(Glossodia)에 거주하는 지인 조지 토마스(George Thomas)의 50살 생일에 맞춰 곡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3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 전, 슬림 더스티는 106번째의 음반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지금의 호주 국가(National Anthem. ‘Advance Australia Fair’)가 결정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왈칭 마틸다’(Waltzing Matilda)는 비공식 호주 국가로 인정됐으며, 국가를 결정하는 국민 투표에서도 이 음악은 높은 지지를 받았는데, 여러 가수들이 부른 노래 중 더스티의 ‘왈칭 마틸다’가 최고 인기였다.
그는 시드니 북부, NSW 주 노스 코스트 지역(North Coast region)의 농촌타운인 켐시(Kempsey)에서 태어났다. 켐시는 시드니에서 약 345킬로미터, 퀸즐랜드 브리즈번으로 이어진 해안도로인 퍼시픽 하이웨이(Pacific Highway) 상에서 내륙으로 약 15킬로미터 거리에 자리한 인구 1만여 명의 작은 타운으로, 현재 이곳에는 그를 기리는 ‘Slim Dusty Center’(490 Macleay Valley Way, South Kempsey)가 마련되어 있으며, 매년 10월 ‘Slim Dusty Country Music Memories Week Kempsey’라는 이름으로 컨트리 음악 이벤트가 펼쳐진다.
호주 전역을 돌며 활동하던 시절, 울룰루(Ululu) 앞에서의 더스티. 그의 노래 중 하나인 ‘There's a rainbow over the rock’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이다. 사진 : The Slim Dusty Centre
이는 ‘켐시의 자랑스런 아들’(Kempsey's Favourite Son), 슬림 터스티가 남긴 호주 컨트리 음악의 유산을 기념하는 이벤트로, 호주의 유명 가수들이 대거 참여해 켐시 쇼그라운드에서 더스티가 남긴 음악을 통해 그를 기리며, 더불어 호주 컨트리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행사로 펼쳐진다. 또 이벤트를 통해 확보된 수익금은 ‘Slim Dusty Center’에 기부된다.
비단 호주에서뿐 아니라 더스티는 컨트리 음악 애호가가 많은 국가들에서도 최고 인기 반열에 있는 가수이다. 이런 점을 감안, 세계 최고의 엔터넷 검색엔진인 ‘구글’(Google)이 지난 10월 22일, 슬림 더스티를 기념한 로고를 자사 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기념 로고(‘Google Doodles’)로 게시, 화제가 됐다. ‘구글 두둘스’는 휴일이나 기념일 또는 위대한 예술가, 개척자, 과학자의 삶을 기념하고자 구글 사가 흥미롭게, 때로는 색다른 이미지 표현으로 제작해 자사 사이트 메인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이다.
호주 최고의 컨트리 음악 아이콘인 슬림 더스티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 ‘Aussie icon’= 호주 컨트리 음악의 매력이 아웃백 개척자들의 이야기(특히 영국의 죄수 유배지에서 새로운 땅을 탐험, 개척하며 하나의 국가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상징한다는 측면에서)에 있다면, 더스티의 재능은 공감을 주는 스토리텔링과 멋진 곡을 감동적으로 전달한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G'Day G'day’, ‘Duncan’, ‘A Pub With No Beer’ 등을 포함해 수많은 곡들을 선보였으며,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진 ‘부시 발라드’(bush ballads)로 유명했다. 그리고 이는 그가 만들어낸 최고의 음반판매 기록의 기반이었다.
▲ 우주에서 지구로 전송한 음악의 최초 주인공= 고향인 NSW 중북부, 켐시(Kempsey) 인근, 눌라 크릭(Nulla Creek)에서 자란 이 소년은 후에 ‘우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지구에 전송한 최초의 가수’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한 아웃백 농장지대 공연에서 세계적 히트곡 ‘A Pub With No Beer’를 선사하는 슬림 더스티. 그는 이 음악을 내놓아 컨트리 음악으로 세계적 히트곡 1위를 차지한 최초의 호주인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사진 : youtube 동영상 캡쳐
1983년 미국 우주선 콜럼비아 호(spaceship Columbia)가 호주 상공을 지날 때 우주비행사들은 슬림 더스티가 부른 ‘왈칭 마틸다’(Waltzing Matilda)를 지구로 전송했다.
그는 또한 새 천년의 첫 올림픽(2000 Sydney Olympic Games) 폐막식에서 바로 이 상징적인 음악을 단독으로 선사했으며, 이 장면은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전해졌다.
▲ “모자는 그대로 쓰셔도 됩니다”= 슬림 더스티는 호주의 상징적인 모자(오늘날 ‘Akubra’ 회사가 선보이는 아웃백 모자와 같은)로 유명했는데, 그는 이 모자의 앞부분 챙을 아래로 약간 접어서 쓰고 다녔다.
지난 1992년 지금은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브리즈번(Brisbane)을 방문했을 때, 더스티는 여왕을 알현할 기회가 있었다. 이 때에는 모자를 벗는 게 군주에 대한 예의였다. 하지만 왕실은 아웃백 모자가 슬림 더스티의 일부임을 인정, 모자를 착용한 채 여왕을 알현할 수 있다고 허가했다.
▲ 더스티의 고향은= NSW 중북부 해안 타운인 켐시(Kempsey)에서 태어났으며, 이곳 인근 눌라눌라 크릭(Nulla Nulla Creek)의 낙농장에서 자랐다.
▲ 더스티의 본명은= 데이빗 고든 커크패트릭(David Gordon Kirkpatrick)이다. 10살 되던 해 더스티는 첫 번째 컨트리 음악 ‘The Way the Cowboy Dies’를 작사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1살 때 슬림 더스티로 이름을 바꾸었다.
▲ 사망 원인은= 76세 되던 해인 2003년 9월 19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드니의 자택에서 사망할 당시 부인 조이(Joy), 아들 데이빗(David), 딸 앤(Anne)씨가 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그의 장례는 이례적으로 국장(state funeral, 國葬)으로 치러져 당시 존 하워드(John Howard) 연방총리, 사이먼 크린(Simon Crean) 노동당 대표, 피터 비티(Peter Beattie) 퀸즐랜드 주 총리 등이 참석해 그를 기렸다.
슬림 더스티와 아내 조이 맥킨(Joy McKean). 딸 앤 커크패트릭(Anne Kirkpatrick)씨는 부모에 대해 ‘영혼의 단짝’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진 : The Slim Dusty Centre
장례식에서 유명 컨트리 가수 트로이 케사르 데일리(Troy Cassar-Daley), 캐시 챔버스(Kasey Chambers)가 추모 음악을 맡았다.
기업가 딕 스미스(Dick Smith)씨는 추모사에서 더스티를 ‘가장 전형적인 호주인’이라 칭했다.
▲ 대다수 국민들, ‘국보’(national treasure)로 인정= 슬림 더스티는 호주 최고 컨트리 음악 축제인 ‘Tamworth Country Music Festival’에서 다수의 금상과 플레티넘 레코드상, 38회에 걸쳐 최고 가수에게 주어지는 ‘골든 기타’(Golden Guitar)를 차지했다.
또한 호주 국민들에 의해 ‘호주 국보’(Australian National Treasure)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유 목축장 농부의 아들인 그는 호주음반산업협회(Australian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ARIA)의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헌정된 대중가수 중 한 명이다.
호주 조폐국(Royal Australian Mint)은 그의 생애를 기념하는 주화를 발행했으며 2015년에는 그의 고향인 켐시에 ‘Slim Dusty Center and Museum’이 문을 열었다.
사망 당시, 그는 자신의 106번째 앨범을 녹음 중이었다.
▲ 딸 앤씨의 아버지에 대한 추모= 이번 구글 두들스 작업에 슬림 더스티 가족은 구글 사와 협력했다. 슬림 더스티 기념 로고를 출시하던 날, 딸 앤 커크패트릭(Anne Kirkpatrick)씨는 아버지의 유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수이자 연기자로서, 그의 타고난 재능을 믿으려면 보고 들어야 했으며, 나는 여전히 아버지가 호주에서 가장 인정받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믿습니다... 눌라 크릭에서 자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 무대에 기타 하나 들고 단독으로 서서 ‘왈칭 마틸다’를 부르기까지는 먼 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받은 수많은 수상과 영예는 놀라운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슬림 더스티라는 사람과 그의 음악이 사람들의 삶의 조직에 어떻게 짜여지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그의 음악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유투브(youtube.com)에 게시되어 있는 슬림 더스티의 ‘왈칭 마틸다’(Waltzing Matilda) 동영상. 호주 ‘국민가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노래는 많은 가수들이 불렀으나 호주인들은 더스티가 선사한 곡을 가장 좋아했다. 사진 : youtube 동영상 캡쳐
▲ ‘내 모든 꿈은 마침내 다 이루어졌다’= 앤 커크패트릭씨는 ABC 방송에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언급했다. 그녀에 따르면 더스티는 그 자신이 ‘부시 사람들의 성경’(Bible of the Bush)이라 칭했던 헨리 로손(Henry Lawson. 19세기 후반, 동시대 시인인 Banjo Paterson과 함께 호주의 가장 유명한 문학가이자 ‘bush poet’으로 꼽히던 사람)의 시가 닮긴 책을 소중히 여겼다.
슬림 더스티는 말년의 나이가 되자 자신이 가장 아꼈던 이 시집 표지에 ‘내 모든 끔은 마침내 성취되었다’(All my dreams and ambitions are basically fulfilled)라고 썼다.
앤 커크패트릭씨는 “그것은 영혼의 동지인 어머니를 만나 엄청난 재능과 추진력을 가졌던 11살의 ‘슬림’(slim)한 소년이 마침내 ‘슬림 더스티’가 되는 꿈이었다”면서 “그들(아버지와 어머니)은 함께 꿈을 실현시켰고,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성취한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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