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동당 정부는 수년 만에 약 40억 달러의 예산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상징적으로, 이는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에서 가장 큰 승자일 수 있다. 반면 지난 9년간의 집권 기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한 채 노동당의 예산운용을 비판해 온 야당(자유-국민 연립)은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패자일 것이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상징적 승자와 패자는 첫 해 흑자 일궈낸 집권정부-예산운용 미숙 비난했던 야당
올해 약 40억 달러의 예산 흑자를 일궈낸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의 두 번째 예산계획은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현재 인력부족이 특히 심각한 노인요양 시설 근로자 임금 인상을 위해서도 상당한 예산(113억 달러)이 배정됐다. 반면 가스 생산회사는 세금 변경으로 연간 24억 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며 약 320여 의약품에 대한 구입비용 절감을 제공하는 ‘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 개편 방침도 그대로 시행된다.
2023-24년 예산계획의 승자와 패자를 알아본다.
■ Winners
▲ The budget bottom line
짐 찰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이번 회계연도 정부 예산이 40억 달러의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향후 몇 년 동안 예산적자 폭을 크게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적자는 139억 달러로 1년여 만에 누적 적자는 821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간 예산 적자는 향후 2년 동안 351억 달러 및 366억 달러로 증가하겠지만 이후 다시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상품가격 및 정부 세금 수입 증가로 향후 5년간 전반적인 수익 개선은 1,259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Cost of living
이 부분에 책정한 146억 달러의 생활비 패키지(cost-of-living package)는 JobSeeker, Austudy, Youth Allowance 수혜자들에게 2주(fortnight)에 40달러씩 인상하는 것으로, 이는 새 회계연도 전체 예산계획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약 5만2,000명의 사람들이 JobSeeker 보조금으로 2주에 92달러의 추가 금액을 받게 된다. 자녀가 8세가 된 홀부모의 경우 이전까지는 양육비(2주에 922달러) 대신 JobSeeker로 전환돼 745달러를 지원받았으나, 자녀 연령이 14세까지로 연장됨에 따라 상당수의 홀부모가 혜택을 보게 된다. 이는 지난 2012년 노동당 정부가 변경했던 규정을 새 노동당 정부에서 다시 뒤집은 것이다.
아울러 최대 5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500달러의 에너지 사용료 감면 혜택도 마련되어 있다.
▲ Health
16세 미만 어린이 및 청소년, 연금수령자, 할인카드 소지자는 더 많은 의료 진료에서 혜택을 보게 된다. 도시 지역 의사들은 벌크빌링(bulk-billing)에 20달러를, 지방 지역 의사들은 40달러를 정부에 청구할 수 있다. 또한 ‘My Health Record’를 현대화하고 디지털 보건 에이전시를 설립하며 더 많은 이들이 무료 폐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약 320개 의약품 구입비용 또한 한결 저렴해진다.
▲ Renewable energy
호주의 신흥 녹색 수소산업은 주요 미국 정부 투자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 대응으로 20억 달러의 지원을 받게 된다. 청정연소 연료를 생산하는 업체는 킬로그램 단위로 지불되는 크레딧으로 보상된다.
▲ Renovators
기후변화에 맞추어 주택을 개조하려는 10만 가구 이상은 태양열 패널, 이중 창, 에너지 효율적 가전제품 및 커튼에 이르기까지 금융기관으로부터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자율은 각 금융기관에 따라 다르다.
오는 7월 1일부터 JobSeeker, 홀부모 등 각 복지수당 수혜자들은 추가 혜택을 받게 된다. 사진은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 발표에 앞서 전반적인 내용을 밝히는 짐 찰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 Galleries, museums, parks
연립(자유-국민당) 정부 하에서 수년 동안 지원되지 않았던 공공 예술부문의 건축물 수리, 개조 및 디지털 컬렉션 저장 등을 위해 거의 10억 달러가 제공된다. 이 자금은 국립도서관 1억4,600만 달러, 국립미술관 1억1,900만 달러, 국립 박물관 7,800만 달러, 어린이 과학박물관 ‘퀘스타콘’(Questacon) 6,000만 달러 등 총 5억3,500만 달러이다.
아울러 카카두(Kakadu), 울룰루-카타추타(Uluru Kata-Tjuta)를 포함한 주요 국립공원도 향후 4년에 걸쳐 3억5,500만 달러를 지원받아 필요한 인프라를 강화하고 울룰루 지역의 무티출루 커뮤니티(Muṯitjulu community) 지역에도 필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 Spots fans in Launceston, Hobart and Brisbane
오는 2032년 하계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을 위해 향후 4년간 10억 달러를 포함, 브리즈번 아레나(Brisbane Arena) 개발을 위한 25억 달러 상한의 투자가 계획되어 있다. 론세스톤(Launceston, Tasmania)은 기존 UTAS 스타디움 재개발을 위해 6,500만 달러를 지원받으며, 호바트(Hobart, Tasmania)는 새 AFL 팀을 위해 매콰리 포인트(Macquarie Point) 스타디움에 2억4,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 Pacific security
호주와 태평양 지역 동맹국 간의 법 집행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안보 인프라 및 기능 업그레이드를 위해 14억 달러가 배정됐다. 또한 Pacific Australia Labour Mobility 계획 확장에 3억7,000만 달러가 투입되며 솔로몬 제도의 Sasape International Shipyard는 시설 업그레이드를 위해 호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는다.
■ Losers
▲ The opposition
야당의 피터 더튼(Peter Dutton) 대표에게는 보다 나은 정부 공격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 노동당 정부 이전, 지난 수년 동안 연립 야당은 케빈 러드(Kevin Rudd)-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로 이어진 노동당 정부가 예산 흑자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큰소리 쳤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집권한 자유-국민 집권 정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지난해 5월 연방선거에서 패한 야당 내각 재무담당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의원(자유당)은 “drover’s dog could deliver a budget surplus this year”라는 심한 말로 현 알바니스 정부를 공격했지만 올 회계연도, 노동당 정부는 ‘보란 듯이’ 흑자 예산을 일궈냈다. 야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망한 상황이 된 셈이다. 이제 야당은 적은 규모이지만 흑자를 인정하고 생활비 압박 문제로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 Gas companies
LNG 생산회사는 ‘Petroleum Resources Rent Tax’ 변경에 따라 추가로 24억 달러의 세금을 납부하게 됐다. 세금 공제는 상한선이 정해지며 보다 엄격한 규정준수 조치에 직면하게 된다. 이 부분 정책 변경은 예산계획 이전에 검토되었으며, 재무부의 이 같은 결정은 이 검토에 따른 것이다.
연방 예산안 내용을 전하는 Nine Network의 ‘Today’ 프로그램.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 Phamacists
연방 보건부 마크 버틀러(Mark Butler) 장관은 약사조합(Pharmacy Guild) 트렌트 투메이(Trent Twomey) 회장의 호소에 동요하지 않았다. 장관은 만성질환자들이 매일 복용해야 하는 320여 약품 2개월 분량을 1개월 분량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계획을 변경하지 않았다(한국신문 5월 5일 자 관련 기사 참조).
Pharmacy Guild는 일반 의약품에 대해 환자가 연간 최대 180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된 제도 변경으로 인해 각 약국의 연간 비용감소는 17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 Smokers and vapers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매년 5% 인상되면서 흡연자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전자담배 구입도 까다로워졌다.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으로 정부는 33억 달러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며, 이 세수의 일부는 각 주(State & Territory) 정부에 제공된다. 한편 정부는 흡연 및 전자담배 흡입을 막기 위한 계획에 6,300만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전자담배 구입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정이 조만간 시행된다.
▲ Multimillionaires
퇴직연금(superannuation)이 300만 달러 이상인 약 7만 명의 부유층은 세금감면 혜택이 대폭 줄어든다. 300만 달러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적용되는 세율이 15%에서 30%로 증가하는 것이다. 이 규정으로 인해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9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 People coming to Australia
여행자, 워킹홀리데이 메이커, 기타 훈련이나 일을 위해 호주로 입국하는 이들, 투자자들은 비자 카테고리에 따라 수수료가 6%에서 40%가량 인상됨으로써 적지 않은 재정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태평양 지역 도서민들이 노동력 제공을 위해 호주로 입국하는 비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 조치로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6억6,500만 달러의 수입을 얻을 것으로 추정한다.
▲ Mental health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에는 정신건강 부문을 위한 자금, 정신건강관리 접근의 확장 계획이 거의 없다. 지난 1월, 메디케어(Medicare)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심리상담 세션 수를 20개에서 10개로 줄이기로 한 결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500명의 심리학 대학원 과정, 2,000명의 정신건강 관리자 교육 세션을 위한 향후 5년간의 9,130만 달러 지출이 마련되어 있다.
지난 5월 9일(화) 저녁 7시30분, 2023-24년도 예산계획 발표에 앞서 캔버라 의사당 앞에서 기자들에게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는 짐 찰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 No Change
▲ NDIS
NDIS는 정부 예산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분야로, 앞으로 몇 년 동안 늘어날 것이지만 정부는 이를 억제하려 노력하고 있다. 2026년부터 이 부문의 지출 증가를 연간 8%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재무부 추정에 따르면 이 같은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지난해 10월 내놓은 예산에서의 예측과 비교해 향후 10년간 약 59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Taxpayers
내년 7월부터 시행될 3단계 세금감면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 3단계 세금감면은 37%의 세율을 폐지하고 32.5% 세율을 30%로 낮추며 최고 세율 기준을 연간 18만1달러에서 20만1달러로 높인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정부 지출은 향후 4년 동안 6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계획은 특히 더 부유한 이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기에 강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정부는 이를 폐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저소득-중간소득 계층을 위한 2개 단계의 감면계획은 이전 연립 정부에서 이미 발효됐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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