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약 2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라 4천 개 이상 일자리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실업률도 전월(3월)이 비해 0.2%포인트 높아진 3.7%로 집계됐다. 사진은 ABS의 실업률 관련 뉴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RBA 금리인상 ‘유예’ 압력될 듯... 일자리 4천 개 손실-구직자 거의 1만9천 명 증가
지난 달(4월) 호주 실업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치로 집계되면서 호주 중앙은행(RBA)으로서는 다음 달(6월) 기준금리 인상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는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넷째 주 통계청(ABS) 자료에 따르면 4월 호주 실업률은 3.7%로 예상보다 높았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이 근로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RBA에 경기침체의 더 많은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ABS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4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는 이들은 거의 1만9,000명이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단체들은 다음 달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더 많은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BA는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해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0.1%에서 5월 현재 3.85%로 급격히 올려놓았다. 이로써 올해 첫 3개월 동안의 인플레이션은 7%로 완화됐다. RBA는 금리 인상이 경제를 둔화시키고 내년 중반까지 실업률을 4.1%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National Australia Bank(NAB)의 로스 맥이완(Ross McEwan) 최고경영자는 기업들이 여전히 노동력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징후를 들어 경제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자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5월 18일(목) NAB가 내놓은 데이터에 따르면 중소기업(small and medium business) 3곳 중 한 곳은 노동력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ABS의 4월 실업률 수치가 공개되기 전, 맥이완 CEO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려면 ‘더 강경한 요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호주가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잡지 못한 가운데 RBA가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금리를 움직이는 것”이라며 “높은 물가를 진정으로 고정시켜야 하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4월) 실업률 수치와 관련, 짐 찰머스(Jim Chalmers. 사진) 연방 재무장관은 “실업률이 소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 고용시장은 여전히 강하며, 글로벌 불안정에 맞춰 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현재 NAB는 앞으로 몇 달 사이, 한두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 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인 알란 오스터(Alan Oster) 연구원은 6월, 이자율이 높아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투자은행 HSBC의 호주-뉴질랜드 및 글로벌 원자재 담당 폴 블록섬(Paul Bloxham) 선임연구원은 실업률과 임금 수치가 RBA에 곧바로 금리를 인상할 동기를 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고용시장, 인플레이션이 현 시점에서 예상한대로 계속 모멘텀을 잃으면 RBA의 기준금리는 다음 분기, 3.85%에서 보류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다른 투자은행 AMP의 다이아나 무시나(Diana Mousina) 경제연구원도 2025년 중반까지 인플레이션을 2~3%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RBA 목표를 위협하는 급격한 임금 문제는 현재 없다고 판단했다. “하루 앞서 발표(5월 17일)된 임금지수 데이터와 함께 약한 고용수치는 호주가 임금 이탈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며, 이는 RBA가 6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현금금리를 인상할 급박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실업률 수치와 관련해 짐 찰머스(Jim Chalmers) 연방 재무장관은 “실업률이 소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 고용시장은 여전히 강하며, 글로벌 불안정에 맞춰 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은 “매우 심각한 글로벌 불확실성과 결합된 높은 금리로 실업률이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실업률이 3%대에 머문 현 시점에서 실질적인 글로벌 불확실성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 내각 재무 담당인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장관은 “실업 수치의 현실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으로, 집계 기간에 부활절 연휴가 있었음에도 월 근로시간은 이전 달에 비해 2.6%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는 한편으로, 고용주들이 부족 인력을 채울 수 없어 남은 인력이 더 일을 해야 했던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며, 이는 노동당 정부 하에서 실질임금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시기별 실업률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 Source : ABS
호주 최대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인 ‘Seek’ 수치에 따르면 현재 자사에 광고된 일자리 수는 감소하고 있으며 이달의 경우 구인광고 수는 4월에 비해 1.4% 줄었다. 또 지난 12개월 사이 일자리 광고 감소는 19.1%에 달한다.
‘Seek’의 매트 코길(Matt Cowgill) 선임 경제연구원은 “4월 고용수치는 단지 한 달치의 높아진 실업률 데이터이지만 (자사의) 구인목록 데이터를 통해 예측된”이라고 말했다. 즉 “노동시장이 둔화되고 노동인력 수요가 하락하고 있으며 지난해 경험했던 타이트한 노동시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재 호주 공정근로 당국인 ‘Fair Work Commission’은 (현재 가장 낮은 임금 상태에 있는) 약 20만 명의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또한 최대 27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기본임금을 검토하고 있다.
현 연방정부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있으며 각 산업별 노동조합은 7% 인상을 요구한 상태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인 단체로 최대 고용주 로비그룹이라 할 수 있는 ‘Ai Group’(Australian Industry Group)은 다음달(6월)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3.8%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의 이네스 윌록(Innes Willox) 대표는 최대 3.8% 인상에 대해 “현재의 어려운 경기 상황과 3~4%의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RBA의 견해를 고려할 때 적절한 수준”이라면서 “임금상승률이 예상 범위를 넘어설수록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고 실업률이 가파르게 높아질 위험 또한 크다”고 말했다.
호주 상공회의소(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 앤드류 맥켈러(Andrew McKellar) 최고경영자는 최저임금 3.5%를 지지하면서 “임금이 현재의 높은 물가수준을 추격한다면 인플레이션 수치는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시기별 임금 및 물가상승 지수
(시기 : Annual Wage Price Index-% / Annual Consumer Price Index-%)
2013년 3월 : 3.1% / 2.5%
2013년 9월 : 2.6% / 2.2%
2014년 3월 : 2.7% / 2.9%
2014년 9월 : 2.6% / 2.3%
2015년 3월 : 2.3% / 1.3%
2015년 9월 : 2.3% / 1.5%
2016년 3월 : 2.1% / 1.3%
2016년 9월 : 1.9% / 1.3%
2017년 3월 : 1.9% / 2.1%
2017년 9월 : 2% / 1.8%
2018년 3월 : 2% / 1.9%
2018년 9월 : 2.3% / 1.9%
2019년 3월 : 2.3% / 1.3%
2019년 9월 : 2.2% / 1.7%
2020년 3월 : 2.2% / 2.2%
2020년 9월 : 1.4% / 0.7%
2021년 3월 : 1.4% / 1.1%
2021년 9월 : 2.2% / 3%
2022년 3월 : 2.4% / 5.1%
2022년 9월 : 3.2% / 7.3%
2023년 3월 : 3.7% / 7%
Source: ABS
김지환 기자 herald@koreas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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