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년을 기해 호주 전쟁기념관(Australian War Memorial)이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한 안작부대원의 모습을 담은 순회 사진전을 마련했다. 1915년 5월 터키(Turkey) 갈리폴리 반도(Gallipoli Peninsula). 선임 장교들이 병사들에게 해변 위에 참호를 파도록 명령하고 있다(사진).
호주 전쟁기념관, 갈리폴리 안작 부대원들 모습 선보여
“인간은 미쳤다! 이 전쟁을 지속한다는 것은 미친 짓임에 틀림없다. 이 지독한 살육전이라니... 이 끔찍한 공포와 즐비한 시체를 보라! 내가 본 이 참상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지옥이라 해도 이처럼 끔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미쳤다!”
(프랑스 보병 중위 알프레드 주베르가 사망하기 전에 적은 일기. <참호에서 보낸 1460일>에서 발췌).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지도를 바꿔놓은, 아니 단순히 지도만 바꿔 놓은 것이 아니라 이후 세계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은 전쟁이기도 하다. 특히 산업혁명을 겪은 국가들이 인력과 자원을 모조리 쏟아서 벌인 인류 역사상 첫 번째 현대전이었던 1차 세계대전은 유럽의 독주를 무너뜨리고 미국을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시켰다.
1914년 7월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세르비아의 전쟁으로 촉발되어, 1918년 11월 11일까지 전개된 제1차 대전 동안 군인 900만 명, 민간이 800만 명이 희생됐으며, 부상자만도 1900만 명에 달했다. 기관총, 참호, 독가스, 비행선 폭격으로 대표되며 또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조직적인 양민학살이 벌어진 전쟁이기도 하다.
관련된 국가들 수만도 35개국에 이르는 대규모의 전쟁이었으며, 전장이 확대된 최초의 전쟁이었기 때문에 세계대전(世界對戰)이란 이름이 붙었고, 그래서 ‘Great War’는 제1차 세계대전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됐다.
당시 호주도 연합군을 이끌던 영국의 요청으로 젊은이들을 파병한다. 호주-뉴질랜드 군인들로 구성된 안작(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 ANZAC)부대원들이다. 지중해 원정을 맡은 영국군 지원부대이기는 했으나 독자적인 작전구역을 할당받았던 안작부대원은 이집트를 거쳐 터키 갈리폴리(Gallipoli) 반도 상륙작전을 전개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작전이었다. 하지만 호주군의 1차 세계대전 파병은 이후 호주 국민들에게 많은 교훈과 각성을 남겼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년을 기해 호주 전쟁기념관(Australian War Memorial)이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한 안작부대원의 모습을 담은 순회 사진전을 마련했다.
이번 순회전의 사진들은 당시 군 의무장교로 참전했던 찰스 라이언 경(Sir Charles Ryan)이 자신의 카메라에 담은 39장의 장면들이다. 이 사진들은 갈리폴리 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의 생생한 모습을 통해 전쟁에 임한 이들의 솔직한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호주 전쟁기념관의 이사 중 하나인 브랜든 넬슨 박사는 “전장의 모습을 표현한 멋진 사진”이라며 “전장의 건조한 풍경, 참호 속의 탈진한 군인들, 불결한 대피호, 전사자를 묻는 참혹한 풍경 죽은 전우를 묻는 장면 등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는 사진들”이라고 말했다.
전쟁기념관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액자 사진은 물론 이를 디지털화하여 보여준다. 액자 사진 전시는 호주 전역 30개 이상 지역을 순회하며 선보이며, 디지털 버전은 70개 이상 지역에서 전시할 예정으로, 여기에는 각국 공관도 포함되어 있다.
넬슨 박사는 각 지역의 전시 장소를 이미 확보했다면서 많은 이들의 관람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은 찰스 라이언 경은 이 불행한 전장에 참전했던 외과 의사였다. 19세기 말 터키 군대에서 의사로 재직하기도 했던 그는 글렌로완(Glenrowan)에서 마지막 저항을 벌인 뒤 체포된 호주 산적 네드 켈리(Ned Kelly)를 치료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