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청년들은 지금 높은 실업률에 아픈 청춘을 보내고 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세계 청년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고, 2016년에는 45%가 실업자이거나 비정규직과 같은 불안한 고용 혹은 저임금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도 10%가 넘고,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22.1%이다.
어려운 시기에 꿈을 찾아 낯선 곳에서 공부를 하고, 높은 실업률을 뚫고 일을 찾아야하는 유학생은 더 높은 불안을 안고 있을 것이다. 언어의 장벽에도 부딪혀야 하고, 의지할 곳도 없어 외로움도 이겨내야 할 것이다. 이들에게 용기를 주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아마도 꿈일 것이다. 꿈은 희망을 주고 세상에 도전할 힘을 준다. 패기와 열정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강주형씨를 만났다.
● 파리에는 언제 왔나요?
2013년 2월에 와서 루앙의 어학원에 다녔어요. 6개월 과정의 집중코스를 듣고는 그 해 9월에 파리의 패션예술고등기술학교인 에스모드(ESMOD)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3년과정을 마치고, 졸업심사가 끝난 상황입니다.
● 유학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어머니께서 옷에 관심이 많으셔서 집에는 패션에 관한 책과 잡지들이 많았어요. 어릴 때부터 옷 관련 잡지들을 자연스레 보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외국잡지를 보면서 외국에 대한 동경이 생겼어요. 넓은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고, 패션에 대한 관심도 생기면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졌죠.
한국에서 패션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려면 입시미술을 해야 했는데, 학원에 가니 제가 학교에서 받던 주입식 교육과 똑같은 거예요. 제가 원하던 방식이 아니어서 파리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았어요. 유학을 가려면 군대부터 다녀와야 해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했습니다. 군대에서 독학으로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제대해서는 바로 유학준비를 하고는 2013년에 프랑스에 오게 되었습니다. 어학원을 다니면서 에스모드에 서류 등록을 했어요. 서류 합격하고,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인터뷰를 해야 했는데 긴장을 많이 했어요. 인터뷰가 아주 중요했거든요. 다행히 합격이 되어 9월부터 에스모드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 학교에 다니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역시나 언어가 가장 힘들었어요. 어학원과는 달리 교수들이 말을 잘하지 못하면 무시를 많이 했거든요. 1년 더 어학공부를 하고 학교에 들어왔어야 했나 후회를 하기도 했죠. 교수들의 무시나 수업을 쫓아가지 못해 포기한 학생들도 많았어요. 이해는 해요. 저를 비롯해 프랑스어가 서툰 외국인이 많았으니 일일이 어학원처럼 배려를 하지 못했을 것이란 것을요.
첫 학기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무시당하는 느낌, 패션에 관한 전문 용어부터 수업 따라가기도 어려웠고 의사소통도 힘들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것은 과제로 준비한 작품을 프랑스어로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커서 좌절감도 컸습니다.
어떻게든 버티고 해내고 싶어 2작품을 해가야 한다면 10작품을 준비할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과제만이 나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고,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았지요.
나와의 싸움으로 이 과정을 끝내야 제가 하고 싶어 하는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가는 것이라 1학년 때는 미리 내용을 써서 외워가기도 했습니다.
● 졸업작품을 보니 한복이 보여요?
주변에서도 한복의 느낌이 보인다고 해요. 의도한 것은 아닌데 3년 동안 학교에서 한 작품에 한복이 가미되어 있었어요. 만들다 보니 의도하지 않지만 의도한 것처럼 작품 안에 녹아있어, 저도 처음에는 이유가 궁금했죠. 한국적 정서가 제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으로, 저의 무의식과 의식이 경계를 넘나들며 저만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졸업 작품은 반응이 아주 좋아 좋은 점수로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한국의 전통에 저의 시선으로 새롭게 접목한 것이 신선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졸업도 하고, 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온 것에서 벗어나 제가 의도해서 창작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할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졸업심사를 6월에 통과했기에 12월 안에 3개월 동안 수습을 해야만 정식 졸업장을 받을 수가 있어요. 6월까지는 졸업 작품을 준비해야 해서 수습에 관한 준비를 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여기저기 메일은 보내고 있지만, 여름 휴가철이라 9월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수습 찾기가 힘들어서, 혹은 회사에 들어가 수습으로 일하는 것이 힘들어 포기하고 돌아가는 친구들도 있어요. 우선은 학교에 다닐 때 최선을 다했듯이 최선을 다해 구해 보고 결과를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 유학생으로 가장 힘든 것은?
제일 힘든 것은 모든 행정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예요. 집을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 집에 관련된 서류, 공과금 납부, 은행 등 수많은 서류를 준비하고 해결해야 할 때 학업과 병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수습을 찾아야 해 편하게 지내지 못해요. 그리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공부를 하기에 잘하고 싶은 심리적 압박감도 커서 공부를 더 열심히 했고, 학기 중에는 과제가 너무 많아 일을 못했지만, 방학에는 일을 해요. 지금도 방학이라고, 졸업심사 끝났다고 편히 쉬며 다른 일에만 전념을 할 수가 없어요. 한국의 잡지사에서 화보를 찍으러 올 때 촬영 보조로 일하며 장소 섭외, 연예인 통역 등 일이 들어오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 패션이란?
제게 패션이란 예술성에 앞서 입을 수 있는 옷이어야 해요. 그리고 제가 만든 옷을 입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합니다.사람들이 옷을 좋아하는 이유가 입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은 보통 아름답게 보일 때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제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찾아서, 누가 봐도 아름다운 옷,입을 수 있는 옷, 입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옷을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예술성이 함께하는 옷이어야 하고요. 예술이란 제가 생각할 때는 그 작가만의 세계가 구축되어 표현되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전시, 영화도 자주 보고, 음악도 듣고, 사회에 대한 관심이나, 책도 놓지 않고 읽고 있어요.
만든다는 것은 창작한다는 것으로 작품 안에 철학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내 작품이 된다고 믿기에 열심히 듣고 보고 읽고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더불어 아이디어도 얻기 위해서요.
●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겠죠?
일단 졸업과 경험을 쌓기 위해서 수습을 하고 회사에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서 프랑스에서 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은 유행을 따라가는 패션이예요. 유행 아이템으로 성공하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상업성을 따라가야만 해요. 여기는 유행보다는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어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 혹시라도 수습으로 일할 곳을 찾지 못하면 직접 해보려고 자료 조사 중이예요. 체류증이 다행히 내년 여름까지라 공모전에도 도전할꺼예요. 만약을 대비해 여러 가지 준비하느라 바쁘게 지내는 중이예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알고 그 길을 가는 강주형 씨는 행운아이다. 긴 시간동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지 못한 사람도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면서 일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여건이 허락되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그 행운을 알아차리고 열정으로, 패기로 준비하고 도전하는 그에게 어려운 일이 찾아와도 학교에서도 그랬듯이 근성을 가지고, 미리 여러 가지를 준비하며 길을 만들어 내려고 애쓰던 만큼 잘해내리라 믿으며,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