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Cie Carolyn Carlson
제19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시댄스)초 청작으로 카롤린 칼송 무용단 ‘단편들’이 오는 9월 28일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단편들’은 “로스코와 나의 대화‘, ‘불타는’, ‘바람 여인’등 세 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타는’공연에서 한국인 무용수 원원명의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안무가 카롤린 칼송은 프랑스 현대무용의 중심이자 뿌리로, 누벨 당스의 선구자로 불린다. 카롤린 칼송 무용단 ‘단편들’은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 현대무용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프랑스 포커스’로 초청받았다.
이번 한국 공연을 떠나기 전에 원원명 무용수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누었다.
● 무용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와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무용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춤, 노래, 악기 다루기,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고,뭔가 만드는 것도 좋아했어요. 여행, 다큐멘터리 잡지, 사진, 자연/과학, 세계역사관련 책, 무술, 골동품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춤은 항상 다리를 떨고 다닐 정도로 좋았어요. 박남정, 마이클 잭슨, 엠씨 해머 춤을 추고 다녔죠. 할머니와 어머니는 제가 밥상 앞에서나, 길거리에서 춤을 추면 “지랄한다! 이 날라리야! 딴따라 되려고 그러냐? 다리 떨면 복 나가”하며 질색을 하셨죠.
무용을 접하게 된 계기는 90년대에 연극지망생 생활을 하면서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 서울 대학로를 오가며 연극지망생 생활을 했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뮤지컬 배우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고전뮤지컬 영화를 많이 찾아볼 정도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컸었거든요. 노래와 춤을 좋아해서였나봅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뮤지컬이 대중의 관심을 받을 때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돼요.
이곳저곳에서 발레, 재즈무용, 현대무용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신체훈련에 가까운 몸의 훈련이었는데 몸을 움직인다는 게 그냥 춤을 추는 것이 아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러한 작은 관심들이 모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로 목표를 바꾸고 서울예술대학교 현대무용학과와 한국종합예술학교 실기과에서 공부했습니다. 학교에서 무용을 공부할 때는 닥치는 대로, 이리저리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한국무용도 좋아했고,브레이크 댄스도 좋아했고, 발레도 좋아했습니다. 굶주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공부하고, 배우고, 춤추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계속 춤을 추는 것 같아요. 좋았습니다. 그저 춤추는 게 좋았습니다.
photo / 원원명
●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 너무 몸을 많이 사용하여 많이 아팠었어요. 무리한 훈련시간을 통해 몸을 너무 혹사시켰던 것 같아요.골반에 신경통과 염증이 생겨 다리를 쓸 수도 없는 상태까지 와서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통증이 오는지 모르고 가볍게 여겨 그러려니 했습니다. 가벼운 부상 또는 피곤해서 인가보다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뜻밖에도 다양한 검사 끝에 좌골신경통이란 진단이 나왔습니다. 쉽게 완쾌되는 병도 아니고, 무용수에게는 치명적 병이었습니다. 춤을 추거나 무리한 훈련은 하지 말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는 참 난감했어요.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걸을 수조차 없고, 뼈를 긁는 통증까지 있으니 더 힘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참기 힘든 통증이었습니다.
물리치료, 침술, 약 처방을 받아가며 오랜 치료를 했지만 지금도 70% 정도만 회복되었기에, 늘 근력을 강화해주는 훈련과 마사지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긴 공연 스케줄과 엄청난 양의 훈련과 공연을 소화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몸을 쉬도록 하면서요.
● 외국에서 무용을 하게 된 과정은?
다시 춤을 출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되었을 때 외국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저와 긴 인연을 이어지고 있는 안성수(안무가, 안성수 픽업 그룹 /Sungsoo Ahn Pick Up Group) 선생님과 공연을 준비하면서 외국에서 활동해보고자 하는 결심을 하고,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고, 준비를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안무가들인 빔 반데케이부스(Wim Vandekeybus, Brussels BELGILUM)와 카롤린 칼송(Carolyn Carlson, Paris FRANCE)을 꼭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이 제게는 가짜가 아닌 "진짜" 오리지널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2002년 우연히 스페인 국립무용단 나초두아토( Nacho Duato, Madrid SPAIN) 공연/예술의 전당극장에서 에르베 팔리토(Hervé Palito)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무용단 어시스턴스였던 에르베 팔리토(Hervé Palito)와의 만남이 3개월간 마드리드의 스페인 국립무용단에서 무용단의 수업에 매일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아마 이 계기를 통해 지금까지 이어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워크샵을 참가하기 위해 그 당시에 카롤린 칼송의 창작공간이자 무용 단체가 소속되어 있던 아틀리에 드 빠리(Atelier de Paris)에 갔습니다. 그곳에 카롤린 칼송이 없었다면 파리에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워크샵이 끝난 후에 카롤린 칼송으로부터 작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때 한 공동 프로젝트가 "찻집의 호랑이들( Tigers in the tea House)"로 외국에서의 제 첫 번째 공연작입니다.
● 그때부터 파리에 머물며 카롤린 칼송 안무가와 함께 해오고 있는 것이네요?
파리에는 3년 안되게 살았습니다. 그 후 브뤼셀에서 작업( 빔 반데케이부스 / 울티마 베즈)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브뤼셀로 이사를 하게 되었지만 파리 컴퍼니 투어도 함께 해서 파리를 오가며 지냈습니다.
전 카롤린 칼송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게 좋습니다. 젊은 친구들에게서 조차 보기 힘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강력하고 거침없는 창작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양적인 미를 느끼고 바라보는 정서를 가지고 있어 서로 도움이 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려는 열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깊고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잘합니다. 긴 시간과 깊은 신뢰 속에서 예술적 가치관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여기까지 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와인 한잔,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며 울고, 웃으며 마음을 나누며 시간을 보냅니다.
● 지금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거주하시는 중이신데, 파리에서 스톡홀름으로 옮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시발점은 2007~2009년에, 캐나다 몬트리올의 마리슈리나르 컴퍼니 (Company Marie chouinard, Montréal, CANADA)에서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무릎 인대 부상을 입어 무용을 쉬어야 했습니다. 무용단 생활을 잠시 접고 짧은 프로젝트만 하며, 다른 문화를 접하려고 여행을 많이 하고, 시골생활을 하며 말과 가축 등 동물과 식물을 공부하면서 지냈습니다. 그중에서도 말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아미시(Amish)나 몽골리안 유목 민족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준 것이죠. 몸도 서서히 회복이 되어가는 과정과 동시에 말과 같이 살아가는 기술과 지식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어 스웨덴을 몇 차례 방문했습니다. 말수레, 벌목, 장제사 등이 흥미로웠거든요. 스웨덴은 공부하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고 제가 생각할 때 말을 대하는 가장 진보한 지식과 선진화된 환경 등이 갖추어진 나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거처를 스웨덴에 마련해 살면서 카롤린 칼송과 프로젝트 구상을 하면서 무대에 서는 준비도 했죠. 카롤린과 컴퍼니의 이해와 배려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 여러 나라, 여러 도시를 다니며 공연하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다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한국인이나 외국인과 공연 할 때 다른 것이 없습니다. 제게는 모두 ‘사람’입니다
공연스케줄에 따라서 난처한 상황이 가끔 일어 날 때가 있어요. 제가 스웨덴 시골에 살아서 가끔 교통편을 찾기 힘들어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그 외에는 괜찮습니다.
● 이후의 공연 일정과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는 것이 있다면.
한국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9월 28일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그후 10월 22일에 부카레스티(26회 Romanian National Theater Festival. 루마니아) 공연이 있습니다.
꼭 해보고 싶은 것은 특별히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앞으로도 유지만 했으면 좋겠네요. 사실 유지조차도 무척 힘드네요.
그에게 있어 무용은 자신을 표현하는 한마디의 말이다. 몸짓이다. 그런 몸짓이 아무런 이유 없이 좋은 걸 보니 그는 천상 춤꾼이다.
그가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니 프로가 된다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photo / Florent Drillon (Adami)
【한위클리 / 조미진 chomi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