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앙은행이 작년도 예산에서 밝힌 경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연방 재무부 또한 일부 부문의 예산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재무부 스콧 모리슨 장관(Scott Morrison).
연방 예산 내년도 적자폭, 최대 110억 달러에 이를 수도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이 최근,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정부가 지난 5월 예산에서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어야 한다고 최근 밝히고 나서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정부의 내년도 5월 예산 적자폭은 상당한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줄어드는 예산 규모가 적게는 30억 달러, 많게는 11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주 나온 RBA의 우울한 경제 예측은, 이미 연방 재무부에서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각종 예산을 줄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던 터여서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앞서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재무 장관은 “호주 경제는 예산 부족이 아니라 소비 부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단언했었다. 그는 세금 시스템의 변화에 의해 GST가 인상된다 해도 전반적인 정부의 세수 규모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BA는 지난 주 2015-16 회계연도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당초 2.75%에서 2.25%로 낮추었다. 한 연구기관은 이 정도의 경제성장률 하락을 수출부진에 의한 것이라 가정할 경우 56억 달러 규모의 예산 적자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금융기관 딜로이트(Deloitte)의 크리스 리차드슨(Chris Richardson)씨 또한 “예산 손실이 30억 달러 규모일 수도 있다”면서 “예산부족 문제는 실재한다”고 지적했다. 모리슨 장관의 말처럼 단순한 소비 부족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세청(ATO)은 이번 주 2014-15년 예산에서 94억 달러의 순수입(Net)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세금이 확보됐다고 발표했다. 연방금융부의 자체 보고에 의하면, 2015-16년의 첫 번째 분기인 7-9월 분기에서도 세금은 순조롭게 확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BA는 지난 3개월 동안 원자재 가격이 2% 정도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이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 또한 점차 느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광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 줄어들고, 이 밖의 다른 경제 분야에 대한 투자 상황도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2015-16 회계연도의 인플레이션 예상치도 기존의 2.5%에서 2%로 낮추어져 RBA가 우려하고 있다. RBA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것뿐 아니라 2% 이하로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이전에 한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 경기 부양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ANZ 은행의 펄리시티 에밋(Felicity Emmett) 경제분석관은 “경제 성장률이 낮고 인플레이션도 낮다면 종착역은 한 군데”라며 “결국 중앙은행은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RBA는 이처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패닉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려 애쓰고 있다.
연방 재무부의 존 프레이저(John Fraser) 차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을 인구 성장 둔화와 연결시켜 설명, 눈길을 끌었다. 재무부의 공식적인 경제전망 보고서는 오는 12월에 나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연방예산이 2019-20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던 예상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흑자 예산을 위해서는 매년 3.5% 정도의 경제성장률이 필요하다.
야당 내각의 재무 담당 크리스 보웬(Chris Bowen) 의원은 “우리는 지난 5월 예산에서 제시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계속 지적해왔다”면서 “이제 정부는 GST 인상에 따라 중산층과 서민층이 얼마나 타격을 입을 것인지 밝히는 등 세금과 예산 전반에 대한 명확한 보고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임경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