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에서 내려다 본 멜번(Melbourne) 도심 풍경.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지난 주 토요일(7일), 최근 시드니와 멜번의 주택가격 상승에 대해 두 도시에 집중된 인구에 비해 낮은 인구밀도가 주택가격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높아지는 주택가격, 도시 규모 대비 낮은 인구 밀도에서 기인
시드니와 멜번(Melbourne)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성장한 도시 중 하나이다.
두 도시는 호주 전체 경제의 40% 이상을 가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들 두 도시의 이 같은 매력은 그러나 국가적 도전에 있어 압박이 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높은 주거비용이다.
최근 수년 사이 꺾일 줄 모르고 치솟은 시드니와 멜번의 주택가격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가운데 지난 주 토요일(7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인터넷 판을 통해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와 멜번이 지닌 주택가격 상승 배경을 분석,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이들 두 도시의 높은 인구 비율이 ‘호주의 다른 도시에 비해 주택가격이 왜 그토록 높은 것인지’를 설명해준다고 언급했다.
국제금융기구(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는 호주 주거비를 언급한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IMF의 경제학자들은 호주가 매우 큰 국토 면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 인구가 도시에 밀집돼 있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게다가 그 도시 인구의 상당 부분이 시드니와 멜번 두 곳에 집중되어 있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의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시드니와 멜번에만 9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호주인 10명 중 4명이 두 도시에 몰려 있는 것으로, 인구의 상당 부분이 두 도시에 밀집되어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IMF의 수치는 일본의 경우 도쿄(Tokyo)와 요코하마(Yokohama)에 전체 인구의 10%가 집중되어 있으며 런던(London)과 버밍엄(Birmingham) 등 영국의 최대 두 도시에 20%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 또한 브리즈번(Brisbane), 퍼스(Perth), 애들레이드(Adelaide), 호바트(Hobart), 연방 수도인 캔버라(Canberra) 등 주요 도시가 호주 전체 인구의 3분 2가량을 수용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드니대학교 주택경제 연구 전문가인 주디스 예이츠(Judith Yates) 박사는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각 주 대도시에 거주하고 그중 40%가 거대 두 도시(시드니, 멜번)에 집중되어 있는 사례는 전 세계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도시에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적합한 주거지 부족 문제를 야기한다. 주택 수요가 강하고 공급이 강요되는 현실은, 당연히 높은 주택가격이라는 불가피한 결과로 이어진다.
예이츠 박사는 ‘너무 적은’ 거대 도시가 되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 루시 엘리스(Luci Ellis)와 댄 앤드류스(Dan Andrews) 두 경제학자가 지난 2001년 출간한 보고서는 호주 인구의 두 대도시 집중이 주택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한 두 곳의 도시지리학이 높은 주택가격과 연관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보고서는 “두 도시의 경우 다른 도시에 비해 주택가격이 높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주거비용이 높은 호주의 도시는 다른 국가에 비해 평균 주택가격 수준을 높이고 있으며, 주택으로 인한 부의 편중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엘리스와 앤드류스 두 경제학자는 호주 각 주에서 진행되는 식민지 시절의 개발 패턴은 호주의 독특한 도시 성격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정치적, 지리학적 요인은 각 주 도시가 종주 도시(宗主都市. primate cities)로 주변 지역을 지배하도록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국토의 규모와 넓은 국토 면적에 산재한 인구를 감안하지 않은 교통 인프라 부족은 거대한 도시로의 성장을 촉진시켰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호주나 캐나다처럼 전 국토에 걸쳐 드문드문 형성된 거주 지역은 고밀도의 인구를 가진 국가와 비교해 교통기반 시설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이는 몇 개의 도시에 인구를 집중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RBA 연구원이자 현 HSBC 경제분석가인 폴 블록섬(Paul Bloxham)씨는 호주 거대 도시의 또 다른 독특한 특성이 주택가격을 부추키고 있다고 말했다. 즉 도시 중심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적은 규모로 다른 국가의 도시에 비해 인구밀도가 낮다는 것이다.
그것이 다른 국가에 비해 호주의 주택가격을 높이는 하나의 이유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드니와 멜번에서 진행되는 최근의 주택개발 붐은 두 거대도시의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결국 도시는 거대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인구밀도는 두 도시의 높은 주택가격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