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가계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주요 조사인 올해 HILDA(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 Survey 결과는 임금성장 정체, 주택가격 상승, 확대되는 빈부격차로 젊은층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시드니 지역 한 카페의 젊은이들.
‘살 만한’ 노년층과 달리 ‘임금정체-주택가격 상승-빈부격차’로 고통
치솟는 주택 가격과 수년째 제자리를 걷고 있는 임금인상 정체로 호주 젊은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주 수요일(2일), 호주의 가계생활 수준을 파악하는 주요 조사 연구 중 하나인 ‘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 이하 HILDA)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호주 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젊은층이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지난 2001년 처음 시작된 ‘HILDA Survey’는 지금까지 매년 전국 1만7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국가 경제 및 사회 상황을 분석하고 새 정책마련을 제시하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보고서의 저자인 ‘멜번연구소’(Melbourne Institute)의 로저 윌킨스(Roger Wilkins) 교수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가계소득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2012년 이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또한 최근 시간제 일자리(Part-time)와 불완전 고용(underemployment)이 급증해 국내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불완전한 고용이란 정식 일자리가 아닌 상태로 근무하는 형태를 칭하는 것으로, 비상근 계약직,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일하는 시간제 근무, 또는 ‘강요된 비상근직’으로도 이해된다.
이와 관련해 윌킨스 교수는 누진과세와 저임금 노동자 고용 증가로 소득격차는 상대적으로 그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전했다.
▲ 주택가격 상승 지속, 젊은층 내집 마련 ‘요원’= 윌킨스 교수는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하다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령대별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가 주택을 소유한 40대 이하 연령층은 2002년(36%) 이후 지금까지 11%가 하락해 현재 25%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시드니의 경우만도 지역별로 격차가 벌어져, 부동산 가격이 비싼 지역의 경우 2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진입의 어려움으로 젊은층이 부모와 함께 사는 기간도 더욱 길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의 경우 22-25세 남성 60%, 여성 50%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2001년 같은 연령대에서 보인 각각 43%와 27%의 비율과 큰 차이다.
올해 HILDA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젊은층의 주택소유 비율. 2002년에 비해 25% 이상 낮아진 것은 높은 주택 가격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젊은층 주택구입자, ‘정부 생활비 보조금’ 신청 더 많아= 어려운 부동산 시장 진입 장벽을 넘어 주택을 구입한 젊은층들은 이후 주택융자금 상환에 시달리게 된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젊은층의 주택대출은 2002년보다 두 배 증가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보고서는 30-40대 연령대 주택구입자들의 빚이 전년도와 비교해 실질적으로 더 높다고 분석했다. 윌킨스 교수는 이에 대해 “소비가 증가된 것이 주요 이유”라고 전했다. 더 크고 좋은 집을 구매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며 “주택담보 대출로 생활비를 대고 있다”고 말했다.
윌킨스 교수는 “젊은이들이 주택구입을 하지 못하고, 재정 및 사회적 혜택과 안정적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이 같은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입안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대학 졸업자 임금 하락, 차일드케어(childcare) 비용은 상승= 젊은층이 ‘내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주요 요인으로 ‘임금성장 정체’와 ‘차일드케어 비용 상승’이 꼽힌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대학교(university) 졸업생의 경우 예전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윌킨스 교수는 “대졸자 수가 증가한 것이 그 이유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직업시장에 경쟁률이 높아진 탓”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차일드케어 비용이 높아 직장을 가진 부부라고 하더라도 이를 감당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올해 조사에서 자녀를 차일드케어에 보내는 경우라 해도 시설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답변은 80%에 달했다.
▲ 호주 노년층은 ‘살 만하다’= 젊은층의 어려움과는 반대로 은퇴한 노년층의 경우 젊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킨스 교수는 “부동산 투자로 인해 부를 축적했고 퇴직연금(superannuation)을 받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과거 노년층은 의학기술 부족에 따른 건강문제와 일자리 부족을 겪었지만, 지금 이런 문제는 줄어들고 있으며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연간 실질 가계 가처분 소득
-2001년 : $58,956
-2002년 : $59,809
-2003년 : $59,601
-2004년 : $61,826
-2005년 : $65,280
-2006년 : $67,090
-2007년 : $70,461
-2008년 : $72,411
-2009년 : $77,411
-2010년 : $74,894
-2011년 : $73,531
-2012년 : $77,157
-2013년 : $77,143
-2014년 : 76,838
-2015년 : $76,225
Source: HILDA
■ 주택융자금
(18-39세 사이)
-2002년 : $169,201
-2006년 : $252,247
-2010년 : $308,430
-2015년 : $336,586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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