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정부가 지방 정착 기술 이민자들의 대도시 전입을 방지하기 위한 이민 규정 변경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방 소도시나 농촌 지역의 인력난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지방정착 기술 이민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제도가 영주권 취득의 방편으로 전락했을 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방정착 기술이민자들이 영주권을 취득한 후 대부분 대도시로 이주하고 있어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인 것.
알란 터지 다문화부장관은 “대다수의 지방정착 기술이민자들이 영주권 취득 후 해당 지방에 상주하지 않고 대도시에 전입하고 있는 실태”라며 “이민 정책 관할 부처인 내무부가 보완 대책을 위해 비자 규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터지 다문화부장관은 “이런 현실로 인해 지방 소도시나 농촌 지역의 인력난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지방정착 기술 이민은 독립지방정착 기술이민(887 비자, Skilled Regional)과 지방정착 고용주 초청 이민(187 비자, Regional Sponsored Migration Scheme)으로 나뉘어져 있다.
두 비자 카테고리 모두 신청자로 하여금 수년 동안 호주에서 근무 경력을 축적한 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정에 영주권 취득 후 해당 지역에 상주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영주권 취득 후 도시로 떠나는 지방정착 기술 이민자들
터지 다문화부장관은 “특히 많은 이민자들이 해당 지역 상주 및 근로를 조건으로 고용주의 스폰서를 받아 영주권을 취득하고 있지만, 영주권 취득 후에는 그 지방에서 대도시로 전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내무부에서 이미 관련 보완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무의 마이클 페줄로 행정차관은 연방상원상임평가위원회에 출석해 “정부의 보완 조치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거주 이전의 자유 제약의 위헌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법적 검토를 마쳤음을 시사했다.
그는 “정부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며, 공정함을 위해 지방에 상주하는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배신’ 기술이민자에 난감한 농촌 사업체들
농촌지역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국민당의 데이비드 길레스티 의원(가족부 정무 차관)은 “실제로 영주권을 취득한 후 떠나버리는 기술이민자들로 인해 이들의 호주 정착을 스폰서한 농촌 지역의 사업체들이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절대 보장돼야 하지만, 기존의 비자 제도의 취지와 규정을 악용하고 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에서 보완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한편 지난해 호주에 새로이 정착한 이민자 19만명 가운데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나 농촌지역의 거주자는 7천명에 불과했다.
◈이민자 단체들 “거주 이전의 자유 제약” 반발
연방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지방 지역 카운슬들은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라고 데일리 텔레그라프지는 보도했다.
하지만 ABC 방송은 “국내 이민자 단체들은 일제히 ‘거주 이전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지극히 불공정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이 같은 무리한 정책 개정을 서두르는 것은 최근 들어 시드니와 멜버른 등 대도시의 인구 증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진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호주통계청 자료에 지난 2017년 한해 동안 시드니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0만명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이민자로 인한 인구 급증 문제”에 방점을 뒀다.
실제로 새로운 시드니 주민 10만여 명 가운데 8만4700명이 이민자들로 파악됐다.
이러한 이민자 증가 현상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과 인프라 부족난 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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