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장수 드라마 ‘Home and Away’와 게임쇼 ‘The Weakest Link’ 진행으로 호주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보여온 여배우 코넬리아 프란체스(Cornelia Frances. 사진)씨가 향년 77세로 타계했다. 그녀는 지난해 1월 방광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이어 왔다.
향년 77세... “많은 배우들에게 영감을 준 사람...” 추모 이어져
호주의 ‘국민 드라마’라고 부를 만한 장수 TV 프로그램 ‘홈앤어웨이’(Home and Away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사랑받았던 여배우 코넬리아 프란체스(Cornelia Frances)씨가 금주 화요일(29일) 아침 방광암으로 타계했다. 향년 77세.
그녀의 아들 로렌스 이스트랜드(Lawrence Eastland)씨는 이날 어머니가 7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밝혔다. 이스트랜드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평화롭고 온화한 모습이었다”고 묘사하면서 “나는 이 분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씨는 지난해 1월 방광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병 중이던 지난해 2월 그녀는 공중파 방송 채널 9의 한 프로그램에서 “괜찮다. 심한 고통이 오고 가지만 충분히 견딜 수 있다. 나는 항상 강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런 힘으로 암과 맞설 것이다. 지난 60년간 연기자로서 멋진 길을 걸었고 연기를 펼치는 매 순간을 사랑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암을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영국 리버풀(Liverpool)에서 태어난 그녀는 1970년 호주로 이주한 이후 배우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프란체스씨는 1976년부터 79년까지 TV 드라마 ‘The Young Doctors’(채널 9)에서 간호사 그레이스 스코트(Grace Scott) 역을 선보이며 배우로서의 경력을 시작했으며 이후 ‘Dynasty’에서 조지나 클로슨(Georgina Clausen)로 출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1982년 방영을 시작한 채널 7의 호주 TV 시리즈 ‘Sons and Daughters’에서 바바라 해밀턴(Barbara Hamilton)를 연기하면서 이 드라마의 ‘로기 어워드’(Logie Awards. 1959년부터 시작된 호주 최고 권위의 방송대상) 수상에 일조했다.
공중파 방송인 ‘채널 7’은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여배우 프란체스씨는 매우 독특한 배우였으며 한 세대의 많은 배우들에게 영감을 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은 이어 “(배우로서의) 그녀의 재능은 그녀가 연기하는 캐릭터에서 위엄과 존재감을 드러냈다”면서 “그녀의 열정과 연기가 그리울 것”이라며 타계한 여배우를 추모했다.
프란체스씨의 연기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드라마는 ‘홈앤어웨이’이다. ‘채널 7’ 방송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이 드라마에서 그녀는 차갑고 냉정한 변호사 모락 벨링엄(Morag Bellingham)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었으며,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그녀는 여섯 차례에 걸쳐 ‘로기 어워드’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호주의 국민 드라마로 평가될 만한 ‘Home and Away’의 한 장면. 이 드라마에서 프란체스씨는 냉정하면서도 터프한 성격의 변호사 모락 벨링엄(Morag Bellingham)의 캐릭터를 보여주어 큰 인기를 얻었다.
호주 한 지방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1988년 1월17일 첫 방영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현재까지 호주의 두 번째 장수 드라마이다.
이와 함께 드라마가 아닌 TV 게임쇼 프로그램인 ‘The Weakest Link’(채널 7)에서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프란체스씨는 게임에서 탈락하는 사람에게 위로나 아쉬움의 말 대신 냉혹하게 탈락시키는 캐릭터를 보여준 바 있다. 이때 그녀가 단호하게 던지는 “You are the weakest link, goodbye”라는 말은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보여주는 아이콘과도 같았다.
‘홈앤어웨이’에서 프란체스씨와 함께 출연했던 동료 여배우 데브라 로렌스(Debra Lawrance)씨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안녕히 가시라. 당신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사랑했었다”며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같은 드라마의 남자 동료인 데이빗 존스-로버츠(David Jones-Roberts)씨는 ‘홈앤어웨이’ 드라마 첫 출연 당시 그녀와 함께 하는 장면을 촬영할 당시를 회상했다. “프란체스씨와 첫 신(scene)을 찍으면서 너무 떨려 내가 생각했던 바를 연기하지 못했다”고 회상한 그는 “그녀는 큰 웃음과 포옹으로 긴장한 나를 진정시켜주었다”고 말했다.
배우이자 작가로서도 명성을 얻은 주디 넌(Judy Nunn)씨는 지난 1975년 장편영화 ‘The Box’ 세트장에서 프란체스씨와 만나 친구가 된 이후 지속적으로 우정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넌씨는 프란체스씨에 대해 “그녀에게는 친구가 많고 그녀를 만나는 모든 이들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며 “선한 마음으로 모든 이들을 포용하며 따뜻하게 대했던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