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주 주말 시드니 경매에는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732채의 주택이 매물로 등록돼 거래가 진행됐으며, 낙찰 가격도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지난 주말 피어몬트(Pyrmont)에서 경매가 진행된 헤리티지 아파트.
이전 주 비해 경매 매물 늘어... 예비 구매자들의 입찰도 점차 많아져
일반적으로 헤리티지(heritage) 건축물은 투자자들에게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편에 속한다. 거주하면서 불편을 느끼는 부분을 마음대로 개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헤리티지 리스트에 올라 있는 주거용 부동산은 향후 잠재적 수익을 고려하기보다는 실제 거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매되는 경우가 많다.
봄 시즌이 시작된 4주 차, 시드니 주말 경매에는 이전 주에 비해 매물이 크게 늘었으며 예비 구매자들도 지난 겨울과 달리 보다 적극적으로 입찰에 응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주말(22일) 시드니 동부, 웨이벌리(Wavweley)에서 거래된, 한 헤리티지 아파트 경매에는 비교적 많은 이들이 모여 이 오래된 건물의 거래 과정을 지켜보았다. 웨이벌리의 비교적 번화한 거리로, 오래된 숍들이 이어진 브론테 로드(Bronte Road) 상의 이 아파트는 예전에 수녀원이었던 오랜 건축물이며 주거용 아파트로 개조된 헤리티지 부동산이었다.
과거 수녀원이었을 당시 외관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으며 다만 기존 건축물 뒤쪽으로 16개의 아파트가 추가된 상태이다. 이날 매물로 나온 것은 110스퀘어미터의 내부 공간을 가진 아파트로, 이날 시드니 전역에서 진행된 732채의 주택 중 하나였다.
6명의 예비 구매자가 입찰한 가운데 60만 달러에서 시작된 경매는 1만 달러씩 입찰하면서 금세 70만 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4명의 입찰자들이 포기한 상태에서 5천 달러, 1천 달러로 남은 가격 제시가 이어지면서 점차 두 예비 구매자간 경쟁 구도로 흘러갔다.
이런 가운데 731만 달러에서 잠시 멈칫했고, 그 침묵을 깬 리사 하킨스(Lisa Harkins)씨가 1천 달러를 추가로 제시하면서 이날 경매는 73만1천 달러에서 낙찰이 이루어졌다. 이는 잠정 가격(65만 달러)에서 8만1천 달러 더 오른 금액이었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패션 플래너 하킨스씨는 지난 2월부터 본인의 주택을 찾고 있었다며, 이날 경매 낙찰은 첫 주택 구입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웨이벌리 지역의 임대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그녀는 경매 매물로 나온 이 1개 침실 아파트를 본 후 이 주택을 구매해야겠다는 강렬한 감정을 가졌다고 털어놓았다.
“호주에 오래 머물 예정”이라는 하스킨씨는 “경매 이틀 전인 목요일, 이 아파트를 인스펙션했다”면서 “처음 보는 순간 나는 알고 있었다”는 말로 자신이 이 아파트의 새 주인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마이클 맥마흔(Michael McMahon)는 “아주 황홀한 기분”(We’re over the moon)이라는 말로 낙찰 가격에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이어 “올해 들어 주택 시장이 상당히 둔화되었다고 하지만 이 아파트 경매만 봐도 시장 상황은 미디어의 언급과 달리 다른 방향으로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매매를 진행한 부동산 중개회사 ‘McGrath Coogee’ 사의 앵거스 고리(Angus Gorrie) 에이전트 또한 주택 시장이 아직은 부진하지만 예비 구매자들은 여전히 경매 시장에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아파트가 마지막 거래된 것은 10년 전이며, 당시 매매가는 39만5천 달러였다.
피어몬트(Pyrmont)의 유니온 스트리트(Union Street) 상에 자리한 헤리티지 아파트 내부. 이 주택은 1851년 항구 노동자를 위한 숙소로 건축된 헤리티지 건물이다.
이와 달리 피어몬트(Pyrmont) 유니온 스트리트(Union Street) 상의, 백인 정착 초기 사암으로 지어진 아파트는 경매가 무산됐다. 146스퀘어미터의 내부 면적에 5개 침실에 2개 욕실을 갖고 있는 이 아파트는 소유주가 270만 달러에 내놓은 것으로, 이날 경매에는 6명의 예비 구매자가 관심을 보였지만 입찰가는 250만 달러에서 그쳤다. 테라스 아파트로 지어진 이 건축물은 1851년 항구 노동자들을 위한 숙소로 지어진 것이었다.
그런 반면 콜라로이 플래튜(Collaroy Plateau)의 4개 침실, 3개 욕실을 가진 주택은 경매 매물로 등록된 이후 130명이 인스펙션을 하는 등 큰 관심을 모았으며, 이날 경매에서는 잠정 가격(265만 달러)보다 크게 높아진 280만 달러에 낙찰됐다. 전체 966스퀘어미터의 부지를 가진 이 주택은 불과 2년 전 116만 달러에 매매됐었다. 현재 이 지역 중간 주택 가격은 240만 달러로 집계되어 있다.
로젤(Rozelle)의 쿼크 스트리트(Quirk Street) 상에 자리한 타운하우스 또한 좋은 거래 결과로 화제가 됐다. 3개 침실의 이 주택은 137만 달러의 잠정 가격에 책정되었으며, 이날 경매에 입찰한 7명의 예비 구매자가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금세 잠정 가격을 넘어서 140만6천 달러에 낙찰됐다. 이 타운하우스는 지난 2006년 마지막으로 거래되었으며, 당시 매매가는 50만 달러였다. 현재 로젤의 중간 주택 가격은 162만5천 달러이다.
이너 웨스트(inner west) 루이샴(Lewisham)의 와델 로드(Wardell Road)에 자리한 3개 침실의 작은 주택은 애초 잠정 가격에서 다소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278스퀘어미터로 주차 공간이 없는 이 주택은 소유주가 전체적으로 개조를 한 뒤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이날 경매에는 단 한 명만이 입찰, 협상을 통해 146만5천 달러에 매매가 성사됐다. 이 주택은 지난 2006년 54만5천 달러에 매매된 바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