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시작, 확산되는 온라인 ‘왕따’ 현상인 ‘캔슬 컬처’(cancel culture)가 호주 국립사전연구센터(Australian National Dictionary Centre)에 의해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로 선정됐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해 한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불매운동(사진)도 ‘캔슬 컬처’로 설명할 수 있다.
Robodebt-Thicc 등과 함께 Macquarie Dictionary ‘올해의 단어’ 후보에
최종 선정된 단어는 온라인 ‘왕따’-보이콧 의미의 ‘Cancel culture’
일본의 한국에 대한 주요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백색국가 지정 이후 한국 내 민간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은 일본 경제에 예상외의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일본 제품의 한국 내 영업 실적이 크게 감소했으며 일부 회사는 한국 내 판매망 철수를 결정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요 소재의 국산화에 불을 댕긴 것을 꼽을 수 있다. 수출 규제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한국의 핵심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주요 소재는 상당한 국산화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민들의 불매운동은 일본의 망언과 횡포에 반발, 온라인에서 의견이 시작됐고 자발적인 실행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공적인 인사가 망언을 행하는 경우에 일반 대중이 당사자를 보이콧하는(공적 인사에 대한 불신임, 특정 기업에 대한 제품 불매 등을 포함) 온라인 문화 현상을 일컫는 말이 ‘캔슬 컬처’(Cancel culture)이다. 특정인-기업-국가에 대한 ‘악플’, 공공 인사의 소셜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문자폭탄(한국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겪어봤을 것이다),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이들이 공개적으로 드러낸 ‘미투’(#Me too) 등 또한 ‘캔슬 컬처’로 설명할 수 있다.
보다 엄밀히 말해 ‘캔슬 컬처’는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시작, 확산되는 온라인 ‘왕따’ 현상이며, 현재 이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 인사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거나 철회하는 지역사회의 태도’(the attitudes within a community which call for or bring about the withdrawal of support from a public figure)로 정의된다.
이 용어가 호주 국립사전연구센터(Australian National Dictionary Centre)에 의해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로 선정됐다. 매년 연말 ‘올해의 단어’를 발표하는 ANDC는 ‘Anecdata’, ‘Cleanskin’, ‘Healthwashing’, ‘Mukbang’(먹방) 등의 단어를 후보군에 올렸다. 이 단어들 또한 호주 대중문화 속에서 생성되거나 받아들여지고, 크게 통용된 것들이다.
맥콰리 사전(Macquarie Dictionary)의 빅토리아 모건(Victoria Morgan) 편집장은 “하나의 처벌로써 해당자를 각성시키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맥콰리 사전의 ‘올해의 단어’ 선정위원회가 언급한 바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캔슬 컬처’ 문화는 좋든 나쁘든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이 용어는 또한 ‘callout culture’나 ‘outrage culture’로도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대중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들이 과거에 했던 공격적 트윗이나 발언에 대한 강한 비판이 포함된다. 일본 아베 총리의 망언에 한국민들이 격분(outrage)하고 ‘No Japan’으로 이어진(callout 된) 것은 ‘캔슬 컬처’를 설명하는 좋은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용납될 수 없거나 잘못된 것으로 인식되는 발언에 대한 집단적 저항”이라는 모건 편집장의 말은 이를 뜻하는 셈이다.
‘캔슬 컬처’와 관련, 호주에서의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8월 멜번 프링지 페스티벌(Melbourne Fringe Festival)에서 1인극을 벌인 코미디언 케이트 콜리(Kate Hanley Corley)의 인종차별 발언을 꼽을 수 있다. 그녀의 발언에 대해 네티즌들은 온라인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으며, 결국 그녀는 애초 계획되었던 8회의 공연을 마치지 못하고 짐을 싸야 했다.
맥콰리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후보에 올린 것 중에는 한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대된 ‘먹방’(Mukbang)을 비롯해 특정인에 대한 명예로운 지칭인 ‘ngangkari’(호주 원주민 치료사), 기후 변화의 우려를 담은 ‘eco-anxiety’, 곡선미와 함께 풍만한 몸매를 가진 여성을 뜻하는 인터넷 속어 ‘thicc’ 등이 있다.
한국의 한 인터넷 방송에서 시작된 ‘먹방’이 전 세계로 확산, 인기 컨텐츠로 자리 잡은 가운데 호주인들에게도 대중적인 단어가 되었으며, 이에 따라 ‘Mukbang’이 ‘올해의 단어’ 후보에 올랐다. 사진은 유투브(youtube) 사이트를 통해 스트리밍 되는 한국의 한 먹방 채널.
사진 : 유투브
■ ‘cancel culture’와 함께 후보에 오른 용어들
-Mukbang : ‘음식을 먹는 방송’을 지칭하는 말로, 지난 2009년 한국의 한 인터넷 방송이 시작하면서 ‘먹방’이라고 명명한 이 프로그램 형식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 단어에 대해 맥콰리 사전은 “온라인에서 스트리밍되는 방송이며 누군가 자주, 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음식에 대해 청중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Anecdata : 특정 정보가 마치 체계적인 연구에 기반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개인의 관찰이나 경험에서 근거한 것을 일컫는 말. 어떤 가설을 증명하거나 예측을 하는 데 근거자료로 제시하지만, 단지 일화적 증거(anecdotal evidence)에 불과한 것을 뜻한다.
-Cleanskin : 본래는 ‘낙인이 찍히지 않은 동물’ 또는 ‘범죄 전과가 없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나 오늘날 온라인상에서 문신(tattoo)이 없는 이를 가리키는 말로 통용된다.
-Healthwashing : 식품의 브랜드나 제품을 실제보다 영양가가 높고 건강에 좋다고 제시하는 마케팅 관행을 의미한다.
-Robodebt : 전산처리 시스템에 의해 계산된 복지비용이 수혜자에게 초과 지급된 후, 이 부분에 대해 환원하라는 통지가 자동으로 생성되어 복지 수혜자에게 통보되는, 정부에 대한 개인의 부채를 가리킨다.
-Big minutes : 운동선수가 필드나 코트에서 보내는 시간. 경기 중 선수의 영향이 극대화되고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Drought lot : 올해 호주 전역을 강타한 가뭄의 영향으로 더욱 크게 부각한 용어로, 물과 사료를 공급받아 가축을 일정 구역에 가둬두는 목장. 가뭄에 대처하고 최소한의 피해로 가축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Hedonometer : 언어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의 행복 수준, 특히 소셜미디어의 하나인 트위터(Twitter)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뜻한다.
-Silkpunk : 설정과 미학을 위해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그려내는 공상과학 소설의 하위 장르.
-Eco-anxiety : 기후 변화의 영향에 따른 고통과 공포를 아우르는 말이다.
-Thicc : 인터넷 속어인 이 단어는 곡선미가 뚜렷하고 풍성한 몸매를 가진 사람(주로 여성)을 뜻한다.
-Cheese slaw : 콜슬로(coleslaw. 양배추, 당근, 양파 등을 채 썰어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인기 있는 것 중 하나로 ‘치즈슬로’(cheese slaw)는 잘게 간 치즈가 추가된 콜슬로를 지칭한다.
-Flight shaming : 항공기가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고 기후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항공기를 이용해 여행을 즐기는 이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조롱하고자 등장한 단어이다.
-Ngangkari : 은강카리는 호주 내륙 중앙 지역, 울룰루(Uluru)을 중심으로 살아온 원주민 아낭구(Anangu) 부족 여성으로, 울룰루 등반 금지가 화제가 되고 있을 때 그녀의 이름과 함께 이 부족의 전통적 마사지 통증 치료법이 역시 화제가 된 가운데, 특정인을 명예롭게 언급할 때 사용되는 단어로 등장했다.
-Whataboutism : 비난이나 비판이 제기된 고발, 또는 어려운 질문에 대응하는데 사용되는 기술을 일컫는 용어. 다시 말해 남이 비난할 때 오히려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그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기술을 지칭한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