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내륙, 붉은 황토 지대를 가르는 비포장 하이웨이는 비교적 평평한 노면도 있지만 비라도 오면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기는 등 자동차 운전자를 골탕 먹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특히 인적이 없다 보니 살인 등 끔찍한 사건 현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레버튼(Laverton)에서 북부 호주(Northern Territory) 율라라(Yulara)를 잇는 1,126킬로미터의 그레이트 센트럴 로드(Great Central Road).

 

거친 도로면-높은 사고 위험-끔찍한 사건... 10 terrifying roads는

 

유럽 대륙보다 넓은 호주 내륙은 인적이 거의 없는 불모지대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내륙의 기후 조건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사막지대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내륙을 관통하는 도로는 동서로, 남북으로 만들어져 있고, 호주 각 지역의 물자를 운송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백인 정착 초기, 호주 곳곳을 탐험하고(수많은 이들이 탐험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를 기반으로 도로를 건설한 이들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오늘날까지 이 도로들은 본래의 제 역할을 다 하면서 또한 아웃백(outback)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짜릿한 경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 반면 워낙 인적이 드물고 비포장 도로 여건상 사고 위험도 높아 이런 지역을 여행하는 이들이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가 되거나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내륙 오지의 사막지대를 달리다 보면 종종 눈에 띄는, 녹슬어가는 자동차 자체나 버려진 타이어들은 이런 사고의 흔적들이다. 게다가 호주 사회에 충격을 준 끔찍한 사건의 현장들도 있다.

무수히 많은 호주 오지의 도로 가운데 끔찍한 사건,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10개의 트랙을 알아본다.

 

■ Belanglo State Forest roads and tracks

Belanglo State Forest는 시드니와 캔버라 사이, 서던 하일랜드(Southern Highlands) 지역(region)의 NSW 주 삼림지대로, 약 3천800헥타르 넓이에 소나무가 울창한 곳이다. 여행자를 위한 일반 승용차 또는 4륜구동 차량 트랙이 있는데 이를 총칭해 ‘Belanglo State Forest roads and tracks’라고 일컫는다. 곳곳에 크릭(얕은 개울), 캠프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어 삼림지대 캠핑을 좋아하는 이들, 또는 짜릿한 4륜구동 모험을 즐기려는 이들이 선호하는 트랙이기도 하다.

삼림지대 안의 이 트랙은 그러나 결코 평탄한 도로가 아니다. 비라도 오면 곳곳이 파이고 물웅덩이가 생겨 자동차 바퀴가 빠지기도 한다.

벨랑글로 삼림지대가 많은 호주인들에게 각인된 것은 아마도 이 지역에서 발생된 끔찍한 살인사건(Backpacker Murders) 때문일 듯하다.

지난 1992년, 이 지역에서 오리엔티어링을 하던 이들이 사람의 사체 흔적을 발견한 뒤 경찰이 본격적인 조사를 벌여 7구의 사체를 더 발견해낸 것이다. 이 사체들은 그 훨씬 이전에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배낭여행자(backpacker)들로, 이들은 시드니 킹스크로스(Kings Cross)에서 사라진 가운데, 그로부터 자동차 2시간여 거리의 벨랑글로 삼림지대 안, 인적이 뜸한 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이들 여행자 살해 용의자로 건설현장 노동자인 아이반 밀랏(Ivan Milat)을 체포했으며, 밀랏으로부터 살인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 시간에 대한 의문은 다 풀리지 않았다. 진실로 밀랏 혼자서 최소 7명의 배낭여행자를 납치해 이 숲에서 살해한 것인지, 그렇다 하더라도 또 다른 추가 피해자의 사체가 이곳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이 그것이다.

-위치 : New South Wales 주

-거리 : 다양함

 

벨랑글로 삼림지대의 한 트랙. 울창한 소나무가 들어선 이 숲은 지난 1992년, 최소 7명의 배낭여행자가 납치 살해된 채 사체가 유기된 곳이기도 하다. 배낭여행자 살해범인 아이반 밀랏은 빽빽한 삼림에 인적이 드문 이곳을 사체 유기 장소로 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벨랑글로 삼림지대에는 크릭(creek)과 여러 도로 및 트랙은 물론 캠프 사이트까지 마련되어 있다.

 

 

 

■ The Tanami Road

타나미 트랙(Tanami Track)으로도 불리는 이 도로는 북부 호주(Northern Territory) 스튜어트 하이웨이(Stuart Highway)와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그레이트 노던 하이웨이(Great Northern Highway) 사이, 두 도로와 연결되는 내륙 사막 지대 안의 도로이다. 서부 호주 주도인 퍼스(Perth) 북쪽 킴벌리(Kimberley)에서 타나미 사막(Tanami Desert)을 통과해 북부 호주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1천 킬로미터가 넘는 길이의 도로 중 포장된 부분은 20%에 불과하며, 그나마 반듯한 포장길이 아닌, 역청(bitumen. 도로 포장 등에 쓰이는 찐득찐득한 시커먼 물질)으로 덮어놓았을 뿐이다. 그 외에는 두터운 먼지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일반 승용차로도 갈 수는 있지만 이 같은 도로 사정을 감안할 때 4륜구동 차량이 강력 추천된다.

이 도로를 이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으며, 이 때문에 호주에서 가장 고립된 도로로 알려져 있다. 이따금 일명 ‘로드 트레인’(road train. 대형 트럭 뒤에 2, 3개의 화물칸을 추가로 연결한 트럭)이 지나갈 뿐, 이 도로 상에서 마주치는 생명체는 딩고(dingo), 캥거루 또는 사막에서 서식하는 뱀들이 고작이다.

이런 연유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여행자들이 이 도로를 이용하는 일은 아주 드물며, 특히 악명 높은 연쇄살인을 다룬 영화 <울프크릭>(Wolf Creek)을 연상케 하는 ‘울프크릭 분화구’(Wolfe Creek crater)를 통과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한 요인일 수 있다.

참고로, 이 영화는 앞서 소개한 ‘백패커 살인사건’(Backpacker Murders)을 모티브로 지난 2005년 제작된 공포 영화이다.

-위치 : Northern Territory, Western Australia

-거리 : Halls Creek에서 Alice Springs까지, 총 1,053km

 

서부 호주(WA)에서 내륙 중앙부의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까지 가는 가장 빠른 도로이기도 한 타나미 로드(Tanami Road)는 도로라기보다 험난한 ‘트랙’이라는 말이 더 적합한지도 모른다. 총 1천 킬로미터가 넘는 이 도로 중 20% 구간만이 거칠게나마 포장되어 있을 뿐이다.

 

호주에서 가장 고립된 도로로 알려진 반면 사막지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타나미 로드를 여행할 경우 4륜구동 차량이 필요하며, 여분의 충분한 유류를 준비해야 한다. 사진은 페트롤(petrol) 공급을 알려주는 표지판.

 

 

 

■ The Strzelecki Track

남부 호주 내륙, 이나밍카(Innamincka)에서 남서쪽 린허스트(Lyndhurst)까지 이어지는 459킬로미터의 도로로, 극히 일부 구간만 포장이 되어 있을 뿐 대부분은 비포장 길이다. 스테젤렉스키 사막(Strzelecki Desert)과 에어 호수 분지(Lake Eyre Basin) 경계를 통과하는 도로이며 건기(dry season)에는 일반 승용차 운행이 가능하지만 우기가 되면 이 지역 일대는 물에 잠기기에 차량 운행이 통제된다.

이 지역은 폴란드 태생의 탐험가이자 지리학자였던 포웰 스테젤렉스키 경(Sir Paweł Edmund Strzelecki)이 개척,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이 도로 개척의 가장 큰 수혜자(?)는 1870년대 산적인 해리 레드포드(Harry Redford)일 것이다. 그는 스테젤렉스키의 이 도로 탐험 10년 뒤, 이 길을 따라 각 목장에서 1천 마리의 가축을 훔쳤으며 이를 5천 파운드에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위치 : South Australia

-거리 : Innamincka에서 Lyndhurst까지, 459km

 

남부 호주(South Australia) 주 내륙, 남쪽에서 북동쪽으로 459킬로미터 길이로 이어진 스테젤렉스키 트랙(Strzelecki Track). 건기에는 두터운 흙먼지로, 우기에는 진흙탕이 되어 차량 운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기가 지나면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가 차량 통행을 막기도 한다.

 

 

 

■ Canning Stock Route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북부 킴벌리(Kimberley) 지역 홀스 크릭(Halls Creek)에서 남서쪽 중서부 지역 윌루나(Wiluna)에 이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축 농장길로 알려져 있다.

길이만 1천900킬로미터에 달하는 내륙 도로로, 그 긴 도로 상에 급유할 수 있는 시설은 물론 식수도 없을뿐더러 식사를 제공하는 그 어떤 시설(road house)도 없는 황량한 트랙이다. 때문에 이 코스를 여행하려면 상당한 분량의 페트롤(petrol)은 물론 식수와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1906년 서부 호주 주 정부의 조사관 알프레드 캐닝(Alfred Wernam Canning)이 목축을 위해 이 지역을 탐험하면서 식수를 발견했으며, 이곳을 도보로 여행했던 이들도 식수 문제를 해결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크게 신뢰하기 어려운 말이다.

-위치 : Western Australia

-거리 : Wiluna에서 Halls Creek까지, 1천900km

 

서부 호주(WA) 주 정부가 목축지 개발을 위해 정부 조사관 알프레드 캐닝(Alfred Wernam Canning)을 파견, 탐험했던 캐닝 스톡 루트(Canning Stock Route)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축농장 길로 알려져 있다.

 

서부 호주 내륙, 3개의 사막지대를 관통하는 루트로, 무려 1천900킬로미터 구간 대부분은 이 같은 붉은 황토길이다.

 

 

 

■ Great Central Road

그레이트 센트럴 로드(Great Central Road)는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레이버튼(Laverton)에서 북부 호주(NT) 율라라(Yulara. Uluru 인근)까지 이어지는 장장 1,126킬로미터의 도로로, 거의 모든 구간이 비포장 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하이웨이 곳곳에는 작은 타운들이 자리해 있다는 점. 1930년대 초, 서부 호주 원주민 타운인 워버튼(Warburton)이 개발되면서 레이버튼에서 내륙 지역을 통과해 이곳으로 물자를 운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1950년대부터 이 도로 구간이 점차 확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부 호주 퍼스에서 호주 내륙 중앙부의 울룰루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며 일반 승용차 운행도 가능하지만 4륜구동 차량이 강력 추천되는 길이다. 레이버튼을 기준으로 85km 지점의 코스모 뉴버리(Cosmo Newbery), 300km 지점의 추카일라 로드하우스(Tjukayirla Roadhouse), 560km 지점의 워버튼(Warburton), 786km 지점의 와라쿠르나 로드하우스(Warakurna Roadhouse), 890km 지점의 도커리버(Docker River)가 있어 페트롤이나 식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도커리버에서 230km만 더 가면 율라라에 이른다.

이 도로는 여러 원주민 보호구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서부 호주 주 정부 원주민 당국(West Australian Department of Indigenous Affairs)으로부터 운행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 허가는 무료이다.

이 도로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울룰루이며 호주 내륙의 다양한 풍경을 통과한다는 점일 게다. 하지만 이 도로 상에서 캠핑을 한다면 호주 야생 늑대인 딩고(dingo)의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 호주인들에게 딩고와 관련된 아픈 기억은 1980년 발생한 아자리아 채임벌린(Azaria Chamberlain) 사건일 것이다.

1980년 울룰루(Uluru) 인근 캠핑장의 텐트에서 2개월 된 여자 아이인 채임벌린이 사라졌고, 아이의 어머니 린디 채임벌린(Lindy Chamberlain)은 경찰에서, 딩고(Dingo. 호주 늑대)가 아이를 물고 간 것 같다고 진술했지만 1982년 어머니 린디는 유아 살해라는 유죄를 선고받았고, 결백이 입증되기까지 4년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오랜 법정 싸움 끝에 딩고의 동굴에서 아자리아가 사라질 당시 입었던 옷이 발견되면서 린디씨는 무죄가 확정됐다(본지 1125호 참조).

그레이트 센트럴 로드를 달리다 보면 딩고와 마주치기도 하는데, 비포장도로에 흙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어 운전 도중 한순간의 실수로 자동차가 노면에서 미끄러져 큰 사고로 이어지는 위험도 높다.

-위치 : Western Australia and Northern Territory

-거리 : Laverton에서 Yulara까지, 1천126km

 

그레이트 센트럴 로드(Great Central Road)는 서부 호주(WA)에서 내륙 중앙부의 율라라(Yulara. Northern Territory)로 가는 가장 빠른 도로로, 대부분 구간이 비포장으로 위험도 높지만 호주 내륙의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 코스이다. 사진은 서부 호주 레이버튼(Laverton)에서 300킬로미터 지점에 자리한 추카일라 로드하우스(Tjukayirla Roadhouse).

 

도로 곳곳에는 야영을 할 수 있는 캠프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다. 그레이트 센트럴 로드를 여행할 경우 4륜구동 차량이 강력 추천되며 도중에 타운이나 로드하우스가 있지만 식수와 음식물, 페트롤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다음호에 계속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