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전 호주 슈퍼마켓마다 분유가 동이 나 엄마들이 분유를 구할 수 없어 울분을 터뜨렸던 사건이 발생했다.
안전한 분유를 찾는 중국 소비자들을 위해 슈퍼마켓을 돌며 분유를 싹쓸이해 중국으로 보내는 이른바 "다이고(daigou)"들이 지금도 활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피해를 보곤한다.
현재 다이고 수는 약 8만명 정도로 몇 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분유 부족 사태로 다이고가 국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다이고는 호주 업체와 중국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호주 업체들은 이들을 무시할 수 없다.
다이고…”대신 구매하다”
‘다이고'는 '대신하다'의 대(代)와 '사다, 구하다'의 구(購) 자를 써서 대신 사주는 사람 즉, 구매대행인을 뜻한다.
다이고는 지인 부탁으로 가끔 물건을 사서 본국으로 보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며, 호주에서 산 물건을 중국에서 이윤을 남기고 파는 일종의 수출업자이다.
분유의 경우 최고 원가의 세 배 가격에 파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가의 세 배에 팔리는 호주산 분유
이들의 다수는 중국 유학생들이며 중국의 SNS을 통해 호주산 비타민, 분유, 비처방 약품 같은 호주 제품을 광고해 판매중개업을 한다.
상당수는 중국에 있는 가족을 위해 물건을 사서 보내다 입소문이 나면서 개인 사업으로 성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유학생 출신의 다이고는 "호주산 제품의 우수성을 알게된 중국인들의 부탁이 늘어나면서 사업이 계속 커졌다”면서 자신의 경우 매주 2천 달러 상당의 제품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다이고의 매력은 사업적 공간이 필요없고 큰 자본도 필요없다는 점이다.
8만명에 이르는 다이고…”연 1천억 달러 시장”
다이고 수는 2014년 4만 명에서 현재 8만 명 가량으로 3년 만에 두 배로 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출규모도 여전히 증가세다.
‘Think China 디지털 마케팅’은 최상위 단계에 있는 소수의 다이고는 도매업자들로 연간 구매력이 3억 달러에서 5억 달러 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간 단계 업체 역시 연 수십 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AccessCN 마케팅의 리비아 왕 씨는 “다이고 산업의 잠재 시장 규모가 연 1천억 달러”라고 주장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한 것은 □호주가 청정국가라는 높은 인식 □호주 브랜드에 대한 높은 신뢰 □호주 브랜드에 대한 높은 선호도 때문으로 풀이된다.
피라미드 조직 이상의 다이고 조직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다이고들은 콜스나 수퍼마켓 같은 소매매장에 가서 물건을 싹쓸이 해갔고, 할인을 찾아 Chemist Warehouse나 Priceline을 주로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호주 공급업체와 다이고를 연결해주는 ‘다이고 중개 업체’가 생겨서 지금은 다이고들이 집에서 아주 가까운 다이고 매장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일부 다이고 매장은 자동으로 물건을 배송하기도 할 정도다.
심지어 호주 주식시장 상장을 눈앞에 둔 다이고 사업체도 있다.
시드니에 다섯 개의 매장을 갖춘 AuMake는 호주 공급업체를 중국인 소비자와 연결한다는 사업 취지에 맞게 다이고들이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카운터에서 곧바로 포장해 우송할 수 있게 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AuMake의 케옹 찬 회장은 SBS와 인터뷰에서 “다이고와 중국인 관광객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제품의 비율이 높은 게 현실”이라며 “다이고 수와 매출액 증가는 호주 제품이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왜 다이고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왜 호주 업체들이 직접 중국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다이고를 통하는 것일까?”라는 점이다.
케옹 찬 회장은 “이곳 중국인 커뮤니티가 최상의 마케터가 돼 주기 때문에 호주 공급업체들은 오히려 비용이 크게 절감되고 오히려 효과적인 판매 경로가 확보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다른 한 마케팅 전문가도 “호주 업체가 직접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면서 “제품을 등록하는 데만 2-3년이 걸리기 쉽고 스킨케어 제품의 경우 동물 실험을 해야 하는데, 호주 천연스킨케어 브랜드 대부분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고, 영양 보충제 관련 규정도 달라서 중국에서 제품 등록을 하려면 제조법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다이고가 브랜드 영향력이 있어서 호주 회사를 마케팅할 힘이 있고, 호주 업체는 비용을 내지 않고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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