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시대학교 연구팀의 조사 결과 지역별 사회경제적 수준이 치매 발병 위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호주 전역 4.656명을 대상으로 한 관찰 연구로, 지리적 차이가 치매와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사진 : Pixabay / geralt
지리적 불평등 평가 통해 ‘사회경제적 수준 낮을수록 기억력 저하’ 차이점 확인
사회경제적 수준은 건강관리 접근성과 질적 요소를 포함해 건강 결과의 핵심 지표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현재 거주하는 지역이 기억력이나 치매발병 위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각 대도시, 지방 및 농촌 지역 성인 4,6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모나시대학교 연구팀의 ‘Healthy Brain Project’ 연구에 따르면 지리적으로 더 불리한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기억력이 떨어지고 치매에 걸릴 위험도 더 크다.
치매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보건 관련 자료에 따르면 현재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고령 인구를 위한 실질적 돌파구가 없다면 호주의 치매환자 수는 2022년 48만7,600명에서 2058년에는 11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치매 위험요소를 이해하고 식별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는 변경할 수 없는 위험 요소(나이 또는 유전), 그리고 더 수정 가능한 다른 요소(식단 또는 신체활동)가 포함된다.
하지만 치매와 그 위험요소는 모든 지역사회에 ‘동등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주요 내용이다. 즉 교육, 인종(민족) 및 지리적 차이(geographical disparity)가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나시대학교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호주 각 우편번호 지역의 지리적 불평등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가 거주하는 지역 우편번호를 호주 통계청(ABS)이 집계해 놓은 ‘상대적인 사회경제적 장점 및 단점 지수’(Index of Relative Socio-economic Advantage and Disadvantage)와 일치시켜 각 지역별 사회경제적 지위를 측정했다.
이 지수는 평균 가계소득, 교육, 실업률, 직업기술, 장애, 차량 소유, 인터넷 연결, 가족 구조 및 주택 배치 등 여러 요인과 관련 정보를 통합한다. 그리고 이 점수가 낮을수록 사회경제적 불이익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 연구팀이 확인한 것은= 이를 통해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거주자들의 기억력이 저하되고 치매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특히 고령층(55세 이상)에서 두드러져 이런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경우 기억력이 아주 낮고 치매 위험이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하위 20% 지역에 거주하는 성인들이 더 작은 두뇌를 갖고 있음을 발견한 미국 기반의 연구와 일치하는 것이다.
치매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질병이다. 사진 : Pixabay / geralt
▲ 이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연구팀은 우선 주목해야 할 것으로, 이번 조사가 관찰 연구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한 그룹의 조사 대상을 추적하고 잠재적 위험 요인이 치매 위험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포함한다.
그 결과가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지역에 거주하는 것이 반드시 기억 상실이나 치매를 유발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지역적 불이익과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 관계를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지역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통해 사람들이 사는 곳의 많은 복잡성과 미묘한 차이(뉘앙스)를 측정한다. 이는 건강 결과와 질병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을 포착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만연된 범죄, 안전, 의료 및 교육 접근성을 포함한 지역 자원, 신체활동과 여가를 위한 기회 및 공간, 사회적 무질서, 녹지 접근성, 대기 및 소음 공해 등이 포함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같은 경제적, 심리사회적(psychosociology), 환경적 요인이 건강 결과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에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녹지 공간이나 커뮤니티 스포츠 시설이 부족하면 신체활동이 위축될 수 있으며 이는 심장, 뇌 건강에 좋지 않은 위험 요소가 된다.
이와 유사하게, 도서관, 레저센터 등은 사회적 참여와 정신발달을 위한 주요 수단을 제공하며, 이런 수단의 부족은 치매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뿐 아니라 경제적 여유 측면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이 낮은 사람들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 살 수도 있으며, 문해력이 떨어지는 경우 더 나쁜 건강 결과를 경험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팀은 “특정 지역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시간 경과에 따른 기억력 감퇴, 실제 치매 진단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이해하는 것은 향후 연구에서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 향후 필요한 것은= 연구팀은 사회경제적 수준을 목표로 한다면, 지방-주-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투자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의 시작은 모든 우편번호 지역에 녹지 공간과 커뮤니티 시설(레저 및 스포츠 클럽 등)의 가용성 및 접근성을 높이는 것으로, 노년기의 건강과 활동적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 수준에서 기억 상실과 치매 위험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긍정적 건강 행동도 있다. 여기에는 균형 잡힌 식사, 새로운 기술, 언어 학습, 규칙적 신체 활동, 사회적 연결 유지, 올바른 숙면 등이 포함된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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