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내륙, 먼 외딴 지역 원주민 커뮤니티의 경우 정부의 공식 통계보다 실제 자살비율은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 원주민 정신건강 서비스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ATSISPEP’ 보고서 권고... 정신건강 서비스, 우선 집중돼야
내륙 먼 외딴 지역의 원주민 커뮤니티 내 자살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실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ABC 방송은 원주민 자살예방 프로그램인 ‘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Suicide Prevention Evaluation Project’(ATSISPEP) 보고서를 입수, 금주 수요일(12일) 호주 원주민 커뮤니티의 높은 자살 비율을 보도했다. ‘ATSISPEP’는 서부 호주 팻 덧전(Pat Dudgeon) 교수와 사회정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톰 칼마(Tom Calma) 전 위원이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이 보고서는 호주 원주민 정신건강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함께, 원주민 자살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원주민이 주도하는 국가 차원의 예방 프로그램이 즉각 개발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ATSISPEP는 지난 2011년에서 2015년 사이 원주민 자살자가 68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자 연방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 일환으로 조직한 기구이다.
최근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에게 보고된 ATSISPEP 보고서는 원주민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기존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실패한 데 대한 제반 증거들을 평가하면서 원주민 커뮤니티 건강 서비스(Aboriginal Community Controlled Health Services)의 경우 메인 기구인 ‘Primary Health Networks’의 자금을 이용, 원주민 대상의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한 원주민 커뮤니티의 높은 자살비율에 따라 구성된 정신건강 지원 인력 운용도 호주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이 지원 인력 프로그램인 ‘Critical Response Project’는 서부 호주에서만 시험 운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연방 보건부 수산 레이(Sussan Ley) 장관은 서부 호주 킴벌리( Kimberley)에서 원주민 자살과 관련 국가 차원에서의 대책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한다.
지난 2년 반 동안 ATSISPEP 진행자들은 호주 전역을 돌며 원주민들을 만나 자살과 회복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주민들은 현장에서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 자금이 충분한, 많은 프로그램들이 실질적으로는 원주민들에게 부적합하고, 원주민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은 자금 확보에 지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ATSISPEP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원주민 주도의 정신건강 서비스로 자살 방지를 위해 활동하는 서비스 기구는 19개에 이른다.
ABS, 지난 10년 사이
원주민 자살 크게 늘어
연방 정부는 지난해 말, 국가 차원의 자살 예방전략(National Suicide Prevention Strategy)을 구축, 자살 방지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 각 지역별 비교에서 자살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 서부 호주 킴벌리(Kimberley)는 지난 8월, 호주 내 12곳의 자살예방 시험 지역 중 하나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 지역 원주민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ATSISPEP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전에 이 정책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ATSISPEP의 공동의장인 덧전 교수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앞으로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살 관련 연구원들은 지난 수년 동안 호주 전역에서 원주민 자살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경고해 왔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은 최근, 지난 10년 사이 원주민 자살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발표했다.
서부 호주(West Australian) 주 정부는 근래 서부 호주 주의 자살 건수는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원주민 지도자들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원주민 어린이 자살
3명 가운데 1명꼴
지난해만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원주민 수는 152명 이상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남성은 110명, 여성은 42명이었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원주민 자살은 거의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2015년 원주민(토레스해협 도서민 포함) 자살은 전체 호주인의 사망 원인 중 다섯 번째를 차지했다. 이는 비원주민 자살이 전체 사망 원인 중 열두 번째에 이르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이런 가운데 원주민 어린이에 대한 통계는 더욱 암울해 자살 비율은 3명 중 1명에 이른다.
서부 호주의 정신건강 관련 학자인 게리 게오르가토스(Gerry Georgatos)씨는 “원주민 자살 비율에 대한 정부의 공식 집계는 실제 비율보다 낮으며 특히 먼 외딴 지역 자살 통계는 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주민 자살률은 전체 원주민 사망자 10명 중 1명에 이른다” 주장했다. 정부 공식 통계는 원주만 사망자 19명 중 자살자가 1명이라고 되어 있다.
게오르가토스씨는 “원주민의 높은 자살 비율은 인도주의의 위기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