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인근에는 백인 정착 초기에 형성된, 오래된 마을들이 곳곳에 산재한다. 농장이나 목초지, 또는 목재 생산, 금광 개발과 함께 형성된 이런 타운 가운데는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오늘날 ‘Historic Town’이라는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사진은 블루마운틴(Blue Mountain)에 있는 루라(Leura) 타운의 ‘Leura Village Fair’.
백인 정착 초기 형성, 과거 모습 간직한 올드타운들
1788년 첫 백인 정착자들이 시드니 코브(Sydney Cove)에 닻을 내린 이후, 당시 NSW 식민지 관리들의 가장 큰 과제는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일이었다. 서쪽으로 블루마운틴을 넘는 탐험로가 확인된 이후 식민정부는 이 거대한 산맥을 넘어 서쪽 내륙으로 진출했고,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드넓은 평원을 찾아냈다. 비단 서쪽뿐 아니라 남쪽, 북쪽으로 농장과 목축지를 개척했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타운이 형성됐다. 이렇게, 시드니 인근에는 18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올드타운이 곳곳에 있다. 그리고 이런 타운들은 지금까지 상당 부분 옛 모습을 유지함으로써 오늘날에는 ‘Historic Town’으로써의 새로운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
긴 일정이 필요 없이 주말 하루를 이용해 자동차로 즐길 수 있는 시드니 인근 10개의 오랜 마을들을 소개한다.
■ BERRIMA
시드니 남쪽, 서던 하이랜드(Southern Highlands region)에 자리한 베리마(Berrima)는 1830년대 형성된 타운으로, 호주 전역에서 과거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건축된 교회를 비롯해 베리마 법원 등 여러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또한 호주에서도 유명한 수제품 숍을 구경하는 재미도 많다. 베리마 강(Berrima River)을 따라 호젓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일상에 지친 이들이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다. 타운 주변에 16개의 와이너리(winery)가 자리잡고 있어 흄 하이웨이(Hume Highway)를 지나는 이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서던 하이랜드 지역 농산물을 이용, 손으로 직접 만든 ‘Two Skinny Cooks’ 브랜드 제품, 과일잼인 ‘Mrs Oldbucks Pantry’ 제품, ‘The Little Hand-Stirred Jam Shop’ ‘Lolly Swagman Shop’ ‘The Australian Alpaca Centre’ 등은 베리마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고 있다.
흄 하이웨이를 이용, 시드니 남쪽으로 134킬로미터 거리(승용차 90분 소요).
베리마(Berrima) 타운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 1930년대 형성된 베리마는 당시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 중 하나이다.
1850년대부터 문을 열고 있는 찻집.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BUNDANOON
베리마(Berrima)에서 남쪽으로 24킬로미터 지점에 자리한, 서던 하이랜드 지역(Southern Highlands region)의 또 하나의 올드타운이다. ‘서던 하이랜드라’는 이름을 형성한 모턴 국립공원(Morton National Park) 남쪽 끝자락에 있는 제법 큰 타운으로 국립공원에 걸쳐 자리한 탓에 부시워킹(bush walking) 코스를 비롯해 자전거를 즐길 만한 12킬로미터의 트랙도 잘 조성되어 있으며, 시간을 갖고 볼만한 명소들도 즐비하다. ‘Gardeners' Kitchen’, ‘Bundanoon Country Bakehouse’, 2헥타르 넓이의 정원 안에 자리한 오랜 역사의 ‘Bundanoon Hotel’ 또한 분다눈(Bundanoon)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곳들이다.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149킬로미터 거리(승용차 100분 소요).
분다눈(Bundanoon)의 한적한 중심가. 오랜 건물들만큼이나 긴 시간 문을 열고 있는 숍들이 보인다.
2헥타르의 정원 안에 들어서 있는 분다눈 호텔(Bundanoon Hotel). 이곳 레스토랑의 음식은 호텔의 명성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다.
■ KANGAROO VALLEY
숄 헤븐 지역(Shoalhaven region)에 자리한 캥거루 밸리(Kangaroo Valley)는 모턴 국립공원(Morton National Park) 주변의 바위 산악과 농장 지대 안의 분지에 형성된 타운으로 1817년 형성됐다. 인구는 약 800명으로 오늘 날에는 모턴 국립공원(Morton National Park)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둘러 가는 올드타운이다. 캥거루 강(Kangaroo River)를 끼고 만들어진 농업 기반의 타운이지만 방문객들이 많아지면서 오늘날에는 갖가지 공예품,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 카페,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The Nostalgia Factory’, ‘Valley Vintage’, 넓은 비어가든을 갖고 있는 ‘The Friendly Inn’은 꼭 둘러볼 만한 곳. 캥거루 강에서의 카약, 패들링(paddling), 산악 트레킹과 자전거 코스도 잘 만들어져 있다.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156킬로미터 거리(승용차 2시간 소요).
캥거루 밸리(Kangaroo Valley)의 중심가. 1912년 백인 정착자가 처음으로 이곳을 찾아냈으며 1817년부터 타운이 형상되기 시작했다.
캥거루 강(Kangaroo River)를 건너는 햄든 브릿지(Hampden Bridge). 1895년 만들어진 이 다리는 당시 NSW 식민정부 총독 햄든 경(Lord Hanpden. Henry Brand, 2nd Viscount Hampden)의 이름을 따 붙였다. 폭이 좁아 건너편에서 자동차가 오는 경우 다리 입구에 먼저 도착한 차량에게 양보해야 한다.
■ THIRROUL
시드니 남쪽 로얄 국립공원(Royal National Park) 남쪽 끝자락, 해안에 자리한 올드타운이자 휴양지이기도 하다. 영국 작가 D. H. Lawrence가 이곳에 머물며 ‘Kangaroo’라는 작품을 집필했다 하여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1킬로미터 길이의 아름다운 해변, 해안 수영장, 자전거를 이용한 해안도로 일주 등 즐길 거리는 많다. 또한 이곳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생선 요리도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시드니에서 울릉공(Wollongong)으로 가는 기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71킬로미터 거리(승용차 1시간 소요).
로얄 국립공원(Royal National Park)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티롤(Thirroul) 마을 풍경. 아름다운 비치와 주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티롤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휴양객들.
■ JAMBEROO
시드니 남쪽, 키야마(Kiama)에서 11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전형적인 목장지대 마을이다. 1800년대 초, 백인 정착자들이 이 지역 열대우림에서 생산하는 삼나무 목재를 운반하기 위해 만든 마을로, 오늘날에는 ‘Jamberoo Recreation Park’ 등이 조성되면서 약 900명의 인구가 거주한다. 울릉공 남부에 자리한 가장 아름다운 타운 중 하나로 꼽히며, 주말에는 라이브 공연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가 펼쳐진다.
시드니 남쪽 114킬로미터 거리(승용차 100분 소요).
잼버루(Jamberoo)의 잼버루 펍은 이 타운의 아이콘과도 같다.
잼버루에 있는 ‘Treetop walk’. 높은 위치에서 열대우림을 감상할 수 있다.
■ BERRY
NSW 사우스 코스트(South Coast), 숄헤븐 지역(Shoalhaven region)의 대표적인 올드타운 중 하나이다. 1810년대 식민정부 조사관인 조지 에반스(George William Evans)가 이 지역을 방문한 뒤 농장 및 인근 삼림에서 풍부한 목재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하면서 형성된 타운이다. 아름다운 마을 풍경,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을 비롯해 ‘Berry Sourdough Cafe’, ‘Broughton Antiques’, ‘Goldfish Toy Shop’, ‘Pompadours Chocolate House’, ‘The Berry Tea Shop’, ‘The Treat Factory’ 등 천천히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143킬로미터 거리(승용차 2시간 소요).
베리(Berry) 중심가. 1800년대 지어진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이 지역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도 잘 꾸며져 있다.
베리 중심가 건물들은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 LEURA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에 있는 여러 마을 중 가장 아름다운 타운으로 꼽히는 곳이다. 2주 전 본지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 정원(Garden)으로 유명한 이곳은 매년 9월 말 ‘Leura Garden Festival’를 통해 이 지역의 아름다운 정원을 선보이며, 이 축제 마지막 날에는 타운 중앙에서 ‘Leura Village Fair’를 연다. 타운 주택가가 아름다운 정원수로 장식되어 봄이면 화려한 색상의 꽃들이 가득하며 가을이면 색깔이 변한 나뭇잎들이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이런 아름다움 때문에 매 주말 시드니사이더들이 하루 코스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루라 타운은 해발 900미터가 넘는, 블루마운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로 ‘Leura Cascades’, 현재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주택 중 하나인 클리브 에바트(Clive Evatt, 전 법정변호사이자 노동당 정치인)의 주택, ‘Everglade House & Garden’ 등도 둘러볼 만하다.
시드니에서 북서쪽으로 99킬로미터 거리(승용차 90분 소요).
루라(Leura) 타운의 중심가. 주말이면 시드니사이더들의 방문이 많아 거리는 자동차로 가득차곤 한다.
루라 타운에 자리한 ‘Everglade House & Garden’. 봄이면 갖가지 색상의 꽃들이 가득하고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또 다른 멋을 보여준다.
■ BILPIN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의 4개 지방정부 중 혹스베리(Hawkebury) 카운슬의 유명한 ‘Bells Line of Road’ 상에 자리한 인구 500여명의 작은 타운이다. 블루마운틴 일대를 터전으로 삼았던 호주 원주민 건덩구라(Gundungurra) 및 다럭(Darug) 부족이 거주하던 지역으로, 1816년 원주민 가이드였던 펄핀(Pulpin)의 이름을 따 빌핀(Bilpin)이라 명명했다. 농장과 함께 사과 등 과수원으로 유명하며, 블루마운틴의 마운트 토마(Mount Tomha)에 있는 ‘Tomah Botanic Garden’은 이곳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이다. 블루마운틴을 감상할 수 있는 여러 전망대가 있으며, 트레킹 코스도 소요 시간별로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Bilpin Community Market’이 열리며 이 지역의 사과가 유명한 만큼 이 사과로 만든 애플파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이다.
시드니에서 북서쪽으로 90킬로미터 거리(승용차 80분 소요).
빌핀(Bilpin)은 블루마운틴 지역에서 루라(Leura) 만큼이나 시드니사이더들의 사랑을 받는 올드타운이자 특히 사과가 유명해 ‘Land of the Mountain Apple’로 불려지기도 한다. 사진은 빌핀의 중심거리 상가.
본지에서도 소개(1173호 보도)한 적이 있는 빌핀(Bilpin) 소재 숲 속의 나무 위에 지은 숙소. 에어비앤비(Airbnb)에도 소개돼 전 세계 여행자들도 찾는 곳이다.
■ WOLLOMBI
주말을 이용해 헌터밸리(Hunter Valley)를 찾는 시드니사이더들이 거쳐 가는 첫 번째 코스로 꼽히는 타운이다. 헌터 지역(Hunter region), 세계 자연유산(World Heritage)인 옌고 국립공원(Yengo National Park) 서쪽 자락에 있는 월롬비(Wollombi)는 1800년대 초, 식민정부가 NSW 북부를 잇는 도로를 건설하면서 1820년대 만들어진 마을이다. 오늘날 NSW 주 대표적 와인산지인 헌터밸리의 각 지역(suburb)처럼 이곳 농산물로 만들어 낸 꿀, 잼, 올리브 오일, 갖가지 과일 제품이 유명하며 와이너리에서 즐기는 시음도 월롬비의 즐길거리이다. 와인이나 농산물뿐 아니라 ‘The Wollombi Quilt’, ‘The Wollombi Wool Store’ ‘The Wollombi General Store’ 또한 월롬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다.
시드니에서 북서쪽으로 130킬로미터 거리(승용차 100분 소요).
헌터 지역(Hunter region)에 있는 월롬비(Wollombi) 타운. 인구 200명 정도의 이곳은 헌터밸리를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첫 번째 마을이다.
농장으로 둘러싸인 ‘Wollombi Tarven’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여행객들.
■ MORPETH
영국 장교(대위) 출신으로 NSW 식민정부 당시 치안판사를 역임한 에드워드 찰스 클로스(Edward Charles Close)가 1830년대 1천 헥타르의 땅을 마련, ‘Closebourne’이라는 이름의 주택을 짓고 지역을 개발하면서 형성된 올드타운이다. 헌터 지역(Hunter region) 메이틀랜드(Maitland) 카운슬 내에 있는 모페스(Morpeth) 또한 시드니사이더들로부터 사랑받는 주말여행지 중 하나. 와인 시음을 비롯해 지역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 수공예품 숍, 보석, 골동품 등 볼거리와 함께 마차를 타고 인근 지역을 둘러보는 코스, 모페스 강(Morpeth River)를 오가는 크루즈(Cruise), 강변 산책도로 잘 조성되어 있다.
시드니에서 북서쪽으로 165킬로미터 거리(승용차 2시간 소요).
호주 초기 양식을 보여주는 모페스(Morpeth)의 한 건축물. 모페스(Morpeth)에는 헌터밸리 지역의 대부분 타운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즐길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모페스 중심가에 자리한 카페. 1830년대 형성된 모페스에는 오랜 건축물들이 상당 부분 남아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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