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료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우려 하는 첫째 이유는 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 당국부터 아직도 전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어 바이러스의 정체 및 감염 경로와 속도, 치료, 백신 등 모든 부분들에 대해 정확한 자료와 근거들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의학계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내놓으며, 중국 여행 관련 금지조치들이 해제되고 나면 이 바이러스의 진면목을 알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우한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 사진: 신화통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호주 전문가들의 우려, “무엇을, 왜?”
중국 여행 및 입국금지 조치들... 바이러스 실체는 여전히 미궁 속 안개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지 이미 9주가 지난 지난주 20일 현재, 호주에서는 감염이 확인된 사례가 15건에 불과하다. 중국이나 일본 싱가폴 이태리 등 국가에 비하면 그야말로 진정 국면으로도 볼 수 있다. NSW, 빅토리아, 퀸즐랜드, 남부 호주 4개 주에서 지난 주말 23일 오전 현재까지 총 15명의 확진자 사례가 나왔으며 이 중 NSW의 경우 확진자 4명이 모두 완치되어 귀가했다.
그러나 매년 수천 명이 독감으로 죽어가고 있는 호주의 현실에서, 아직 어떠한 사망자도 보고되지 않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의료 전문가들도 여전히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2일자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국내 의료전문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 및 독감의 차이점들을 상세히 비교하며,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우려되는 사항들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내용을 보도하여 주목을 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호주의료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우려 하는 첫째 이유는 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 당국부터 아직도 전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어 바이러스의 정체 및 감염 경로와 속도, 치료, 백신 등 모든 부분들에 대해 정확한 자료와 근거들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퀸즐랜드대학(University of Queensland)의 바이러스학자 이안 맥케이( Ian Mackay) 교수는 “중국이 이 바이러스의 발병으로 초토화되다시피 한 상태라는 것은 바로 이 질병에 대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면서 “현재 중국 내 병원들은 감염된 환자들의 숫자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당국에서 발표하고 있는 통계 수치들을 믿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맥케이 박사는 “제대로 측정된 정확한 수치와 자료가 없으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면목을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 여행자 입국금지 금지 및 중국으로의 여행금지와 같은 조치들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고는 있지만, 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 양상을 예측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로바 바이러스로 북적이는 우한의 한 병원 상황을 보도하는 2월 초 중국 국영 CCTV 뉴스 영상 캡쳐. 호주 ABC 방송이 인용, 방영한 것.
중국 여행금지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그에 더해 현재 전 세계의 지역 사회들은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상태이다. 이것은 이 신종 바이러스가 결국에는 퍼져나갈 수밖에 없으며, 얼마든지 글로벌 레벨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주국립대학(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전염병 연구 의료진 산자야 세나야케(Sanjaya Senanayake)는 “비록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보다 더 전염성이 강하다”며 “9주간 발생한 감염환자의 숫자가 당시 8개월 동안에 발생한 사스 환자 수를 능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바이러스가 확산 되는 시간은 약 6일에서 7일로 보이며, 이는 보통 나흘 정도 걸리는 독감(인플루엔자)보다 약간 긴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세나야케 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 기침, 콧물, 근육통 등의 증상을 경험하며 독감에 걸린 것처럼 느끼지만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면서, “상당수의 환자들이 설사를 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이 바이러스가 사스(SARS)처럼 폐뿐만 아니라 위장 부위의 세포를 겨냥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스는 배설물을 통해 퍼져나갔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도 이런 식으로 퍼질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미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미 배설물로 분리하고 있으며, 사실 그와 같은 감염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호주의 경우 환자들을 격리시킬 때 독립된 방과 별도의 화장실을 사용하기에 병원 및 의료 전문가들조차 코로나 바이러스의 늪에 빠져들었던 중국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맥케이 박사는 또한 이 바이러스가 환경조건이 다를 경우, 감염 및 확산이 중국의 현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박사는 그 근거로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 환자 중 약 20-25%가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있는 데 비해, 중국 밖에서 발생한 수백 건의 사례들에서는 증상이 매우 약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 등 다른 나라들에서는 환자들을 통제하고 치료하는 데에 중국보다 더 많은 의료 재원들이 투입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멕케이 박사는 “(결국) 독감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면역력과 감염에 대처하는 우리의 능력에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감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왔으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드니대학 내 ‘마리 바셔 전염병 연구소’(Marie Bashir Institute for Infectious Diseases and Biosecurity)의 타니아 소렐(Tania Sorrell) 교수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겨울 바이러스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소렐 교수는 “(중국의 겨울이 끝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이 질병이 지속적으로 번져가고 (독감처럼) 오래 계속 된다면 지역사회는 바리어스에 대해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키워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나야케 박사 역시 “의료전문가들이 확고한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사례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자료들이 필요하다”고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바이러스는 매우 새롭고 누구도 이에 대한 면역력이 없지만 만약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다면, 가벼운 감염을 야기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사는 “의료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새롭게 등장하면 어떤 것이라도 과거 1918년도에 전 세계적으로 약 4천만에서 5천만 명까지 인명피해를 일으킨 제2의 악성 유행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 질병은 “오랫동안 중국에 머물 것이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많은 바이러스들 같은 전형적인 바이러스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전 세계에 씨를 뿌려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호주 보건성 수석 의료고문 브렌던 머피(Brendan Murphy) 교수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호주에서) 지역 사회 간에 전염되는 경우는 아직 없다”며, “마스크를 쓰고 다닐 이유가 없고, 특정 국가적 배경이나 외모를 가진 사람을 피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호주 정부는 중국여행 금지조치 및 여행자 입국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으나, 매주 이 금지 조치들에 대한 검토를 반복하고 있다. 외교문제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경제적 이유 때문에도 이 조치들이 끝내 유지될 수는 없다. 국내외 의료 전문가들은 이 질병의 확산이 현재 매우 중요한 단계에 와 있고, 앞으로 중국 안팎으로의 여행 금지가 해제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진정한 테스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임옥희 기자 /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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