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스 포인트(Millers Point)의 중심도로인 켄트 스트리트(Kent Street) 상에 이어진 테라스 하우스. 지역민들의 이 지역 주택이 여행자를 위한 단기숙소로 변모되자 켄트 스트리트를 ‘렌트 스트리트’(Rent Street)로 부리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 “역사적 주거지 문화 훼손...” 우려
새 개발 지역인 바랑가루(Barangaroo)옆 밀러스 포인트(Millers Point)의 정부 주택 매도가 당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 지역을 ‘에어비앤비’(Airbnb)가 중개하는 단기 여행자 숙소로 만들고 있다.
지난 주 토요일(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부동산 섹션인 ‘도메인’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 주택의 경우, 여행자를 위한 최고 임대비용은 주(weekly) 4천500달러까지 치솟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매도된 이 지역 정부 소유 주거지들은 홈 쉐어링 웹사이트(home-sharing websites)를 통해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으로 변모됐다. 여기에는 지난해 중반 200만 달러 넘는 가격에 팔린 켄트 스트리트(Kent Street) 상의 테라스 하우스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테라스 하우스는 현재 ‘1박 임대비 650달러’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상태이다.
밀러스 포인트의 중심 도로이기도 한 켄트 스트리트의 주택들이 이처럼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장단기 임대 주택으로 변모되면서 켄트 스트리트는 ‘렌트 스트리트’(Rent Street)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이와 관련 시드니 시티 카운슬(City of Sydney) 대변인은 “밀러스 포인트는 주거 지역으로 관광객이나 방문객 숙소로는 허용되지 않는 지역”이라며 “B&B 숙소(Bed and breakfast accommodation)로 활용할 경우 카운슬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지난 8개월 동안 카운슬로 숙소 임대와 관련된 신청 건수는 3건뿐”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 관련 법 전문 로펌인 ‘Corrs Chambers Westgarth partner’의 변호사 제이 앤드류스(Jay Andrews)씨는 정부 소유 부동산으로 99년간의 장기임대로 제공한 주거지를 전대(sub-let)하는 규정은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드니 시티 카운슬은 켄트 스트리트 상의 한 주택 거주자가 정부로부터 임대한 주택을 불법으로 개조한 뒤 관광업으로 운용한 사례에 대해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카운슬은 임대를 해약하고 경매를 통해 이 주택을 250만 달러에 매각했다.
카운슬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많은 주택들은 계속해 여행자 단기숙소로 주거지를 임대하고 있다.
현재 이 지역 8개 주택은 에어비앤비, 또는 유사한 숙소 중개 사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여행자에게 숙소를 임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이 8개 주택뿐 아니라 연중 많은 주택들이 장단기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11년 센서스에 따르면 밀러스 포인트와 도우스 포인트(Dawes Point)에는 246채의 주택이 있다. 하지만 이 지역 알짜배기 지역의 부동산은 정부 소유이며 2년 전부터 일반을 대상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다.
지역민들은 정부가 소유 부동산 매각을 진행함에 따라 더 많은 테라스 하우스들이 일반인 소유로 돌아가고, 이로써 역사적인 주거지역이 장단기 여행자 숙소 지구로 변모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밀러스 포인트에서 평생을 거주해 왔다는 한 주민은 “임차인이 사라지고 이곳 주택들이 여행자 대상의 단기 숙소로 전환되는 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라며 “그것이 지금이 현상이며, 부동산 가격은 아주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밀러스 포인트의 주택 중간가격은 243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녀는 “한때 노동자 또는 중산계급의 사람들이 하찮은 지역으로 간주하던 이곳은 이제 호주의 중산층들이 자금을 투입해 이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경매로 나온 9채의 주택은 모두 예상가격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이어 그녀는 “부동산들은 여전히 이곳에 있고 사람들도 그것을 알 수 있지만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역사적 주거지인 이곳의 영혼이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역 거주민 중 하나인 로버트 네스(Robert Ness)씨는 자기 주택을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자 단기 숙소로 임대하고 있다. 그는 6년 전, 정부가 매각하는 로워 포트 스트리트(Lower Fort Street) 상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이후 5년 정도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통해 여행자들에게 단기숙소로 임대해 오고 있다.
제법 많은 여행자들에게 숙소를 임대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경우 “역사와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숙소를 임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윤만을 위해 자기 주택을 단기숙소로 임대하는 게 아니라는 애기다. 하지만 그의 주택은 ‘bed and breakfast’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네스씨는 “에어베앤비는 6년 전 시작 당시, 주거하고 있는 가정의 여유 침실을 여행자에게 임대한다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이 산업이 성장하면서 사람들이 투자용 부동산을 구입한 뒤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한 주택에 15명까지 숙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러스 포인트 주민단체인 ‘Millers Point Resident Action Group’(RAG)의 존 매키너리(John McInerney) 의장은 이 지역 일부 임대 숙소에 대해 경고를 주었다고 말했다.
매키너리 의장은 “다만 우리는 지역주민 단체로서 오랜 기간 이 지역에 거주했던 이들이 이 지역에서 함께 하기를 바란다”면서 “지역사회의 융화가 파손되어 이제는 상류층의 단일 문화로 변질되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시드니 모닝 헤럴드 도메인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호주 에어베앤비 측이 언급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 Millers Point 주택 현황
-Apartments, flats / units : 586
-Semi-detached, row or terrace house, townhouse : 89
-Houses : 102
■ Dawes Point 주택 현황
-Apartments, flats or units : 176
-Semi-detached, row or terrace house, townhouse : 50
-Houses : 3
밀러스 포인트의 오래된 정부 주택들. NSW 주 정부는 2년 전부터 이 지역의 정부 소유 테라스 하우스를 일반에 매각하기 시작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