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 임금 격차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음이 최근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호주 직장내 성평등기구’(Australian Workplace Gender Equality Agency) 보고서에 따르면 관리직종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남성의 경우 같은 직급의 여성에 비해 연평균 16만2천 달러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남녀 임금격차도 ‘여전’... 직급 높을수록 소득 차이도 더 벌어져
커스텐 오도허티(Kirsten O'Doherty)씨는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할 당시, 제약회사에 입사해 최초로 여성 총괄 매니저가 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현재, 그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품을 만들어내는 호주 거대 제약회사 ‘AbbVie’의 호주-뉴질랜드 지역 담당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젊은 시절, 나는 분명 그런 야망을 갖고 있었고, 더 많은 것을 원했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오도허티씨는 병원에서 약사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제약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AbbVie’ 사의 전체 업무를 책임지는 최초의 여성 총괄 매니저 자리까지는 아직 오르지 못했지만 그녀가 최고 자리에 오르는 것도 멀지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현재 호주 전체 산업계에서 오도허티씨와 같은 여성은 극히 소수이며, 남성과 같은 수의 여성 최고경영자가 배출되기까지는 80년이 소요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직장내 성평등기구’(Australian Workplace Gender Equality Agency. WGEA)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는 호주 직장의 관리직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남성의 경우 같은 직급의 여성에 비해 연평균 16만2천 달러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WGEA가 ‘커틴경제연구센터’(Curtin Economics Centre)에 의뢰해 분석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고위직으로 상위 소득 10%에 포함되는 남성의 평균 연봉은 59만8,745달러인 반면 같은 직책의 여성은 43만6,369달러로 큰 차이를 보인다.
직장 내 임금격차 ‘여전’
남녀간 임금격차는 하위직 관리 직종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연평균 3만1천 달러의 차이를 보였다.
오도허티씨는 ‘AbbVie’ 사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동안 다른 제약회사 등의 임금 체계를 벤치마크 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고경영자에게 보조를 맞출 것을 요구하면서 여성에 대한 임금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여성은 호주 노동시장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풀타임 관리자 위치에 있는 여성은 37.5%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는 4천500명 이상의 고용주 데이타를 기반으로 하여 진행된 것으로, 이는 호주 전체 노동력의 약 40%에 달하는 규모이다.
조사 결과 보건 부문은 종사 여성 수가 많은 데 비해 상위직 여성 관리자 수는 눈에 띠게 적었으며 남녀간 임금격차가 가장 큰 직종은 임대업 및 부동산 부문이었다. 반면 광업, 제조업 및 공공부문 여성 관리자 수는 크게 증가했다.
WGEA의 리비 라이온스(Libby Lyons) 위원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여성 최고 경영자 수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차별이 심해지는 점을 감안할 때) 놀랄 일이 아니다”며 “CEO 자리에 오른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라이온스 위원장은 이어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에 불만은 없다. 단지 우리는 회사 내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다만 여성들이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온스 위원장은 이어 같은 직급의 남성 관리자가 여성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것에 대해 고용주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직장 여성에게 좋은 소식도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모두 여성 직원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거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부가 규정한 최소한의 유급 육아휴직을 여성 직원에게 제공했던 회사의 경우 여성 관리자가 회사를 떠나는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다.
또한 유연한 근무시간을 적용한 회사는 파트타임 여성 관리자가 거의 14%나 증가했으며, 현장 보육은 유급 육아 휴직을 가져야 했던 여성 관리자 유임을 5분의 1까지 증가시켰다.
오도허티씨는 “출산 휴가는 현재의 자리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출산 휴가를 시작할 때, 이전과 같은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는 그녀는 “첫 딸을 출산하고 5주 정도, 본래의 내 일을 계속하기 위해 집에서 무보수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 같다”면서 “최소한의 출산 휴가 시간을 갖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기에 오도허티씨는 ‘AbbVie’ 사의 매니저로서 유연한 근무시간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유명 제약회사에서 여성으로서는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른 커스텐 오도허티씨(가운데). 호주 및 뉴질랜드 총괄 매니저로 일하는 그녀는 “대학(약학과) 시절부터 큰 야망을 가졌다”면서 고위직에 오른 여성들이 고용주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임금차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능력 있는 여성 리더의 이점
이번 조사 결과는 여성 최고경영자가 직장 내 여성 직원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이 최고위 직책에 있는 회사의 경우 풀타임 여성 관리자 비율은 8.6%가 늘었다.
이사회 또한 여성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남성과 같은 수의 여성 이사가 있는 경우 풀타임 여성 관리자 비율을 7.3%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내 성평등기구’의 라이온스 위원장은 “기업이나 직원들이 관리자 역할에 더 많은 여성을 원하는 것은 이치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언급한 그녀는 “고용주가 여성 관리자에게 13주의 출산 휴가를 제공한 경우 직장 복귀 가능성이 두 배가 높다는 증거가 있다”며 “만약 이들이 육아를 이유로 회사를 떠날 경우 고용주는 다른 직원을 채용한 뒤 재교육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장기적 관점을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시기별 남녀 임금격차
(풀타임 근무자, 주급 기준. 시기 : 남성 / 여성 / pay gap)
-1995년 5월 : $688.90 /$575.00 / $113.90
-1996년 5월 : $716.30 / $594.80 / $121.50
-1997년 5월 : $743.60 / $621.20 / $122.40
-1998년 5월 : $774.80 / $646.30 / $128.50
-1999년 5월 : $792.10 / $669.70 / $122.40
-2000년 5월 : $831.60 / $697.20 / $134.40
-2001년 5월 : $867.00 / $734.60 / $132.40
-2002년 5월 : $911.40 / $773.30 / $138.10
-2003년 5월 : $963.10 / $813.10 / $150.00
-2004년 5월 : $995.50 / $845.60 / $149.90
-2005년 5월 : $1,050.40 / $892.60 / $157.80
-2006년 5월 : $1,087.90 / $917.00 / $170.90
-2007년 5월 : $1,140.20 / $959.40 / $180.80
-2008년 5월 : $1,193.00 / $1,004.90 / $188.10
-2009년 5월 : $1,268.50 / $1,054.60 / $213.90
-2010년 5월 : $1,336.50 / $1,106.00 / $230.50
-2011년 5월 : $1,399.00 / $1,152.40 / $246.60
-2012년 5월 : $1,447.10/ $1,193.90 / $253.20
-2013년 5월 : $1,515.70 / $1,252.00 / $263.70
-2014년 5월 : $1,560.70 / $1,277.20 / $283.50
-2015년 5월 : $1,593.20 / $1,308.40 / $284.80
-2016년 5월 : $1,615.00 / $1,351.50 / $263.50
-2017년 5월 : $1,640.70 / $1,387.80 / $252.90
-2018년 5월 : $1,678.40 / $1,433.60 / $244.80
Source : WGEA
■ 고위직에 남녀 수가 같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
-최고 경영자 : 2100년
-핵심 관리자 : 2039년
-임원 : 2047년
-고위 관리자 : 2037년
-부서 관리자 : 2031년
-매니저 : 2042년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