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8일(월) 개막하는 ‘2021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가 코로나 바이러스 우려 속에서도 예정대로 멜번(Melbourne)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 COVID-19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매년 가장 먼저 치러지는 메이저 대회의 장소 이전 문제가 제기된 바 있지만 크레이그 타일리(Craig Tiley) 대회조직위원장은 경기장 규모를 감안할 때 멜번 파크(Melbourne Park) 외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대회의 주요 경기가 치러지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Rod Laver Arena). 사진 : Austadiums
빅토리아 주의 ‘코로나 바이러스 우려’ 불구, 그대로 진행 예정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어떤 국면으로 전개될런지 미지수인 가운데 매년 1월 개최되는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2021 호주 오픈’(Australian Open. AO)이 본래대로 개최(1월 18일 개막, 1월 31일 남자 결승)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 각 지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진정되는 상황에서 최근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 신규 환자 발생이 급등, 멜번(Melbourne)에서 열리는 대회 개최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7월 3일(금) 빅토리아 주의 신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는 68명이 발생하는 등 이날까지 17일 연속 두 자리 감염 수치를 보이자 AO 개최 장소를 시드니 또는 브리즈번(Brisbane)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둘째 주 들어 신구 환자 발생은 세 자릿수로 늘어났으며, 빅토리아 주 정부는 6주간의 록다운 시행을 발표했다).
AO는 프랑스 오픈(French Open), 윔블던(Wimbledon), US Open과 함께 세계 4대 메이저 대회이자 매년 가장 먼저 치러짐에 따라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대회이다.
이 같은 우려와 관련, 호주 테니스협회(Tennis Australia) 회장이자 호주 오픈 대회를 감독하는 크레이그 타일리(Craig Tiley) 위원장은 지난 3일(금) “최악의 경우 무관중으로 방송 중계만 가능한 대회로 진행하거나 각 경기장에 엄격한 방역조치를 취하는 등 여섯 가지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있다”며 “내년 대회를 멜번 외 다른 도시로 변경해 개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타일리 위원장은 이날 호주 A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회 계획 측면에서 변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록 최근 빅토리아 주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이 증가했지만 상황은 계속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내년 1월 멜번에서의 호주 오픈 및 호주 각 지역에서 계획된 다른 이벤트들이 예정대로 개최될 것임을 확신한다”며 “우리는 정부 및 보건 당국과 함께 대규모 집회, 사회적 거리, 위생 및 관련 규제들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멜번 파크(Melbourne Park)는
AO 개최의 유일한 옵션”
현재 멜번의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지구인 멜번 파크(Melbourne Park)는 그랜드 슬램을 개최할 수 있는 호주의 유일한 스포츠 시설이라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다.
호주 오픈 대회에서는 토너먼트가 이어지는 2주 동안 개폐식 지붕이 있는 경기장을 포함해 33개의 코트가 사용되어 왔다. 또한 메인 경기장 주변 18개의 코트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
브리즈번(Brisbane)에는 국제테니스연맹의 대회 규정을 갖춘 23개의 코트가 있지만 규모 면에서는 멜번 파크와 비교할 수 없으며 ‘호주 오픈’과 같은 메이저 대회를 치를 정도는 아니다. 사진은 최대 1만 명의 관중 수용이 가능한 브리즈번의 팻 라프터 아레나(Pat Rafter Arena). 사진 : Austadiums
아울러 멜번 파크에는 세계적 명성의 대회 개최 장소에 걸맞게 4층 규모의 시설에 gym, 의료 및 치료실, 얼음찜질 및 선수들의 워밍업 장소, 탈의실, 미용실, 경기 도우미 대기실 등을 갖추고 있다.
1만5천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Rod Laver Arena. 호주 오픈의 메인 경기장)뿐 아니라 멜번 파크의 국립 테니스 센터(National Tennis Centre)에는 3천 명에서 1만1,500명의 관중 수용이 가능한 4개의 코트가 있다.
이와 비교해 시드니에 있는 켄 로즈월 아레나(Ken Rosewall Arena)에는 개폐식 지붕이 있는 1개의 경기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가운데 9개의 경기 코트가 있으며 6개의 선수 연습용 코트, 탈의실, 식당 설비가 갖추어져 있을 뿐이다.
또 브리즈번(Brisbane)에는 국제테니스연맹(International Tennis Federation)의 국제대회 개최 규정을 충족하는 23개의 코트가 있지만 가장 큰 시설인 팻 라프터 아레나(Pat Rafter Arena)의 경우 5천5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개폐식 지붕 코트를 비롯해 총 1만 명 수용이 고작이다.
타일리 위원장은 “이렇게 볼 때 최대 9만 명의 관중을 감당할 수 있는 멜번 파크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며 “호주의 연간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1월에 열리는 호주 오픈 대회는 멜번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타일리 위원장에 따르면 올해 US오픈(8월 25일-9월 13일)과 프랑스 오픈(9월 20일-10월 4일) 운영위원회 측은 참가 선수들에 대해 의무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검진, 다양한 수준의 검역, 엄격한 참가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물론 우리 또한 현재 계획하고 있는 시나리오에서 이 같은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이 주(week) 단위로, 심지어 매일 바뀌면서 정확한 방안을 예측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제대회에 대한 우려는 이번 사태 후 세계 랭킹 1위인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가 조직한 발칸 반도의 아드리아 컵(Adria Cup) 대회 도중 여러 명의 선수와 코치가 COVID-19에 감염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더욱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8월 열리는 US 오픈을 앞두고 세계 랭킹 상위 선수들 가운데 일부는 대회 불참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