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Victoria) 주 정부가 주 경계를 봉쇄한 가운데 전염병 전문가들은 록다운(lockdown)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확산을 막기 위한 또 하나의 방안이지만 ‘필수업무 여행자’에게 예외로 적용키로 한 것은 전염병 전파의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Coronavirus shutdown’ 당시 차단시켰던 퀸즐랜드(Queensland)와 NSW 주 사이의 도로. 사진 : Rachel Walker 제공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최선의 선택이지만 사회-경제적 영향 무시 못해
멜번(Melbourne)을 중심으로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VIC 주 정부가 6주간의 록다운 조치와 함께 다른 주와의 경계를 봉쇄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약 10주에 걸친 ‘Coronavirus shutdown’을 통해 입증되었듯 이 조치(지역 폐쇄)는 감염자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주 경계를 폐쇄하는 것이 빅토리아 주의 신규 감염자 발생 건수 차단에 얼마나 효과적일까.
▲ 잠재 위험에 대한 최선의 방안=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 Australia) 역학자이자 생물 통계학자인 아드리안 에스터만(Adrian Esterman) 교수는 “빅토리아 정부가 주 경계를 봉쇄한 것은 대체적으로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그는 “필수 업무의 여행자가 국경을 통과해 최대 50킬로미터까지 여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둔 것은 우려할 만하다”며 “이것이 하나의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스터만 교수는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감안할 때 그 결과는 2주 후에 나타난다”면서 “일부 예외를 둔 것에 대한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NSW대학교 매리-루이스 맥로우스(Mary-Louise McLaws) 교수는 “검역, 검진, 격리, 개인위생 등 여러 방식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서 “주 경계를 봉쇄하는 것의 ‘효과’를 확인하는 것은 역학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하지만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동을 차단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며 “잠재적 감염자가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에 이는 필요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 “봉쇄조치, 지역사회 추가 감염 제어”=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예방 및 관리 부문 고문이기도 한 맥로우스 교수는 이전 ‘Coronavirus shutdown’ 당시 주 경계 폐쇄조치를 취했던 서부호주(WA), 남부호주(SA), 북부호주(NT), ACT 및 퀸즐랜드(QLD)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데이터를 조사하고 있다.
그녀는 “주 경계를 봉쇄함으로써 감염자를 줄일 수 있었으며 특히 잠재적 감염자가 바이러스 잠복기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안전장치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를 박멸, 근절하는 것이야말로 COVID-19 전염을 제거한다는 의미이다. 호주 당국은 국가 차원의 접근방식으로 ‘압박과 통제’를 통해 이 전염병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를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아니다.
맥로우스 교수는 빅토리아 주가 다시금 록다운을 시행하고 주 경계를 봉쇄해야 했던 이유는 이 같은 접근방식으로 확산 관리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록다운 조치와 달리 주 경계를 봉쇄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또 다른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 사진 : CNN 뉴스 화면 캡쳐
▲ 경계 봉쇄는 또 다른 문제 야기= 멜번 기반의,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연구소인 ‘Walter and Eliza Hall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WEHI)의 전염병 학자 아이보 뮬러(Ivo Mueller) 교수는 “주 경계 봉쇄로 바이라스 확산을 막으면 성공적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다른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뮬러 교수는 “경계 봉쇄가 완전하지 않고 사람들이 검사를 거치지 않은 채 통과할 수 있다면, 그 사람들은 잘못된 안전의식을 가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고 또 언제 해제하는가’ 이다. 뮬러 교수는 “호주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전히 근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역학자는 없다”고 말한다. 이는 전 세계로 확산되어 있는 세계적 유행병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각 지역의 경계를 폐쇄하고 필요시 거주민을 격리시키는 것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빅토리아 경계, 임시로 설정해야 하나...= 주 경계 봉쇄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에스터만 교수는 농담식 아이디어로 빅토리아 주 경계를 일시적으로 다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초점을 두어 일부를 서부호주에, 동부에 있는 내륙 도시 워동가(Wodonga)는 NSW로 한다는 게 그것이다.
맥로우스 교수는 이 방안에 대해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지나친 이동의 제한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빅토리아 주는 다른 주로의 이동을 막았을 뿐 아니라 도시 지역에서 지방으로 가는 주요 도로 또한 차단했다. 뮬러 교수는 “내부 경계를 설정, 폐쇄하는 것은 이후 주 경계 봉쇄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유연성은 경제적-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전염을 막을 수 있기에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검진과 감염경로 추적 지속= 뮬러 교수는 이어 “빅토리아 주뿐 아니라 호주 전역에서 감염자 동선 추적은 물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역량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멜번에서의 신규 감염자 발생 건수가 세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의료진의 감염자 추적 능력이 한계를 보였다”며 “이런 경우 유일한 대안은 록다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