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기간 중 국내 여행 붐이 일면서 캐러밴 임대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주 전역에 등록되어 있는 75만 대의 캐러밴 및 캠핑카가 근래 사회문제로 부각된 주거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사진은 캐러밴 임대로 별도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로라 스터트(Laura Stutt)씨. 사진 : 7 뉴스 방송 화면
국내 여행 붐으로 급격한 수요 증가 속, 주거 문제 임시 해결 방안으로 제시
퀸즐랜드(Queensland) 주에 사는 로라 스터트(Laura Stutt)씨는 지난 2년 사이, 소유하고 있던 캐러밴 임대로 3만5,000달러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 주차공간만 차지하고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애물단지 캐러밴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기간 동안 해외여행이 막힌 상황에서 국내 여행 붐으로 임대 수요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었다.
같은 지역의 카렌 프린스(Karen Prince)씨 또한 캐러밴 임대로 불과 3개월 만에 6,000달러를 벌어들였다.
‘캐러밴 여행자의 에어비앤비’(Airbnb for caravans)로 설명되는 온라인 플랫폼은 각 가정에서 그야말로 ‘gathering dust’ 상태에 있는 캐러밴 소유자들을 끌어들여 큰 수입을 올리고 있다.
현재 캐러밴을 임대할 수 있는 ‘Camplify’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팬데믹 사태 속에서 캐러밴을 이용한 국내여행 붐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캐러밴 임대 공급자인 스터트씨는 “엄밀히 말해서 다소 비정상적인 것 같다”며 “재정적으로 확실히 도움은 됐다”고 말했다.
프린스씨는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건강 문제로 일을 할 수 없던 처지였다. 그런 가운데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캐러밴을 빌려주고 가만히 앉아 수입을 얻게 된 것을 ‘신의 가호’라 생각하고 있다.
‘Camplify’ 플랫폼 측에 따르면 캐러밴을 임대하는 이들 대부분은 장기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캐러밴 또는 캠핑카가 노숙 위험에 처한 이들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 주거 문제 해결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진 : 7 News 방송 화면 캡쳐
이처럼 캐러밴 임대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임대주택 위기’(rental crisis)로 노숙 위험에 처한 호주 전역 수만 명에게 캐러밴 또는 캠핑카가 임시방편이지만 주거문제 해결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다.
캐러밴 활용의 이점
캐러밴이 현재 노숙 위험에 처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have a roof over their heads)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 당국에 등록되어 있는 호주 전역의 캐러밴 및 캠핑 차량은 약 75만 대에 이른다.
예를 들어 ‘Camplify’는 주 정부와 협력하여 올해 2월과 3월에 극심한 홍수 피해를 입은 NSW 주 노던 리버스, 우드번(Woodburn, Northern Rivers region) 지역의 주거지 피해 주민들에게 캐러밴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최근 시작했다.
퀸즐랜드 캐러밴 파크 협회(Caravan Parks Association of Queensland)의 미셸 웨스턴(Michelle Weston) 최고경영자는 “캐러밴 파크 운영자들은 특히 비관광 지역에서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녀는 최근 ‘7 New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임대주택 공실률이 극히 낮은 가운데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공간이 있지만, 동시에 캐러밴 여행자가 지금처럼 많았던 적도 없다”면서 “캐러밴 파크 소유자는 장기 숙박이 필요한 이들을 돕고 싶지만 현재 국내 여행자들의 높은 점유율과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웨스턴 CEO는 “이런 가운데 일부 캐러밴 파크는 여행자를 위한 캠핑 장소에서 용도를 변경해 임대숙소로 전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주택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부 캐러밴 파크는 여행자를 위한 캠핑 장소에서 용도를 변경해 임대숙소로 전환하기도 한다. 사진은 NSW 주 보나(Bowna)에 있는 Great Aussie Holiday Park. 사진 : Caravan Park of Australia
단기적인
해결책일 수는 있지만...
노숙 위험에 처한 이들에게 캐러밴이 기발한 방안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임대 위기’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웨스턴 CEO는 “캐러밴을 주거지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장기 임대 가능한 일부의 캐러밴 숙소가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해결책”이라며 “낮은 임대주택 공실률로 인한 주거 위기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공실률 격차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퀸즐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노숙자 보호시설 ‘Q Shelter’의 피오나 캐니글리아(Fiona Caniglia)씨도 이에 동의했다. “각 커뮤니티가 캐러밴을 이용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는 긍정적이지만 더 큰 문제를 놓치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임대주택 공실률이 낮고 가용 가능한 주택이 거의 없기에 사람들은 노숙을 피해 점점 더 임시거주 방식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캐니글리아씨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을 연구하고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캐러밴 거주는 장기적 해결책이 아니며 기껏해야 피해를 줄이는 조치일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불안정한 주거지 문제가 일상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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