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바이러스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세계적 공공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로 선포한 지 3년이 지났다. 그 동안 이 바이러스는 보다 전염성이 높고 강력한 우려 변이들을 만들어냈다. 사진 : unsplash / canva
전문가들, 다양한 면역 프로파일에 따른 ‘변이 수프’로 “향후 예측 더욱 어려워진다” 지적
보다 치명적으로 진화하지는 않을 듯하지만... “계절성 바이러스로 보기는 시기상조” 의견도
바이러스 진화의 세계적 권위자인 시드니대학교 바이러스 학자 에디 홈즈(Eddie Holmes) 교수는 COVID-19가 발생했을 때 그리 놀라지 않았다.
전염병 출현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홈즈 교수는 ‘COVID-19’로 명명된 SARS-CoV-2 바이러스는 발생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 믿었다.
하지만 홈즈 교수가 SARS-CoV-2 게놈(genome)을 공개, 전 세계 전문가들과 공유한 세계 최초의 학자 중 한 명이 된 이후, 이 바이러스가 진화한 방식은 상당 부분 그를 놀라게 했다. “감염 수준이 더 높아지는 것은 결코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30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COVID-19를 ‘세계적 공공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로 선포한 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 사이, 이 바이러스는 처음 것보다 더 전염성이 높거나 강력한 5개의 ‘우려되는 변이’(variants of concern)를 만들어냈다.
2021년 이후 등장한 ‘오미크론’(Omicron)은 이후 ‘변이 수프’(variant soup)로 묘사될 만큼 수백 개의 하위 변종으로 갈라졌으며, 앞으로도 계속하여 더 많은 변종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크다.
홈즈 교수는 “바이러스는 여전히 진화할 능력이 있고 실제로 진화할 것”이라며 “그 진화의 막다른 길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분명 더 많은 면역회피 변종을 보게 될 것이며, 그럼에도 이것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쪼개지는 바이러스,
면역학적으로 복잡한 개체군 반영
오미크론 변이는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우세하지만 현재 SARS-CoV-2의 확산은 각 개인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홈즈 교수는 “우리는 감염과 예방접종의 이력을 감안할 때 서로 다른 면역 프로파일을 가진, 여러 지역에 대한 복잡한 글로벌 그림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20년 및 2021년에 일어난 것과는 매우 다르며, 기본적으로는 아무도 감염되지 않았었기에 이 바이러스는 비교적 자유로운 고삐(free rein)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팬데믹 초기, 모든 사람들이 특정 항원에 노출된 적이 없는 면역체계를 가진 위치(immunologically naive)에 있었기에 동일한 변이 바이러스가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은 다양한 면역 프로파일과 면역력 약화를 배경으로 수백 개의 ‘오미크론’ 하위 변이체가 지리적으로 독특한 진화 압력에 의해 등장했다.
바이러스 진화의 세계적 권위자인 시드니대학교 바이러스 학자 에디 홈즈(Eddie Holmes. 사진) 교수. 그는 “바이러스는 여전히 진화할 능력이 있고 실제로 진화할 것”이라며 “그 진화의 막다른 길은 없다”고 말했다. 사진 : The John Curtin School of Medical Research
홈즈 교수는 “현재 우리가 ‘변이 수프’를 보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모두 다른 인구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라며 “현재 전 세계 인구가 면역학적으로 매우 복잡하기에 이 바이러스에 관한 향후 예측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NSW대학교 바이러스 학자인 스튜어트 터빌(Stuart Turville) 박사에 따르면 호주에는 이곳 고유의 독특한 ‘오미크론 수프’(Omicron soup)가 있으며, 그 가운데 지금은 ‘BR.2.1’과 ‘XBF’라는 두 가지 하위 변이가 지배적이다.
최근 수개월 사이 새롭고 보다 면역회피 능력을 가진 변이의 출현으로 호주에서는 다시금 감염 및 재감염 파동이 일기도 했다. 터빌 박사는 “순환하는 하위 변이가 유전적으로는 매우 다양하지만 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NSW대학교의 의료연구기관인 ‘커비연구소’(Kirby Institute)에서 SARS-CoV-2 분포 연구팀을 이끄는 그는 이어 “하위 변이들이 우리 몸에 전파되는 방법과 우리 몸에서 자라는 방식의 맥락에서는 모든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long COVID’의 위험과 취약한 개인의 경우 심각한 질병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새로이 감염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노력할 가치가 있다고 경고했다.
새 변이 바이러스
만들어낼 위험 크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COVID 감염 및 사망은 지난 12월 초부터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에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비공식적으로 ‘Kraken’이라 칭하는, 전염성이 높은 ‘XBB.1.5’ 하위 변이가 다른 하위 변이 바이러스를 앞지르고 있다.
터빌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XBB.1.5’에 대해 말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이 하위 변이의 경우 1차 수용체인 ACE2에 더 큰 친화력으로 결합할 수 있고, 이와 함께 항체 반응을 탐색하는 데에도 매우 능숙한, 향상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 국가에서 하나의 하위 변이가 가진 장점이 다른 국가에서도 동일한 능력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까지 호주에서는 소수의 ‘XBB.1.5’ 감염 사례가 확인되었을 뿐이다.
최근 수개월 사이 새롭고 면역회피 능력이 더 뛰어난 변이의 출현으로 호주에서는 다시금 감염 및 재감염 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진 : Pixabay / Surprising_Shots
멜번대학교에 있는 의학연구기관, 도허티연구소(Doherty Institute)의 전염병 연구 책임자인 조디 맥베논(Jodie McVernon) 교수는 “COVID-19가 ‘대규모 감염과 적은 발병’(big boom and bust outbreaks)에서 ‘더 풍토병 상태’(a more endemic state)로 전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이 나타나는 하위 변이를 모니터링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한 지역에서 우세한 변이가 다른 지역에서도 강점을 갖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는 맥베논 교수는 “이는 연구자들이 찾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그들(연구원들)은 뚜렷하게 면역 회피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내고자 우려되는 변이체를 감시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zero-COVID’ 접근방식을 포기한 후 전례없이 감염 사례가 급증하면서 억제되지 않은 빠른 전파가 새로운 우려 변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더 많이 확산될수록 진화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하지만 홈즈 교수는 “사전 면역이 없는 중국 인구가 COVID-19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은 사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의 압박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홈즈 교수는 “특정 항원에 노출된 적이 없는 인구 집단에서는 바이러스가 선별적일 필요가 없기에 (바이러스의) 강한 선택 압박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 인구 집단에 바이러스를 막을 면역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바이러스는 새로운 변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며, 단지 가장 빠른 변종일 뿐”이라는 것이다.
향후 12개월의 예상은
PHEIC으로 선포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향후 12개월의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 터빌 박사는 “변이 바이러스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는 할 수 없을까라는 ‘명확한 시선’(crystal gaze)은 없다”면서 다만 (본인의) 추측은 “바이러스가 세 가지 궤적 중 하나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이자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대다수 호주인이 ‘바이러스를 압박’하는 데에 도움이 될 새로운 이가 백신(bivalent vaccine. 두 개의 서로 다른 항원, 즉 서로 다른 바이러스나 다른 미생물에 대한 면역반응을 자극하여 작용하는 백신으로 두 가지 유형에 대한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 접종을 포함해 최신 부스터샷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터빌 교수는 “종종 (바이러스가) 항체를 피하기 위해 하는 것은 체력을 향상시키는 무언가를 떨어뜨려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바이러스는 항상 모든 것을 동시에 잘 할 수 없기에 일종의 생물학적 절충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두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의 COVID-19 상황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추가접종 비율이 높아지지 않고 이에 대한 ‘정치적 논의도 많지 않은 상황’(not a lot of political discussion)은 우리가 (이 바이러스에 대한) ‘현 상태에 안주하는 시대’(an era of complacency)로 빠져들게 될 것임을 뜻한다.
터빌 교수는 “새로운 변이가 우리 지역사회에 출현하면 그다지 큰 압박 없이 전파될 능력이 있으며, 이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감염파동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며 “안타깝게도 이는 취약 계층을 감염시켜 합병증이 유발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NSW대학교 전염병 학자인 스튜어트 터빌(Stuart Turville. 사진) 박사는 COVID-19에 대해 독감처럼 예측 가능하고 계절성 질병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 : UNSW
그가 예상한 세 번째 ‘최악의 상황’ 시나리오에서는 바이러스가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바이러스가 지진처럼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는 터빌 교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면역 회피 능력으로 매우 큰 파동을 일으키는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터빌 교수는 “또한 질병의 심각성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바이러스 학자들)가 모니터링 하고 있는 변이들을 볼 때, 마지막 시나리오의 확률은 가장 낮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홈즈 교수는 바이러스가 보다 치명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 “다만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우리가 오미크론에서 본 것은 상부 호흡기관의 세포에 더 특화되어 있고 전염을 강화하기에 깊은 폐(deep lungs)까지 감염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은 바이러스라는 것”이라며 “이런 상태를 이어간다면,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으로 다시 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COVID는 계절성 질병이 될까?
지금까지 COVID-10 파동은 대부분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생(globally synchronised)했지만 홈즈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면역력 증가는 더 많은 계절적 패턴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70%가 COVID-19 백신을 최소 1회 접종했다. 홈즈 교수는 “인구의 면역력이 높을수록 바이러스는 전파가 어려워지기에 확산을 위한 최적의 기후 조건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맥베논 교수의 의견도 이와 유사해 “호주의 경우를 볼 때 ‘때때로 독감과 같은 약간의 계절적 발병’과 함께 어느 정도 지속적 전염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터빌 박사는 COVID-19가 계절성 바이러스로 간주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는 생각한다. “바이러스와 함께 다른 인구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결과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많은 것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터빌 박사는 “우리는 독감과 같은 것에 비유해 예측 가능하고 계절적 용어로 이 바이러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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