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시드니 거주민들은 삶의 만족도를 회복해가는 중이지만 근래 들어 크게 치솟은 생활비 압박에 대해서는 ‘우려’(85%)하거나 ‘크게 우려’(우려하는 이들 중 40%)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주말 오후, 시드니 도심 하이드 파크(Hyde Park)에서 체스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Committee for Sydney’ 조사... 37%, “COVID 대유행 이후 삶 나아지고 있다” 반응
‘외로움’은 런던-뉴욕-토론토 등 도시민과 유사,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 욕구’로 작용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겪은 지 3년이 지나고 있다. 그리고 이 전염병 사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다만 바이러스 출현 당시와 같이 방역 차원에서 시행된 엄격한 제한 조치는 대부분 해제된 상태이다.
그렇다면 현재 시드니 거주자들(Sydneysiders)의 삶은 어떠할까. 최근 나온 한 조사 보고서는 ‘삶의 만족도는 회복 중이지만 생활비 부담의 고통은 미지의 영역 또는 유례없는 대혼란(uncharted waters)’임을 보여준다.
물가상승지수가 30년 만에 최고치에 달하고 기준금리가 다시 빠르게 상승했으며,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임대료 또한 치솟는 가운데 지난 해 12월,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드니사이더들의 85%는 생활비를 ‘우려’하며, 이중 40%는 ‘매우 우려’한다는 답변이었다.
시드니 도시발전 싱크탱크인 ‘Committee for Sydney’가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 실시한 이 조사에서는 높은 생활비 압박과 거주민들이 느끼는 외로움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시드니사이더들은 비교 도시인 런던, 뉴욕, 캐나다 거주민들과 비슷한 비율로 외로움 또는 소외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언젠가는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이들 중 56%는 생활비에 대해 ‘매우 걱정’했다. 하지만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않은 이들 중에서도 ‘생활비 걱정’ 수치는 32%나 됐다. 보고서는 “논리적으로 늘어난 재정 압박은 누군가의 사회화 능력을 제한하게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행복하지 않은 상태와 생활비를 걱정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시드니에서의 삶에 만족하는 이들 중 3분의 1은 여전히 높아진 생활비에 대해 ‘매우 걱정’하지만 ‘만족하지 않는다’는 이들 가운데 생활비 걱정 비율은 83%에 달했다.
NSW 주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Gladys Berejiklian) 전 주 총리 당시 도시전략 책임자였던 ‘Committee for Sydney’의 에산 베이자데(Ehssan Veiszadeh) 최고경영자는 이전 조사에서 보아온 결과와 비교할 때 더 우려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드니사이더들의 생활비 문제는 거의 ‘미지의 바다’에 있는 상태”라며 “이런 문제가 전염병 사태에서 나온 모든 문제아 강하게 맞물린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 결과 시드니사이더들의 전만적인 삶의 만족도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다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7%는 각자의 삶이 12개월 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답했으며, 반대로 더 악화됐다는 반응은 24%였다.
이는 비교 도시들, 특히 토론토(Toronto, Canada)이 비해 월등히 높은 결과이다. 토론토 거주민들의 경우 삶이 나아졌다는 답변은 15%에 불과한 반면 44%는 더 나쁘다는 반응으로, 삶의 만족도는 시드니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전염병 봉쇄에서 벗어나면서 도심 지역의 회사로 출근하는 이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 재택근무를 지속하는 이들의 비율은 30%에서 12%로 감소했지만 주(weekly) 4일 이상 사무실로 나가는 이들의 비율은 42%에서 53%로 증가했다. 사진은 시드니 도심, 피트 스트리트 몰(Pitt Street Mall) 거리.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베이자데 CEO는 “시드니는 다른 주요 도시에 비해 앞서 있지만 큰 특이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적정 가격의 주택 문제”라면서 “이는 우리(시드니)가 가진 핵심 생활방식(lifestyle)의 질을 떨어뜨리고 시드니사이더들로 하여금 이 도시를 떠나는 것을 고려하게 만들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높은 주택비용 문제 해결 차원에서 더 많은 주택 건설에 대한 일관된 지원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정부가 각 교외지역의 녹지 및 개방 공간 보존을 내세운다면, 기차역 인근에 고밀도 주택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거의 60%가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완전 반대’를 표명한 이들은 14%였다.
한편 도시민들의 직장 출근은 다시 늘어났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로 전혀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지속하는 이들의 비율은 30%에서 12%로 감소했지만 주(weekly) 4일 이상 사무실로 나가는 이들의 비율은 42%에서 53%로 증가했다. 전체 직장인의 3분의 1은 주 5일, 사무실 근무를 하고 있다.
‘Committee for Sydney’의 이번 조사는 시드니 거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실시됐으며 표본 대상자는 광역시드니 인구통계를 반영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0%는 향후 5년 이내 자동차를 구입할 의향이 있다는 반응이었으며, 이들 중 70%는 전기자동차 구입 가능성이 ‘다소’ 또는 ‘매우’ 높다고 답했다.
음주폭력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2014년 2월 도입(Mike Baird 정부 당시)된 ‘Lockup Laws’와 COVID 사태로 인해 크게 손상된 시드니 밤 문화에 대한 설문에서 응답자들이 보인 가장 큰 불만은 시드니 야간 경제 문제였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5%는 시드니 도심을 비롯한 일부 지역 유흥업소의 영업시간을 제한한 정책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데 동의했으며 36%는 동의하지 않았다.
시드니의 야간 치안 문제에 대해서는 연령 및 거주지역에 따라 다른 반응이었다.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응답자 중 거의 70%는 시드니 밤 문화를 즐기는 데 안전하다는 반응이었지만 50세 이상 연령층에서 ‘안전하다’고 답한 이들은 절반이 안 되는 45%였다. 또 노스쇼어(north shore)와 시드니 동부(eastern suburbs) 거주자의 60%는 시드니의 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시드니 서부 거주자의 이 같은 답변 비율은 42%로 떨어졌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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