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들이 가까운 장래, 공화국 전환 연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호주 출신의 헐리우드 스타로, 호주와 영국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 휴 잭맨(Hugh Jackman)이 호주의 공화제 전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사진 : BBC 방송 화면 캡쳐
영국 BBC 방송 ‘Sunday Morning’ 프로그램서... “국가 진화의 자연스러운 부분”
호주 출신의 헐리우드 스타로, 호주 및 영국 두 국가 국적을 갖고 있는 휴 잭맨(Hugh Jackman. 54)씨가 호주의 공화제 전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잭맨씨는 “호주인들이 가까운 장래, 공화국 전환 연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찰세 3세 왕에 대해 “결코 악의는 없다”(absolutely no ill will)고 전제한 뒤 (호주가) 영국 군주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국가 진화의 자연스런 부분처럼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는 그가 지난 2월 19일(일. 런던 현지시간), BBC 방송의 대표적 프로그램 중 하나인 ‘Sunday Morning’ 진행자 로라 쿠엔스버그(Laura Kuenssberg)씨와의 대담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그는 먼저 “영국과 호주 이중국적을 갖고 있으며 왕실을 지지하는 가정에서 자랐다”는 점을 밝힌 뒤 “호주가 언젠가는 공화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면서 “이는 불가피한 일이라 생각되고 또한 국가 발전의 자연스러운 부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X-Men’ 시리즈를 비롯해 ‘Kate & Leopold’, ‘Van Helsing’, ‘Australia’, ‘The Greatest Showman’ 등 수많은 영화를 통해 헐리우드의 톱스타 대열에 선 그는 1968년 시드니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그의 부모는 그가 태어나기 1년 전, ‘Ten Pound Poms’ 이민 계획(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호주와 뉴질랜드로 이주한 영국 시민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구어체 용어로, 호주로의 이민을 원하는 이들은 업무 처리 수수료로 10파운드를 청구했기에 ‘Ten Pound Poms’라는 말이 생겨났다)에 따라 영국에서 호주로 건너왔다.
이날 대담에서 그는 영국 왕실에 대해 그의 가족이 견지해온 애정을 언급하며 “내 아버지는 Lady Di(작고한 다니애나 왕세자비)와 찰스 왕세자의 결혼식을 모든 가족이 함께 보기 위해 우리가 하던 일을 멈추게 했다”고 말했다.
호주가 영국 왕실을 벗어나 공화국으로 전환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는 영국 왕실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작고한(late)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작고한 다이애나 왕비, 찰스 왕세자(현 찰스 3세 왕)를 여러 번 만났으며, 대중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그분들의 진정한 열망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여왕 서거 이후 호주
공화제 지지 비율 높아져
현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지난해 5월 연방선거에서 승리한 후 두 번째 노동당 집권(3년 후 연방선거에서 승리한 경우) 때 이를 위한 국민투표를 계획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19일(일, 런던 현지시간), BBC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 ‘Sunday Morning’에 출연한 잭맨씨는 “호주의 공화제 전환은 국가 발전의 자연스러운 부분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은 이 프로그램 진행자 로라 쿠엔스버그(Laura Kuenssberg. 오른쪽)씨와 대담하고 있는 휴 잭맨(왼쪽). 사진 : BBC 방송 화면 캡쳐
호주는 지난 1999년 ‘공화제 전환’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공화제를 지지하는 이들이 우세했지만 선거권을 가진 모든 호주인이 직접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고 하원위원이 여왕이 후임자를 결정한다는 계획에 반대해 공화제를 지지하는 이들조차 국민투표에서 ‘공화제 반대’에 표를 던짐에 따라 영국과의 헌법 관계를 끊으려는 운동가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었다.
알바니스 총리는 지난해 5월 집권 후 공화제 전환을 위한 부서를 신설했으며, 책임자로 차관급 인사를 임명한 바 있다. 하지만 그해 9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96세를 일기로 서거하자 총리는 찰스 3세 왕의 국가 원수 지위를 옹호하면서 “(본인이) 호주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시드니 기반 일간지 ‘Sydney Morning Herald’와 멜번에서 발행되는 ‘The Age’가 실시한 지난 달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 왕자(Prince Harry)와 왕실의 결별 이후 호주에서는 공화제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다. 공화제로의 전환에 처음 지지를 보인 이들의 대부분은 해리 왕자의 폭로가 영향을 미쳤다는 반응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당시만 해도 호주의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 사이에서 공화제 지지 비율은 36%에 머물렀지만 여왕 서거 이후 4개월 사이, 이 비율은 39%로 높아졌다. 아울러 입헌군주제 포기를 반대하는 이들은 37%에서 31%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