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억명 이상의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이번 일요일 아침(호주시간) 결승을 치른다. 지난 2015년 가이 세바스찬(5위)에 이어 지난해 한인 동포 임다미씨(2위)의 높은 성적으로 호주는 올해 대회 참가가 결정된 17세 가수 이사야 파이어브레이스(Isaiah Firebrace. 사진)의 뛰어난 재능과 가창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임다미씨 준우승 화제... 올해 이사야 파이어브레이스 참가
지난해 한인 동포 대중가수인 임다미(Dami Im)씨가 2위를 기록한 것으로 한국과 호주에서 더 큰 화제를 낳았던 유럽의 전통 노래 경연대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가 올해 62회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의 개최지는 우크라이나(Ukraine)의 수도 키예프(Kiev)로 이번 주 두 차례의 준결승전을 거쳐 토요일(13일) 결선이 예정되어 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1956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피폐해진 유럽국들의 대중문화를 재건하고 국가 간 화합을 위해 시작된 국가대항 대중가요 경연대회로 약 2억 명의 시청자를 확보한 유럽 최대의 음악 경연대회이다.
호주 가수로는 2015년 가이 세바스찬(Guy Sebastian)이 처음으로 이 대회에 출전, ‘Tonight Again’이라는 제목의 노래로 결승전 무대에 올랐으며, 40개 참가국 가수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유로비전 참가 초년생인 호주는 이어 지난해 임다미씨가 2위라는 성적을 일궈내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라는 곡을 열창해 준우승을 차지한 임다미씨의 쾌거는, 한인동포 사회에서는 ‘한국의 피’라는 자부심을, 호주에는 더 높은 곳을 향한 동기부여를 안겨주었다.
올해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참가 세 돌을 맞은 호주는, 너무 일찍 정상에 올라서일까, 호주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만큼 이번 대회를 앞둔 호주의 자세도 전보다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올해 호주의 유로비전 성적은 어떻게 될까. 지난주 금요일(5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이번 대회에서 호주의 행보를 둘러싼 전문가의 분석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 결승전에서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를 열창하는 한인동포 가수 임다미(Dami Im)씨.
2016년 유로비전 호주 대표로 참가한 한인동포 임다미씨가 거둬낸 성과로 이번 대회를 앞둔 호주에 심리적 압박감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라갈 곳은 단 한 자리, 이제 1위 아니면 내리막길뿐이다.
60년 넘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대표단으로 활동해온 호주인 폭 클락(Paul Clarke)씨는 “임다미씨가 작년 2위에 오른 것은 어떤 면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당시 임씨가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호주가 올해도 유로비전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유로비전 주최측 입장에서 호주는 와일드카드(wild card)를 가지고 매년 성장하는 국가”라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클락씨는 “당시 임씨의 공연은 완벽에 가까운 최고였다”고 극찬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본선에서 임씨는 심사위원단 점수 330점으로 1등을 차지했음에도 불구, 시청자 점수를 합산한 최종점수 511점으로 심사위원단 및 시청자 합산 534점을 얻은 우크라이나의 자말라(Jamala)에게 우승을 내줘야 했다.
그는 “당시 자말라가 다미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말라에게 던져진 표는 가창력이 아닌 정치 투표였다”고 주장했다.
자말라가 불렀던 ‘1944’는 옛 소련의 스탈린 독재 당시 우크라이나 소수민족 타타르족이 소련 당국에 의해 크림반도에서 추방당한 참상을 다룬 곡이다. 자말라의 이 노래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것을 떠올린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클락씨는 “자말라의 노래가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연출하며 음악에 의한 대리만족을 이끌어내고 유럽인들의 정치적 표심을 얻었다”고 분석하면서 “가창력으로 치면 임다미보다 뛰어난 참가자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2015년 호주 대표로 참가한 Guy Sebastian(가이 세바스챤)은 ‘Tonight Again’이라는 제목의 노래로 결승전 무대에 올라 40개 출전국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1위 같은 2위를 뛰어넘을 새로운 다크호스가 있을런지는 모두의 궁금증이다. 클락씨는 이와 관련한 답변에 대해 정중히 거부의사를 표했다. 그리고 “올해 유로비전 송 컨테스트에 출전하는 참가자들도 말을 삼가는 조심스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출전자들은 심각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 대회 참가 커플은 결승전에 진출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싫다”고 딱 달라 말하고, “다미를 어떻게 따라잡겠느냐”고 반문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호주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올해 유로비전 호주 대표로 선발된 이사야 파이어브레이스(Isaiah Firebrace)의 뛰어난 재능과 가창력으로 꾸며지는 희귀한 무대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매우 집중력이 강하다. 하루 종일 노래를 어떻게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생각하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을 쏟고 있다”고 클락씨는 말했다.
유로비전은 가수의 재능을 뽐내는 대회라기보다 ‘좋은 음악’을 가려내는 대회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만큼 곡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사야 파이어브레이스가 부를 곡은 앤소니 에기지(Anthony Egizii), 데이비드 무스메시(David Musumeci)와 마이클 안젤로 (Michael Angelo)가 만든 음악으로, ‘Don't Come Easy’라는 곡이다.
대회 시작도 전에 이 곡은 이미 유로비전 팬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이번 대회 참가 42곡 중 상위 10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클락씨는 이 곡에 대해 “소울(soul)을 가진 곡으로, 유로비전에서 선보였던 전통적인 참가곡들과는 다른 느낌”이라고 전했다. “파이어브레이스도 전통적인 유로비전 가수의 느낌은 아니다”며, 이번 대회는 “호주만의 음악적 스타일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데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파이어브레이스는 올해 유로비전 대회에서 최고의 가창력을 뽐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고음에서는 마빈 게이(Marvin Gaye)의 목소리를 듣는 듯하며, 저음에서는 사라 본(Sarah Vaughan)의 음성처럼 벨벳같은 낮은 음역의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공연 내내 관객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무대의 마술사”라며 그의 무대 매너를 묘사했다.
올해 유로비전 참가가 결정된 이사야 파이어브레이스는 지난해 ‘The X Factor Australia’의 우승자이다.
올해 17세인 파이어브레이스 NSW 주의 모아마(Moama)에 위치한 리버리나(Riverina) 타운에서 성장한 소년으로 2016년 ‘The X Factor Australia’ 우승자이다. 그런 그도 호주가 일궈낸 유로비전의 대회 성적과 그에 따른 압박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저 나 스스로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본국에 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잘했다’라고 한 마디만 해줄 수 있으면 굉장히 행복할 것 같다”며, 압박감을 내려놓고 편한 자세로 대회에 임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파이어브레이스씨는 이어 “유로비전은 유럽문화의 큰 부분이며,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노래 경연대회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호주의 가수 겸 배우인 제시카 마우보이(Jessica Mauboy)가 게스트로 출연했던 2014년부터 시청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엄청난 대회에 출전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지구상에서 유럽에 속하지도 않은 호주가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특이한 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회의 참가기준은 유럽 방송 연맹(European Broadcasting Union, EBU)의 회원국이다. 호주 공영 방송사인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SBS)가 이 연맹의 준회원으로 있다.
그럼에도 호주의 참가를 향해 쏟아지는 의문들에 유로비전은 확실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주최측은 호주 가수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60년 전통의 오랜 프로그램에 굳혀진 전통적인 무대에 새로운 별미를 선사하는 호주 참가자들을 두 팔 벌려 적극 지지하고 있다.
호주의 유로비전 참가는 ‘유로비전 아시아’(Eurovision Asia)에서 분리되려는 전략의 일부라는 또 다른 의미도 안고 있다. 호주 공영 SBS 방송은 작년 3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아시아판인 ‘유로비전 아시아’를 개최할 수 있는 독점권을 따고 올해 호주에서 첫 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클락씨는 “호주의 가장 큰 장기 목표인 ‘유로비전 아시아’는 아직 대회 개최를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각국 음악적 취향의 차이와 깊은 정치적 갈등으로 진행이 더뎌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가 제시되면 반드시 이는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게 되어 있다”고 클락씨는 확신했다. “유로비전의 아시아판은 완벽한 생각이다. 대회의 규모를 책정하기 위해 현재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SBS는 금주 수요일(10일, 호주시간) 유로비전 송 컨테스트의 첫 번째 준결승전을 방영하고 이어 금요일(12일) 아침과 TV 시청 황금시간대 두 번에 걸쳐 다음 준결승전을 방영할 예정이다. 이어 토요일(13일)에는 아침과 저녁 결승전이 총 두 번 방송된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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