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진행된 제62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의 최종 결선은 대형 영상과 불꽃놀이 등 온갖 첨단기술을 활용한 화려한 무대로 유로비전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올해 대회에서 종합점수 9위를 기록한 호주 대표 아사야 파이어브레이스(Isaiah Firebrace, 17세)가 ‘Don't Come Easy’를 열창하고 있다(사진. SBS 방송화면 캡처).
우승곡 ‘Amar Pelos Doi’... ‘화려함 속 소박함’ 돋보여
호주 기대주 이사야 파이어브레이스는 9위에 머물러
지난 주 토요일(13일. 호주시간) 우크라이나(Ukraine)의 수도 키예프(Kiev)에서 진행된 제62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의 최종 결선은 대형 영상과 불꽃놀이 등 온갖 첨단기술을 활용한 화려한 무대로 꾸며진 가운데, 가장 평범하고 단순한 곡이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다.
1위를 차지한 곡은 포르투갈 대표 살바도르 소브랄(Salvador Sobral, 27세)이 부른 ‘Amar Pelos Dois’(두 사람을 위한 사랑)로, 이 곡은 소브랄의 누나인 재즈 가수 루이사 소브랄이 직접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무대장치로 꾸며진 다른 참가자들의 무대와는 달리 피아노와 현악기 반주로만 진행된 이 로맨틱 재즈 발라드는 화려함 속에 돋보인 소박함이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파란색의 단순한 조명에 숲속을 배경으로 한 스크린 영상만을 띄운 가장 소박한 무대, 피아노와 현악기만으로 이루어진 반주에 관객들은 조용히 소브랄의 목소리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로써 올해 유로비전은 매년 높아지는 참가자들의 실력과 발전하는 갖가지 공연 기술에 따른 모든 군더더기를 뒤로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가장 기본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고 ABC 방송은 평가했다.
유로비전 역사상 포르투갈은 ‘가장 길고 가는’ 인연을 맺어왔다. 여태껏 단 한 번도 우승한 적은 없지만, 50년이라는 최장 기간 이 대회에 참가한 국가로 기록되어 있다.
올해 유로비전 결선 무대 중 가장 평범하고 단순한 무대로 꾸며진 포르투갈 대표 살바도르 소브랄(Salvador Sobral, 27세. 사진)의 ‘Amar Pelos Dois’(두 사람을 위한 사랑)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 들며 최종 우승자로 선정됐다.
올해 초 유로비전 참가곡 대부분이 공개된 가운데 이탈리아 대표 프란체스코 가바니(Francesco Gabbani)의 ‘Occidentali's Karma’이 가장 유력한 우승 곡으로 지목되어 왔다.
가바니는 이탈리아의 ‘산 레모 송 콘테스트’(San Remo Song Contest)에서 이 음악으로 우승을 차지, 유로비전의 참가 자격을 얻었다.
중독성 강한 팝 음악으로, 서양인의 삶의 방식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가사를 담아 인기를 얻은 이 곡은 고릴라 복장을 한 캐릭터가 등장해 함께 춤을 추는 무대로 더 주목을 끌었다.
형형색색의 조명과 배경, 여러 명의 백업싱어들이 합류하는 등 현란했던 가바니의 무대도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포르투갈의 공연에 매료된 관객들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공연 후 관객들의 박수는 누구보다 대단했지만 그는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올해 유로비전의 무대를 떠나야 했다.
초기 유로비전 송 컨테스트는 순전히 음악산업 대표들이 포함된 국가 배심원단의 평가로만 우승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유로비전은 ‘현대화’를 선언하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공연에 전통 오케스트라 반주를 없애고, 자유 언어를 허용하면서 영어를 구사하는 국가들이 누렸던 이득을 줄였으며, TV 시청자들의 투표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의 퍼포먼스를 포함한 시각적인 부분이 점차 중요성을 더해갔다. 지난 2015년 우승을 차지한 스웨덴 대표 먼스 셀메로(Mans Zelmerlow)의 ‘Heroes’는 현대적 감각의 음악에 독특한 조명 쇼로 이루어진 무대를 선보이며 유로비전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보수파 심사위원들 강세...
유로비전 상위국 이탈리아 인기 하락
이탈리아 대표 프란체스코 가바니의 이번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최종 결과를 놓고 일각에서는 보수적 심사위원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로비전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이탈리아의 인기가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라고 ABC 방송은 분석했다.
이탈리아 대표 프란체스코 가바니는 시청자 점수에서 포르투갈 대표 소브랄보다 200점이 뒤쳐졌다. 반면 유로비전에 첫 출전한 불가리아 대표 17세 소년 크리스티앙 코스토브(Kristian Kostov)의 ‘Beautiful Mess’는 중간 심사위원 점수에서 우승곡보다 겨우 104만이 뒤처지며 더 큰 호응을 받았다.
시청자 점수는 보다 극명하게, 현대적이고 보다 진보적인 곡들을 향했다. ‘Occidentali's Karma’와 더불어 몰도바 대표의 ‘Hey Mamma’, 루마니아 대표의 퓨전 요들랩(yodel-rap) ‘Yodel It’, 업 탬포 곡으로 네 명의 백업 싱어 및 춤을 겸비한 스웨덴의 ‘I Can't Go On’와 같은 곡들이 시청자 점수에서 두각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갈의 우승곡은 예상과 달리 시청자 투표에서 가장 높은 376점을 받아 최종 우승자로 결정됐다.
살바도르 소브랄은 유로비전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며 자신의 우승은 “의미를 지닌 음악의 승리”라고 전했다.
호주, 올해 대회에서도
10위권 내 들어
호주 대표로 선정된 이사야 파이어브레이스(Isaiah Firebrace, 17세)는 지난해 ‘The X Factor Australia’의 우승자로, 이번 유로비전 대회에서 ‘Don't Come Easy’를 선보였다. 파이어브레이스의 노래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시청자의 호응도가 낮아 최종결과는 9위에 머물렀다.
작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2위를 차지한 한국계 호주인 동포 임다미(Dami Im)씨의 무대는 심사위원 점수에서 1위, 시청자 점수로는 4위였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