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화) 연방 예산안이 발표된 직후 페어팩스 미디어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입소스(Ipsos) 사가 실시한 유권자 조사 결과 2017-18 회계연도 예산 정책안은 자유-국민 연립 여당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회복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예산안 직후처럼 큰 상승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회계연도 예산안 발표 자리에서의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과 모리슨(Scott Morrison) 재무장관.
자유-국민 연립당, 지지층 결집 위한 ‘예산안’, 큰 효과 없어
지난 9일(화) 연방 예산안이 발표되면서 정계 일각에서는 집권당의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이 유권자 민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정부의 예산안 발표 직후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가 조사전문 기관인 입소스(Ipsos) 사와 공동으로 조사한 여론조사(Fairfax-Ipsos poll) 결과 양당 선호도(Two-party preferred)에서 자유-국민 연립은 여전히 노동당에 상당히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 격차는 2개월 전인 지난 3월 조사 당시에 비해 4%포인트 줄었다.
이 부문에서 노동당은 지난 3월 53%로 연립 여당(47%)을 10%포인트 앞섰으나 이번 예산안 발표 후 양당선호도에서 노동당은 2%포인트 낮아진 53%, 자유-국민 연립은 2%포인트 오른 47%로 나타났다.
이번 예산안이 모든 이들에게 공정한 것인지를 묻는 항목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2%가 ‘공정하다’는 의견인 반면 그렇지 않다는 답변도 39%에 달했다.
이번 예산안이 턴불 정부에 다소나마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지난 2014년 애보트(Tony Abbott)-조 호키(Joe Hockey) 재무장관의 인기 없는 ‘좀비’ 정책을 버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모리슨 장관은 “호키 재무장관이 세운 2014년 예산 정책에서 실패한 1300억 달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다른 곳에서 세수를 확대해야 한다”며 “의료보험과 금융 분야에 대한 감사 강화, 추가 세금 부과가 핵심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 회계연도 예산 정책의 핵심은 5대 주요 은행으로부터 62억 달러의 세수 확보, 향후 10년간 186억 달러의 학교 지원, 2019년 7월부터 0.5%의 메디케어 부담 인상, 그리고 호주 전역의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750억 달러 투입 등으로 모아진다.
이번 조사에서 호주 전역의 유권자들은 연방 정부의 계획에 대해 58% 이상이 지지를 보냈으며 특히 교육학자 데이빗 곤스키(David Gonski) 교수가 입안했던 ‘곤스키 학교지원 방안’에 이은 ‘곤스키 2.0’에 대해 86%가 환영한다는 반응이었다.
5대 주요 은행에 대한 새로운 세금 부과 또한 68%가 지지 의견을 보냈으며 중산층 및 고소득 계층 대상의 메디케어 부담금 인상을 찬성한 이들도 61%에 달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재정 부채 증가에도 불구, 인프라 기반을 확충할 것이라는 계획에 지지를 표한 이들도 58%였다.
지난해 연방 총선에서 노동당에 가까스로 승리한 자유-국민 연립은 이번 예산을 통해 당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으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일단 이번 예산 계획은 직권 여당의 의도를 어느 정도 충족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노동당은 새 회계연도 예산안이 호주 중산층에게는 크게 불리한 것으로 평가하고 정치적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사에서 새 회계연도 예산 계획이 개인적으로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는 응답은 20%인 반면 50%는 스스로에 대해 이번 예산안의 ‘패자’라는 답변이었다.
노동당 입장에서, 양당선호도가 2%포인트 하락하기는 했지만 그 외 부문에서는 자유-국민 연립과 마찬가지로 지지도는 소폭 상승했다.
1차 투표 선호도(Primary vote)에서 노동당은 2개월 전인 지난 3월 34%에서 1%포인트 상승한 35%로 나타났으며 연립은 4%포인트 높은 37%였다. 반면 녹색당은 3%포인트 낮아진 13%, 기타 정당들 또한 전체적으로 17%(2017년 3월)에서 15%로 하락했다.
예산안 발표 후 양당선호도(Two-party preferred)에서 노동당은 지난 3월과 비교해 2%포인트 하락한 반면 자유-국민 연립은 2%포인트 상승했다. 사진은 페어팩스 미디어 인터넷 동영상에서 캡처.
양당 대표의 개인적 지지도 또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턴불 수상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유권자는 지난 3월 40%에서 45%로 상승했으며 그의 정책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반응은 48%에서 3%포인트 하락한 44%로 집계됐다.
노동당 쇼튼(Bill Shorten) 대표에 대한 유권자 지지 또한 2개월 전 35%에서 42%러 크게 높아졌으며 그의 정책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53%에서 47%로 내려갔다.
수상선호도(Preferred Prime Minister) 또한 지난 3월과 비교해 양당 대표 나란히 각 2% 포인트 상승해 턴불 47%, 쇼튼 대표는 35%로 집계됐다.
한편 이번 ‘페어팩스-입소스’ 조사에서 주요 은행에 대한 추가 세금 부과를 지지한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68%(반대 29%, ‘모르겠다’ 3%)에 달했다. 각 정당 지지 계층으로 구분해 보면, 연립 지지자들 가운데 찬성은 72%, 반대 24%였으며 노동당 지지 계층에서는 찬성 60%, 반대 38%, 녹색당 지지층은 찬성 75%, 반대 22%로 나타났다.
또 중산층 및 고소득 계층 대상의 메디케어 부담금 인상에 대해서는 찬성 61%(반대 36%. ‘모르겠다’ 3%)로 나타났으며 연립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69%(반대 29%), 노동당 지지자들의 찬성 비율은 이보다 크게 낮은 53%(반대 43%)인 반면 녹색당 지지층의 찬성 비율은 이보다 크게 높은 67%(반대 31%)였다.
아울러 향후 10년간 학교 지원금으로 186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에 대한 지지는 86%, 반대는 12%였으며 정당별 지지 계층을 보면 연립은 찬성 87%(반대 12%), 노동당과 녹색당 지지층에서는 찬성비율이 이보다 높은 90%, 91%(반대는 각 9%)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연방 예산안 발표 다음날인 수요일(10일)부터 13일(토)까지 4일간 호주 전역 1401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2.6%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