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만 치솟는 것이 아니다. 여섯 자리 수(Six figure sum)의 높은 가격에 매매된 주차 공간. 시드니 도심 인근 서리힐(Surry Hills)에 있는 이 주차장 매매가격은 13만5천 달러였다.
주차 공간 매매가, 핵심 요지의 경우 40만 달러 이를 수도...
시드니 주택 가격은 다른 주요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솟은 상태이다. 이제 주택 가격은 시드니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로 되고 있다.
주차장 공간 하나가 시드니 중간 주택 가격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면, 차라리 여기를 숙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은 주거지가 아니라 자동차를 세워둘 수 있는 주차 공간이다. 시드니 지역의 치솟은 주택 가격은 주차난을 가중시켰고, 이로 인해 주차 공간 매매가격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1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부동산 섹션인 ‘도메인’(Domain)은 시드니 도심의 높은 주차장 부지 매매가를 언급, 눈길을 끌었다. 신문에 따르면 시드니에서 주차 공간 수요가 높은 곳은 도심 본드 스트리트(Bond Street) 상의 아파트먼트 호텔과 상가가 함께 있는 ‘Mantra 2 Bond Street’의 ‘탠덤 주차장’(tandem. 앞뒤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호주증권거래소(ASX), 록스(Rocks),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곳의 주차 공간을 매물로 내놓은 테렌스 추(Terence Chuh)씨는 많은 문의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예비고객은 두 대의 주차공간보다는 한 대를 세워둘 수 있는 주차장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추씨는 “이 곳의 주차공간이 마지막으로 거래된 것은 약 3년 반 전의 일로, 당시 매매가는 18만8천 달러였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파트 주차공간이 아파트와는 별개로 거래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추씨는 이어 “이 건물의 주차 공간 임대료는 보통 월 900달러대에 형성되어 있으며 ‘탠덤’ 주차공간의 경우 1천100달러 선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물로 내놓은 주차 공간을 서둘러 매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추씨는 “지금의 저금리 상황을 감안할 때 은행에 적립하고 이자 수익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주차 공간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때문에 매매가를 올릴 생각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멜번(Melbourne) 소재 익시비전 스트리트(Exhibition Street) 상의 이 주차 공간은 현재 6만5천 달러에 매물로 등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는 매물로 내놓은 주차장 매매가를 40만 달러로 보고 있는 것일까? 호주 주차공간 매매 및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 ‘Findacarpark’https://www.findacarpark.com.au) 설립자인 프랜시스 암스토롱(Francis Armstrong)씨는 “이곳(Mantra 2 Bond Street)은 아주 좋은 위치”라며 “이처럼 높은 가격에 매매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암스트롱씨는 부동산 투자에 있어 이런 위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만약 도심에 주차공간이 있을 경우 언제든 임대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심의 주차장은 금싸라기와 같다. 이는 유한한 자원”이라는 것이다.
주차 공간을 매입할 때 두 번째로 고려할 사항은 보안과 접근성이다. 암스트롱씨는 “시큐리티 도어로 되어 있을 경우 매매가는 두 배로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사이트를 통해 시드니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주차공간 지역은 울루물루(Woolloomooloo), 노스 시드니(North Sydney), 서리힐(Surry Hills), 달링허스트(Darlinghurst)이다. 빅토리아(Victoria) 주의 경우 멜번 도심, 사우스 멜번(South Melbourne), 이스트 멜번(East Melbourne), 도크랜즈(Docklands), 사우스 뱅크(Southbank)였다.
이 회사 수치에 따르면 지난 3월 분기 NSW 주의 주차 공간(1대 주차) 평균 매매가는 7만3천 달러였으며 빅토리아 주 5만1천 달러, 퀸즐랜드 주 4만5,320달러 였다.
같은 기간, NSW 주의 주차 공간 수익률은 6%, 빅토리아 주는 9%를 기록한 반면 퀸즐랜드와 서부 호주(WA)는 13%가 하락했다.
암스트롱씨는 대중교통 인프라 부족, 고밀도 주거공간의 주차장 수 제한 등 몇 가지 요인이 주차 공간 매매가를 상승시키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신축되는 아파트의 주차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매물로 나온 주차 공간들도 있다. 멜번에서 주차장 수요가 많은 도크랜즈(Docklands) 지역 ‘security bollard’(경비용 말뚝)의 접근성이 용이하며 리프트 이용 설비를 갖춘 주차공간이 5만7천 달러에 나와 있다.
시드니 남서부 리버풀(Liverpool)의 한 개인은 온라인 거래 사이트인 ‘검트리’(Gumtree)를 통해 10대의 주차공간을 각 3만3천 달러에 매매한다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시드니 도심 리버풀 스트리트(Liverpool Street)에서는 계단 난간 사이에 자리한 10스퀘어미터의 주차 공간이 지난 4월, 6만 달러 넘는 가격에 거래된 바 있다. 계단 아래 자리한 탓에 모든 승용차가 주차할 수는 없는 상태임에도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남부 호주(SA) 애들레이드(Adelaide)의 경우 카지노와 컨벤션센터 인근, 힌들리 스트리트(Hindley Street) 상의 한 주차공간은 4만3천 달러에 매매됐다.
암스트롱씨는 “브리즈번(Brisbane)은 높은 비용의 노상주차비, 광역 브리즈번 각 카운슬의 빈약한 공공주차 정책으로 주차공간 매매의 핫스폿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프링힐(Spring Hill)에 있는 한 주차 공간이 4만8천 달러에 매물로 나와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주차 공간을 실제로 구입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암스트롱씨에 따르면 도심에 직장을 갖고 있는 이들, 수퍼펀드(super fund) 회사들, 대규모 투자자들이나 개미 투자자 등 다양하다.
주택 등 부동산 구입과 마찬가지로 주차 공간을 구입했을 경우에도 인지세(stamp duty), 카운슬 비용, 스트라타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