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발리 입국 공항에서 4.1킬로그램의 마리화나가 발견돼 체포된 뒤 20년 형을 선고받았던 호주 여성 샤펠 코비(Schapelle Corby)가 13년 만에 호주로 귀국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사법 당국의 호송을 받으며 덴파사(Denpasar) 가석방 사무소를 나오는 샤펠 코비씨(맨 오른쪽).
10년 복역-가석방 3년 후 강제추방... 브리즈번 도착
해외에서 적발된 호주인 마약 사범 가운데 가장 많은 ‘유죄-무죄’ 논란을 가져온 브리즈번(Brisbane) 거주 샤펠 코비(Schapelle Corby)씨가 인도네시아 정부의 강제추방으로 13년만에 귀국했다.
지난 일요일(28일) 호주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코비씨는 이날 오전 5시, 말린도 에어(Malindo Air flight) ‘OD157’ 편으로 브리즈번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머니의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코비의 귀국 항공편이나 도착시간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그녀의 지지자들이 오전 4시부터 브리즈번 공항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코비씨는 일반 승객 출입처가 아닌 다른 문을 통해 공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비씨와 함께 발리(Bali)를 출발한 여동생 메르세데스 코비(Mercedes Corby)씨는 사람들이 기다리던 입국 게이트로 나와 밖에 대기하고 있던 8대의 검은색 밴(van) 차량 중 하나를 타고 출발했다. 이들 검은색 밴의 창은 검게 착색(tint)되어 있어 차량 안에 탑승한 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애초 코비씨는 버진 오스트레일리아(Virgin Australia) 항공편을 통해 귀국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호주 언론 취재진이 같은 항공기를 예약했으나 발리에서의 출국 직전 코비씨의 항공편이 말레이시아 국적 말린도 항공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이날 코비씨의 입국 이후 그녀를 만나려는 미디어들의 추격이 이어졌다.
언론들은 8대의 승용차 중 일부가 미디어를 따돌리기 위해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하이웨이를 벗어났으며 일부는 골드코스트 방향으로 내달렸다고 전했다. 이들 8대의 차량 중 하나는 브리즈번 시내 소피텔 호텔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언니인 베르세데스씨는 브리즈번 남쪽 로건리아(Loganlea) 소재, 코비씨 어머니 로슬리 로즈(Rosleigh Rose)씨의 자택에 도착했다.
호주로의 출국 직전, 발리 응가라 라이 공항에서의 샤펠 코비.
이날 코비씨 가족의 대변인인 엘리노어 위트먼(Eleanor Whitman)씨는 호주로 돌아온 샤펠 코비씨와 관련, “안정을 위한 치료와 향후 계획을 세우는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그녀는 미디어를 통해 “모든 당사자들께서는 존중과 존엄의 정신으로 코비씨는 물론 코비씨 가족의 사생활을 보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코비씨의 OD157 편에 탑승했던 브리즈번 거주 탈라 파우가(Tala Pauga)씨는 브리즈번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미디어의 질문에 “기내에서 코비씨를 확인했다”면서 “언론에서 보았던 사진 속의 그 얼굴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로웨나 아리아스(Rowena Arias)씨도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비즈니스 좌석에 앉아 있던 코비씨를 확인하고 놀랐다”는 말을 전했다.
지난 2014년, 3년간 발리 내에 머무는 조건으로 가석방이 허가되어 케로보칸(Kerobokan) 교도소에서 나온 샤펠 코비는 이후 호주 언론들로부터 고액을 받는 조건으로 인터뷰 요청을 받았으나 발리 교정당국은 코비씨의 미디어 인터뷰를 허가하지 않았다. 3년간의 발리 체류 이후 호주로 귀국했지만 코비씨는 여전히 가석방 상태이며, 개인적 이득을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미디어에서 밝히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