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즌이 시작된 6월 첫 주 주말(2일) 시드니 경매는 올 들어 나타난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진단이다. 사진은 덜위치힐(Dulwich Hill) 소재 주택 경매 현장. 사진 : ‘도메인’ 뉴스화면 캡쳐.
인기 지역인 시드니 동부 주택, 입찰자 없어 무산되기도
겨울 시즌이 시작되는 6월 첫 주인 지난 주말(2일) 경매는 올 들어 둔화되기 시작한 주택시장 흐름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시드니의 인기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동부 로즈베리(Rosebery)의 한 신축 주택은 매물로 등록된 이후 많은 이들이 인스펙션을 함으로써 높은 낙찰 가격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막상 이날 경매에는 단 한 명도 입찰하지 않아 경매가 무산됐다.
최근 완공된 이 매물은 넓은 부지에 4개 침실을 갖춘 주택으로 약 100명의 군중이 경매 과정을 지켜보았으나 애초 입찰을 예약했던 3명은 경매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경매를 맡은 다미안 쿨리(Damien Cooley) 경매사는 경매 현장에서 예약 입찰자들에게 두 차례나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는 않은 듯했다.
그는 경매가 무산된 후 “매우 잘 지어진 주택으로 좋은 가치를 갖고 있다”며 “오늘 경매에 입찰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가진 이들이 다수 있어 동부 지역 주택 시세 이상의 가격에 매매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레빌리안 애비뉴(Trevilyan Avenue) 상에 자리한 이 주택은 수영장과 레크리에이션 데크(deck)가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잠정 가격인 335만 달러를 넘어 350만 달러 넘는 가격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들은 지난 주말 시드니 각 지역에서 나타난 침체 현상이 겨울 시즌의 시작, 특히 6월 둘째 주 월요일의 ‘여왕의 생일’(Queen’s Birthday) 긴 연휴를 기해 매년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설명이다.
하지만 시드니 주택시장이 이전에 비해 침체된 것은 분명한 듯하다. 이날 시드니 지역에 매물로 등록된 주택은 670채로 5월 마지막 주(26일)의 664채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1년 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12.4%가 감소했다.
이날 저녁, 부동산 정보회사인 ‘도메인그룹’(Domain Group)에 결과가 보고된 336채의 낙찰률은 55.7%로 이전 주에 비해 뚜렷하게 낮아졌다.
‘도메인그룹’ 통계학자인 니콜라 파웰(Nicola Powell) 박사는 “전반적으로 경매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줄어들었으며 낙찰률 또한 낮아졌다”고 언급하면서 “이제 경매 시장에서 예비 구매자들은 구매 결정에 한층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판매자들은 경매를 통해 주택 매각이 어렵기 때문에 아예 매물로 등록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그것이 실질적으로 경매 매물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새로 건축돼 경매 매물로 나온 로즈베리(Rosebery)의 4개 침실 주택(사진). 70여 예비 구매자들이 인스펙션을 함으로서 높은 낙찰가가 예상됐으나 경매 당일 입찰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아 경매가 무산됐다.
로즈베리는 지난 5년 사이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한 지역(suburb) 중 하나이다. 수퍼마켓과 소매점,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시드니 도심으로의 접근성도 좋아 CBD(Central Business District)에서 일하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이주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도메인그룹’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의 중간 주택 가격은 185만5천 달러에 달한다. 지난 5년 사이 100.54%가 상승한 것이며 지난 12개월 사이 주택 가격 상승폭은 12.42%이다.
이 주택을 매물로 내놓은 가일 플로렌스(Gail Florence, 63)씨는 “새로 신축하면서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어 그녀는 남편 제프 킹(Geoff King, 63)씨와 보다 작은 주택으로 이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수년 전만해도 로즈베리는 꽤 아름다운 지역이었지만 그 사이, 빠르게 변모했다”고 말했다.
“근래 들어 많은 ‘여피’(yuppy)족들이 이주하고 있으며, 켄싱턴(Kensington)과 랜드윅(Randwick)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플로렌스씨는 “CBD에서 불과 7킬로미터 거리로 동부 지역에서 676스퀘어미터의 블록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기에 이곳에 주택을 구입했다”고 덧붙였다.
시드니 북서부, 어밍턴(Ermington)의 한 매물 또한 입찰자가 없어 경매가 무산됐다. 92년 만에 처음으로 매물로 나온 스튜어트 스트리트(Stewart Street) 상의 3개 침실 주택은 110만 달러에서 113만 달러로 가격에 책정되었지만 경매 당일인 지난 주말, 입찰에 응한 예비 구매자는 나오지 않았다.
노스 맨리(North Manly)의 코리 로드(Corrie Road) 상에 자리한 3개 침실 주택 또한 매물로 등록됐으나 이날 경매는 취소했다. 다만 이 주택은 경매 전, 잠정가격에 약간 못 미치는 150만 달러에 사전 매매가 이루어진 때문이었다.
다미안 쿨리 경매사는 “예비 구매자들에게 매력을 주는 주택은 분명 거래가 잘 이루어진다”며 “하지만 예비 구매자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데 있어 더욱 까다로워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난데일(Annandale)의 트라팔가 스트리트(Trafalgar Street) 상에 자리한 1880년대 목재 코티지 주택은 100만 달러의 잠정 가격이 책정된 가운데 이 금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98만 달러에서 가격 제시가 멈추어 낙찰이 결정됐다.
캠퍼다운(Camperdown)의 피드콕 스트리트(Pidcock Street) 소재, 방송인 브랜단 모아(Brendan Moar)씨의 3층 구조 주택 또한 잠정가에 미치지 못한 250만 달러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230스퀘어미터의 작은 부지임에도 수영장과 루프탑(rooftop) 정원을 갖고 있는 이 주택은 4개 침실에 3개 욕실과 1대의 주차 공간이 있다.
지난 주말, 많은 경매 매물이 잠정 가격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덜위치힐(Dulwich Hill)의 데니슨 로드(Denison Road) 상의 주택은 잠재 고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3개 침실에 1대의 주차 공간을 갖고 있는 이 주택은 매물로 등록된 이후 120여 그룹이 인스펙션을 하는 등 주목 받은 매물 중 하나였다. 이날 경매에서 135만 달러의 잠정 가격이 책정된 이 주택은 재개발을 할 경우 높은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입찰 경쟁도 제법 높았으며, 마지막으로 149만 달러를 제시한 한 부부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상당 기간 영국에서 거주하다 돌아온 뒤 새 주택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