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Melbourne)기반의 캘러브리안 마피아 조직의 주요 인물이자 변호사로 이 범죄조직을 지원해 왔던 조 아쿠아로(Joe Acquaro). 그의 과거 범죄 및 정치계 접근 행적이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턴불 수상, 호주 마피아 지원 변호사와 사적 만남 드러나
페어팩스 미디어... 마피아 지원 변호사 행적 집중 조명 ‘눈길’
암흑가의 변호사이자 호주 마피아 조직의 최측근인 조 아쿠아로(Joe Acquaro. 3월15일 사망)가 많은 범법자들의 이익을 위해 자유당 소속 고위급 정치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정치 헌금을 주도하는 등 20여년 넘게 정치계 인맥을 위해 공을 들여 왔으며, 심지어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과 사적으로 만난 사실이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주 월요일(23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오랜 기간, 멜번(Melbourne) 기반 캘러브리안 마피아 조직(Calabrian Mafia cell)의 법률, 사업, 정치 자문가라고 자부해 온 아쿠아로에 대해 “정치계에 접근해 호주 정치자금 기부 체제가 가진 심각한 문제점들을 부각시킨 인물”이라며, 그동안 유출된 서류와 사진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그의 정치적 행위 이면의 이야기들을 집중 조명했다.
아쿠아로는 지난 2008년 현 호주 수상인 말콤 턴불이 야당(자유당) 지도자로 등극했을 당시 그와 오찬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아쿠아로의 최측근이자 캘러브리안 마피아 고위 조직원으로 자유당 정치 자금줄인 토니 마다페리(Tony Madafferi) 역시 다른 후원자 몇 명과 이날 자리를 함께 했다.
아쿠아로가 사석에서 측근들에게 전한 바에 의하면, 이날 만남은 자유당의 러셀 브로드벤트(Russell Broadbent) 하원의원이 주선했으며 아쿠아로의 정치자금 후원과도 연관이 있었다.
정계 고위 인사와의 인연은 계속되어 턴불이 환경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때, 아쿠아로는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친환경 전구공급 계약을 위해 턴불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으나 결국 실패로 끝난 일도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턴불 수상실 대변인은 “수상이 지난 2008년 브로드벤트 의원 주재의 기금 모금 오찬에 참석했고 그 자리에 지역구 지지자들 다수가 함께 했었다는 것은 기억하나, 참석한 손님들의 이름은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한 “수상은 그 자리에서 에너지 고효율성 전구 논의를 위한 한 사업가와의 만남이었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는 “이때 언급된 사업가가 토니 마다페리와 조 아쿠아로의 동료였음을 확인했으며, 턴불 수상이 기억하지 못한 다른 이들 역시 ‘마피아 조직원’들이었음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한 지난 2005년 브로드벤트 의원 초대로 아쿠아로와 마다페리가 국회의사당에서 자유당 고위급 의원들과 사적으로 만나 국회 연회실에서 친밀한 식사 자리를 가진 사실도 여러 사진과 자료들을 통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그렉 헌트(Greg Hunt) 현 환경부 장관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에 아쿠아로는 그 식사 자리에 대해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자유당의 ‘감사 인사’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브로드벤트 의원은 아쿠아로, 마다페리 그리고 역시 자유당 후원자였던 마다페리의 친인척 2명과 함께 식사를 했음을 부인했다.
당시 국회의사당 식사 자리 후 아쿠아로와 마다페리는 캔버라(Canberra)에서 불법 마약거래를 일삼던 마피아 조직의 루이기 파치(Luigi Pochi)를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의혹이 불거지자 헌트 장관은 대변인을 통해 “마다페리를 소개받은 것은 10년도 더 이전의 일”이라면서 자신은 “마다페리씨의 배경에 대한 보고서가 작성되자 당시 자유당 주 책임자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브로드벤트 의원은 이 만남에 대해 “아쿠아로와 마다페리가 빅토리아 주 기반의 이탈리안계 과일재배 업자 주도의 대표단 일원으로 국회 사무실을 방문했으며, 국회 의사당 식당에서 점심을 대접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내 사무실을 방문하고 또 이들에게 으레 점심을 대접하는데, 이 같은 일은 50번도 더 있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브로드벤트 의원은 아쿠아로에 대해 “매력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으나 반면 정치계에 대한 그의 욕망 측면에는 분명 ‘허세적인 요소’가 보였다”면서 거리를 두려 애썼다.
지난 3월15일 멜번 도심에서 북쪽으로 6킬로미터 거리의 브룬스윅 이스트(Brunswick East)에서 직접 운영하던 식당 영업이 끝난 뒤 총에 맞아 사망한 아쿠아로는 죽기 전 측근들에게 자신의 사업뿐 아니라 주변 마피아 조직원들의 이익을 위해 연방과 주 정부 정치인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며 자신이 얼마나 애써왔는지에 대해 여러 번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쿠아로는 지난 2013년 브로드벤트 의원과 마다페리, 매튜 가이(Matthew Guy) 빅토리아 주 자유당 대표 등이 참석했던 2013년 노동당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자신의 가장 마지막 후원 행위를 하게 된다.
이날 아쿠아로는 기금 모금을 위한 경매 행사에서 열기구(balloon ride) 탑승권을 800달러에 구입했다. 비록 공개 제한이 있어 정확한 기부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측근에 의하면 이날 자유당을 위해 10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헌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아쿠아로가 이탈리아계 마피아 조직원에게 비자를 얻어줄 목적으로 벌인 정치권 로비 과정에서 페어팩스 미디어가 ‘마피아의 정치권 연루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으나 아쿠아로의 정치적 행위들이 공개적으로 밝혀진 적은 없다.
아쿠아로의 행적을 보면 브로드벤트 위원은 아쿠아로, 마다페리와 아주 가까운 관계를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경찰이 마다페리에 대해 범죄 조직과의 연루를 이유로 멜번 소재 크라운 카지노(Crown Casino) 출입금지 처분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브로드벤트 의원은 마다페리에 대해 “올곧은 수퍼마켓 주인이라는 견해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다수의 마다페리 가족들과 오랜 기간 친분을 맺어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브로드벤트 의원은 마다페리의 식당에서 열린 개인 행사에 참석하는 등 매우 긴밀한 관계로, 토니 마다페리의 형제이며 마피아 범죄자인 프랭크 마다페리의 비자 획득 과정에서 아쿠아로의 로비 대상 자유당 인물들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지난 2009년 정치계 뇌물 제공 혐의에 대한 호주 연방 경찰의 마피아 수사 당시 아쿠아로가 연방 공직자와 자리를 가진 사실이 있는데, 후에 아쿠아로는 측근들에게 자신이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통해 정치가들로부터 환심을 사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함으로써 비자획득용 뇌물 제공 혐의에 대한 경찰의 조사를 따돌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2009년 연방 경찰 기밀문서에는 아쿠아로의 정치 헌금에 대해 단지 1만3천200달러 이상 기부액에 대해서만 공개하도록 요구했던 당시 호주 정치 기부 체제로 인한 ‘부족한 조사와 간과된 부분’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다.
정보공개법에 의해 공개된 이 기밀 보고서에 의하면 ‘당시 규정은 정당과 후보들이 공개 제도 하에서 제한되지 않는 방법을 통해 상당한 지지와 재정적 기여를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아쿠아로는 정치자금 후원 행위뿐만 아니라 자신과 NSW 자유당 기금 조성의 매개체인 ‘Millennium Forum’ 및 현 호주 국방부 마리스 페인(marise Payne) 장관과 같은 NSW 주 출신 자유당 인물들을 연결해준 가구계의 거물 닉 스칼리(Nick Scali) 등 힘 있는 자유당 기부자들과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조심스럽게 자신의 정치적 인맥을 구축해왔다.
과거 NSW 주 독립기관인 ‘반부패위원회’(NSW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는 ‘Millennium Forum’의 기금조성 과정에 대해 엄중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아쿠아로 및 마피아 조직의 기부금 대부분은 빅토리아 주 남동쪽에 위치한 자유당 기금조성 단체들에게 곧바로 전달되었으며, 이 자금을 기반으로 아쿠아로가 공들였던 정치인들은 자유당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브로드벤트 의원, 헌트 의원 그리고 전 자유당 최고 하원의원 켄 스미스(Ken Smith)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전 멜번 기반 마피아 조직의 대부 리보리어 벤베누토(Liborio Benvenuto)에 의해 마피아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률 대리인으로 선택된 아쿠아로는 외견상 합법적인 캘러브리안 사업과 문화 단체에 자리를 잡는 한편 범죄조직 수장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등 지하세계와 합법적 비즈니스 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들었다.
그러나 그와 연관된 어떤 정치인도 자신의 사업과 개인사, 그리고 범죄자들이 득실한 측근들을 유리하게 하고자 정치적 세력에 접근했던 아쿠아로의 진정한 속내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은 없다.
아쿠아로는 종종 측근들에게 자신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을 ‘거느리고 있다’고 자랑하고는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이 주장은 터무니 없는 것일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쿠아로의 진정한 의도만큼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5년 아쿠아로가 마피아 관련 NSW 자유당 기부자에게 보낸 문서가 유출된 일이 있는데, 여기에는 이탈리아 또는 호주 국회의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보증함으로써 ‘정치계를 통해 캘러브리언 기반 사업의 이익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그의 열망이 잘 드러나 있다.
지난 2004년 연방 선거에서 페인(Payne), 헌트(Hunt), 브로드벤트(Broadbent), 브루스 빌슨(Bruce Billson) 등이 당선되고 자유-국민 연립이 재집권을 일궈내자 아쿠아로는 이들 각자에게 “토니 마다페리와 제가 이번 선거 승리 결과에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동시에 또 다른 정치계 인맥인 전 노동당 소속 밥 서콤브(Bob Sercombe)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저희(마다페리와 아쿠아로)는 자유당의 승리에 대해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그에 대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 올해 초, 아쿠아로는 형사재판에서 마피아 조직원들을 변호했고 식당을 경영하며 멜번의 이탈리안 상공회의소(Italian Chamber of Commerce) 모임에도 관여했다.
경찰은 그를 마피아 조직 내의 실세 ‘대변인’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가 사적으로 인정한 혐의는 정확했다.
이탈리안 범죄 조직에 관한 지난 2013년 호주 범죄위원회(Australian Crime Commission)의 기밀 보고서는 아쿠아로와 같은 인물들이 정치계 입문을 위해 어떤 식으로 ‘합법이라는 가면’을 사용하는지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밝혀놓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2015년 사이 다수의 법정 심리에서 여러 조직범죄에 연루된 마피아 인물로 호명되어 온 마다페리는 이 모든 혐의들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반면 가까운 동료였던 아쿠아로는 결코 범죄 행위에 연루되어 기소된 적이 없었다.
지난 해 마다페리의 변호사는 빅토리아 고등법원에서 당시 “아쿠아로가 빅토리아 경찰청 특수수사팀인 ‘푸라나’ 팀(Purana police taskforce)에 의해 중대 범죄행위에 대해 조사받고 있다”고 언급했으며, “마다페리는 이 사건과 어떠한 연관도 없다”고 주장했다.
마다페리는 또한 자신에 대해 빅토리아 주 경찰이 조직범죄 연루를 이유로 크라운 카지노 출입금지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